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매운맛으로 기쁨 주는 곳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매운맛을 빼놓을 수 없다. 문제는 갈수록 자극적이고 센 맛을 추구하다 보니 맵기만 하고 맛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스트레스가 사라질 만큼 매콤하지만 기분좋게 즐길 수 있어야 하고 맛은 당연히 뛰어나야 한다. 이러한 바람을 충족시킬 식당을 팽성읍에서 찾았으니 바로 문을 연 지 30년을 넘긴 낙원식당이다.
통통한 살과 매콤한 양념 어우러진 ‘아귀찜’
낙원식당은 팽성에서 아는 사람은 아는 맛집이다. 조근섭·방영순 부부가 변함없이 맛을 지켜온 덕이다.
이집의 주메뉴는 아귀찜·안동찜닭·동태탕인데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이 맛은 방영순씨가 만드는 특제 양념장에서 비롯된다. 잘 말린 국내산 청양고추를 직접 빻은 고춧가루에 마늘 등을 가미해 숙성시켜 만든다. 신부 얼굴에 찍은 연지처럼 고운 빨간색이지만 맵기가 만만치 않다. 처음 이곳을 방문하고 매운 걸 잘 못 먹는다면 순한맛을, 매운 맛에 익숙하다면 중간맛부터 맛보고 매운맛의 강도를 선택하길 권한다.
아귀찜을 주문하면 통통하고 탱글탱글한 살이 보기만 해도 흡족하다. 매일 생물 아귀를 가져와 손질해 만들어선지 쫄깃한 껍질과 감칠맛 나는 알집 등도 맛볼 수 있다. 적당한 굵기의 콩나물이 자아내는 아삭한 식감도 잘 어울린다. 방씨가 만든 특제 양념장을 넣었음에도 전체적으로 양념이 주황빛이어선지 처음에는 맵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머릿속으로 열이 확 오르면서 땀이 나기 시작한다. 온돌방에서 차가운 몸을 녹일 때처럼 몸이 후끈해진다. 다른곳에서 느끼지 못했던 묵직하면서 기분좋은 매운맛이다. 입안이 얼얼하거나 속이 아린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매콤 달콤한 안동찜닭도 매력적
안동찜닭 역시 기분좋은 매운맛이 난다. 큰 닭을 먹기좋게 썰어 만드는데 당면을 좋아해 더 달라고 하면 수북하게 얹어준다. 달달하면서 짭조름한 맛이 잘 밴 닭고기는 쫄깃하고 당면은 적당한 탄력이 있어 부드럽게 넘어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안을 확 씻어주는 매운맛이 개운하다. 달콤한 맛과 매운 맛의 균형이 잘 잡혀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스럽게 먹을 만한다.
숨겨진 별미로는 부대찌개가 있다. 매콤하면서 깔끔한 국물이 우리가 흔히 먹던 부대찌개와는 결이 다른다. 햄과 소시지를 듬뿍 넣었는데도 느끼한 맛이 전혀 없어 뒷맛이 시원하다.
이곳의 매력 중 하나는 밑반찬에 있다. 아삭아삭한 배추김치, 시원한 동치미, 매콤하면서 달달한 고추장아찌 등. 언뜻 평범해 보이지만 각각의 맛이 좋아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다. 모두 방씨가 국내산 식재료를 써 직접 만든다. 워낙 맛있어선지 사가고 싶다는 손님이 비일비재하다.
중국집 주방장들이 인정하는 볶음밥
아귀찜이든 안동찜닭이든 다 먹고 나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이 있다. 바로 조근섭씨가 만들어주는 볶음밥이다. 맛있는 양념을 넣고 센불에 볶아낸 볶음밥은 겉은 적당히 바삭하고 속은 양념이 밴 눅진한 맛이 난다. 씹으면 겉과 속의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팽성읍에 있는 중국집 주방장들이 식사하러 와서 ‘볶음밥은 낙원식당이 제일 맛있다’고들 할 정도다.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하다 보니 단골이 꽤 많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손님이 예년보다 확 줄었지만 부부는 다른 게 걱정이다. 새마을부녀회장 등을 맡아 오랫동안 봉사해온 방씨는 팽성노인복지관을 통해 수년간 홀몸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봉사를 해왔다. 그런데 5인 이상 집합금지로 할 수 없게된 것이다. 방씨는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단골들이야 다시 오겠지만 홀몸노인들이 식사를 제때 하실지 걱정”이라며 “방역 단계가 내려가면 일부라도 오시게 해 대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근섭·방영순 부부는 “낙원이라는 말이 좋아 식당 이름을 낙원식당이라고 지었다”며 “어렵고 힘든 시절을 보내는 분들에게 우리 식당이 작은 기쁨을 주는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뉴: 아귀찜 30000~45000원, 안동찜닭·동태탕 22000~30000원, 부대찌개 8000원, 볶음밥 2000원
■주소: 팽성읍 객사리 142-13
■전화: 031-653-6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