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도 울고 갈 코다리 맛집
명태처럼 다양한 별칭으로 불리는 생선은 없을 것이다. 동태, 생태, 북어, 황태, 먹태, 짝태, 노가리. 불리는 명칭만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끓이고 굽고 찌고. 때론 말린 것 그대로 먹기도 한다. 그 가운데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명태를 반건조한 ‘코다리’ 찜이다. 매콤한 양념이 은은하게 밴 꾸덕한 코다리 한 조각에 시래기, 콩나물을 얹은 김 한 쌈이면 코로나19 시국에 답답해진 마음도 시원하게 뚫어지기 마련이다. 안중읍 송담지구에 자리 잡은 ‘송담골 속초 코다리·막국수 냉면’은 요즘 같은 시기 맛있는 밥 한 끼로 한시름 걱정을 잊을 수 있는 가게다.
여운처럼 남는 은은한 매운맛 일품
가게가 문을 연 지도 2년이 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이우석(59) 대표는 경영하던 철강표면처리 업체를 정리하고 식당을 열었다. 지인이 운영하던 식당을 인수한 것이 시작이었다.
속초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에게 코다리는 익숙한 선택이었다. “속초에선 막국수에도 코다리 회무침을 얹어 먹는다”고 설명한 그는 가장 잘 아는 음식으로 도전장을 냈고 곧 안중에서 코다리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해졌다. 가게에서 사용하는 코다리도 그가 아는 속초의 한 덕장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겨우내 동해의 찬 바람으로 잘 건조돼 꾸덕꾸덕하면서도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그만큼 살에 밴 감칠맛도 남다르다. 여기에 먹기 전부터 색과 향으로 식욕을 자극하는 양념이 더해진다.
큼직하게 발라낸 살을 양념에 폭 적셔 흰 쌀밥에 얹어 먹는다. 양념에 캡사이신은 들어가지 않는다. 고추로 매운맛을 냈지만 자극적이지 않아 혀 뒤로 부드럽게 넘어간다. 코다리 본연의 감칠맛을 즐기기에도 적당하다. 오히려 은은하게 매운맛이 여운처럼 입안에 남아 다시 코다리로 젓가락이 가게 만든다. 함께 나온 육전도 별미다. 계란옷과 함께 입안에서 스르륵 녹는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매콤달콤한 코다리 양념과도 조화를 이룬다.
접시 한 켠에 소복이 쌓인 시래기는 심심하게 간을 해 별도로 무쳐 냈다. 그대로 양념에 함께 버무려 코다리에 곁들여도 좋지만 그대로 먹으면 고소함을 만끽할 수 있다. 콩나물과 함께 김에 싸 먹어도 좋다. 가게에서 추천하는 방법은 함께 나온 샐러드와 밑반찬도 쌈에 더하는 것. 두툼하게 김 두어 장에 코다리, 콩나물, 시래기, 오이장아찌, 나물, 양배추샐러드를 올려 큼지막한 쌈을 만들고 입안 가득 맛보면 된다. 꼬들하게 잘 익은 오이장아찌와 샐러드의 아삭한 식감과 시원함이 양념과 잘 어우러진다.
회무침 얹은 코다리 비빔밥도 인기
최근 인기 있는 메뉴는 코다리 비빔밥이다. 푸짐히 올린 채소 위에 육회 대신 코다리 회무침을 얹었다. 특히 코다리 회무침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메뉴다. 새콤하면서도 쫄깃한 그 맛에 어느새 밥도둑으로 돌변한다. 가격은 4900원. 지난해 개업 이벤트 대신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 가격이 그대로 굳어졌다.
밑반찬은 물론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까지 나무랄 데가 없는 것은 식재료 하나도 직접 신경 쓰기 때문이다. 덕장에서 직접 코다리를 공수해오듯이 재료 모두 직접 발품을 팔아 마련했다.
채소는 대부분 평택산을 쓴다. 모두 안중과 현덕에서 재배한 것이다. 시래기, 배추는 신왕리에서 키운 것을 구매한다. 밑반찬에 쓰는 멸치는 여수에서 공수한 것이다. 두라도에서 어장을 운영하는 누님에게 바로 잡아서 삶아 말린 것을 받는다. 냉동창고를 거치지 않아 그대로 먹어도 군내가 나거나 비리지 않다. 밥은 물론 코다리찜에 들어가는 떡도 평택 서부지역에서 재배한 쌀을 사다 안중의 한 방앗간에서 찧은 것이다.
그는 “체인점이 아니니 밑반찬 등을 직접 만들어야 해서 손이 많이 가지만 오히려 그것이 장점”이라며 “지금 재료 구매비로 중국산을 사다 쓰면 한 달 내내 사용할 수 있겠지만 손님들은 먹어보면 바로 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1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어느새 봄은 성큼 다가왔지만 기쁨보다는 답답함이 먼저다. 이럴 때 송담골 속초 코다리·막국수 냉면에서 코다리 한 점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보는 건 어떨까.
■메뉴: 육전 코다리 25000원(소)·35000 (중)·45000(대), 코다리회무침 15000원(보통)·20000원(특대), 코다리 막국수·냉면 8000원, ·막국수·냉면 7000원, 코다리 비빔밥 4900원
■주소: 안중읍 송담리 854-12
■전화: 031-682-58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