군문초 교장 지낸 전병호 작가
위인동화 <구슬비 소녀> 발간
동요 구슬비 쓴 권오순 시인의
일생 담아내…인세 전액 기부
전병호 전 군문초등학교장이 지난달 고 권오순(1919~1995년) 시인의 일생을 담은 위인 동화 <구슬비 소녀>를 가문비어린이 출판사에서 펴냈다.
권 시인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동요 ‘구슬비’의 가사를 쓴 아동문학가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방긋 웃는 꽃잎마다 송송송”이란 가사는 누구나 한 번쯤 어린 시절 들어본 노래다. 권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우리말을 보석처럼 다듬어 글을 쓰는 것이 항일운동이요 독립운동”이라며 일본식 교육을 거부하고 우리말로 문학 활동을 펼쳤다.
전병호 작가는 “아동문학가로서 구슬비를 지은 권오순 시인을 굉장히 존경했다”며 “문학적 지조를 지키며 살다간 권 시인의 삶을 기억했으면 한다”라고 책을 낸 취지를 설명했다.
권 시인과 전 작가의 인연은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충북 제천시에 있는 봉양초등학교에 발령받았고 권 시인은 백운면 박달재에 살고 있었다. 우연히 지역신문에서 동요 구슬비의 저자가 제천에 산다는 기사를 읽은 그는 권 시인을 찾아갔다. 이후 권 시인을 충북숲속아동문학회 고문으로 위촉하고 책을 내드리며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그가 제천을 떠날 때까지 인연을 맺었다.
전 작가는 내기초‧갈곶초‧군문초 등 평택지역에서 8년여를 보냈으며 2016년 임기를 마치고 현재 고향인 청주에서 집필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쓰지 못한 글도 쓰고 책도 여러 권 냈다. <구슬비 소녀>는 그가 오래 전부터 쓰려고 계획한 책이다.
그는 “(권 시인은) 일제강점기엔 신변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한글로 시를 썼고 일제가 조선어를 금지하자 절필해 문인의 지조를 지켰다”며 “해방 이후에는 고향 해주를 떠나 남하했음에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천주교 신앙과 문인의 지조를 지키며 깨끗한 삶을 살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데 국민동요인 구슬비는 알아도 지은이가 누군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며 “권 시인의 삶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권 시인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와 자료를 모아 구슬비 소녀를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병호 작가는 <구슬비 소녀> 인세 전액을 보육원에 기부했다. 그는 “다른 글도 아니고 권 시인의 일생을 다룬 책”이라며 “보람 있게 돈을 써야 권 시인의 뜻에 맞게 썼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처음엔 권 시인이 살던 제천시 백운면천주교회에 헌납하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의 작은 교회는 시간이 지나 성당이 됐다. 권 시인의 집터엔 수녀관이 들어섰다. 그곳을 둘러본 뒤 권 시인이라면 어린이들을 위해 썼을 것이란 생각에서 정학호 평택아동인권협회장을 통해 인세 전액을 보육원에 전달했다.
앞으로 전 작가는 집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더 늦기 전에 써야할 글도 있고 시집도 더 내려고 준비 중이다.
전병호 작가는 아동문학가로서 좋은 점으로 어린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동시란 동심을 가져야만 비로소 쓸 수 있다”며 “동심을 지니고 있으면 언제나 깨끗한 마음으로 살 수 있다”고 그는 독자들에게 동시를 써보길 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