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팽성 미군기지에서 나오는 하수를 팽성하수종말처리장에서 처리하는 과정에서 기지 안의 고농도 물질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유입된 사건이 있었다. 고농도 물질을 다 처리하지 못하고 기준치 이상으로 방류해 환경부로부터 벌금을 부과받았다.
5년마다 환경부에서 실시하는 미군기지 주변 환경오염 실태조사에서는 송탄과 팽성 미군기지 주변에서 수천 평의 토양이 오염됐다는 결과가 나온다. 평택시가 토양을 정화한 후 정부와 재판을 통해 오염원이 미군기지 안에 있다는 것을 입증을 해야 정화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미군의 가장 큰 해외 주둔 기지가 있는 평택에서 미군과의 상생을 위해선 축제, 교류 등을 통해 우호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군기지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불합리한 부분들은 하나하나 해결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평택시 주한미군기지 및 공여 구역 환경사고 예방 및 관리 조례’(이하 미군기지환경조례) 중 ‘건물의 신축 및 개축 관련 논의’ 부분을 신설했다.
신설된 미군기지 환경조례는 “시장은 주한미군이 주한미군기지 등에서 지역사회의 건강 및 공공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건물의 신축 또는 개축을 하는 경우 시장과 협의하고 직접 조정할 것을 주한미군에 요청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주한미군이 대한민국 정부와 협의하는 경우 시장은 정부에 최초 계획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와 해당 신축 또는 개축의 적절성 여부를 조정하고, 건축계획의 타당성을 논의하는 등 조정·협의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 미군시설 신개축 시와 협의토록
조례 개정은 시민 안전과 생명보호 의미
환경사고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근거 마련
지자체가 제 역할 할 때 정부도 나설 수 있어
이 조례는 SOFA 제3조의 ‘시설과 구역-보안조치’ 내용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제3조는 용산구청장이 용산기지 내 드레곤힐호텔 불법 건축을 문제삼아 SOFA 의제로까지 끌어올려 ‘지자체의 관여를 인정’하는 문구를 삽입하면서 가능해진 조항이다. 상위법의 내용이 바뀌면서 본 개정안을 제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3조의 ‘주한미군은 계획의 목적을 위해 지방정부와 직접 조정하는 것을 배제하지 아니한다.’는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문구다. 이 문구대로라면 주한미군은 신축과 개축시 지자체를 배제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 이 문구를 활용하는 것이 실제 주한미군과 이웃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자체의 역할이며 이것이 법적 근거들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 또한 조례 개정의 중요한 이유다.
불과 5~6년 전만해도 미군기지 관련 사항은 국가사무로 판단하여 지자체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의식이 향상되면서 외교부에서도 ‘주한미군 관련 사항은 이미 국가사무를 떠난 사항으로 지역주민의 안전과 생명보호가 우선’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달리 말해 지자체가 그 역할을 할 때 정부가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미군기지환경조례는 주한미군에게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공문요청을 하고 시민의견 등을 적극 수렴하여 주한미군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것을 중점에 두었다.
무엇보다 이번 조례 개정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보호가 우선이며 그것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개정안은 미군기지 환경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므로 모든 환경사고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개정했다.
현재 평택을 비롯해 부산, 군산, 부천, 포항, 포천, 서울시 등에서 미군기지 환경사고 및 검역(방역)문제 관련 조례가 제정되었고 지금도 제정 중이다. 상위법을 넘어설 수 없다는 한계가 있지만 사각지대인 미군기지 관할 영역에 대한 지역민의 민주적 협의 의지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다,
전쟁을 치르면서 군사지휘권을 전부 내줘야 했고 많은 부분을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 역사다. 많은 시간이 지나 새로운 세상이 된 오늘날에는 불합리한 부분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양국 모두가 발전적인 방향으로 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이번 개정안이 앞으로 미군과의 상생을 위한 다양한 교류확대는 물론 기지 내 환경오염, 증가하는 미군범죄문제 등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택시의회와 평택시, 시민, 주한미군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힘을 모아나가는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