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
유난히 붉은 이유를
그 새에게만 고백한 후
이별을 택한 동백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몸을 던진다는 것
그 겨울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먼저 피고 지는 동백의 사연을
그 새는 알고 있을까
가장 아름다운 날
제 목 꺾어 장엄하게
최후를 고하는 붉은 단심
짧은 생이어서 더욱 아찔한 꽃무덤
동백나무 가까이 지나칠 때마다
어혈과 멀미가 도지는 건
사랑에 목숨 걸던 그 시절 외면하여
벌을 받는 것
그 때 그 상처 속죄하려면
먼저 아파야 했던 것을
동백,
가슴에 묻고 촉촉한 숨결로
마지막까지 뜨겁게 헐떡이는
매혹의 빛이여.
동백꽃 질 무렵
북풍한설을 통과한 동백
들뜸도 잠시,
사람소리에
야무지게 앙다물었던 빨간 입술이
점점 삐죽인다
아마도 함부로 쏟아내는
뜬소문을 들었거나
어떤 무례한 행동을 목격한 걸까
제 목소리 키워대는 그들에게서
껄끄러운 온도차만 확인했는지 모른다
동백이 귀를 막는다
급체했는지
컥컥, 붉은 핏덩이를 토혈한다
이런,
기다렸던 봄은
동백과 함께 작렬하게 급사하고
예견했던 역병주의보가 발령되었다
여름이 불안하다
가을도 안심할 수가 없다
사람들은
대책 없이 어수선하고 허둥댈 뿐이다
아무래도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인재라며 말수들을 줄였고 주위는 썰렁해졌다
입조심과 방역에 대해 논의하는 동안
동백은 눈맞춤도 없이
조용히 상여를 타고 갔다
새봄이 올까 싶다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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