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인산편지 작가 독서운동가 육군 준장 수도군단사령부 부군단 장평택고 졸업
김인수
인산편지 작가
독서운동가
육군 준장
수도군단사령부 부군단장
평택고 졸업

인생을 흔히 BCD라고 합니다. Birth(출생)과 Death(죽음) 사이에 있는 Choice(선택)이라는 말입니다. 정말 우리는 살아가면서 늘 수많은 선택에 직면하게 되고,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많은 선택 중에 ‘옳은 것과 옳은 것 사이의 선택’이 있습니다. 옳은 것과 그른 것 사이의 선택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간단할 수 있는데 이것은 그게 아닙니다.

이것을 선택해도 옳고, 저것을 선택해도 옳습니다. 그렇다고 두 가지를 다 선택할 수도 없습니다. 둘 중 하나는 버려야만 하는 겁니다. 그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얼마 전 카타르 도하에서 국제유도연맹이 주최하는 도하 월드 마스터스 대회가 끝났습니다. 11개월 만에 열린 유도 국제대회였습니다. 이 대회에서 남자 60kg급에 출전한 김원진 선수가 영광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더 대단한 건 4연속 한판승으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김원준 선수는 시상식이 끝나고 오열을 하면서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바로 김선수의 부친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입니다. 대회가 시작되기 전날에 대표팀에 통보된 것인데 유족들이 경기에 지장있을 것을 염려해 끝나고 알려주라고 했던 것입니다.

55세의 나이에 전혀 예상치 않게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기에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은 당연한데 그 이후에도 아버지의 별세 소식도 모른 채 멀리 이역만리에서 경기를 벌였고, 장례식도 참석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니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습니까?

한없이 눈물만 보였던 김선수는 아버님 영전에 올림픽 메달을 바치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다른 선수들보다 하루 먼저 귀국길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 지면을 빌어 김선수께 깊은 위로를 전함과 동시에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소식을 듣고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운동 경기보다 아버지의 별세가 더 중요한 일이니, 부모님에 대한 효도가 더 큰 가치니 바로 소식을 알리고, 경기를 포기하게 하고 귀국시키는 것이 옳은 일이었을까요? 아니면 유족들이 한 것처럼 경기를 다 마치고 나중에 알린 게 옳은 일이었을까요?

우리 역사에서도 이러한 일이 많았습니다. 그중 한 가지를 언급합니다. 때는 1908년 1월이었습니다. 한일병탄을 2년 앞둔 시기라 일제의 야욕이 극에 달했던 때였습니다. 1907년에 있었던 헤이그 밀사사건을 빌미로 일제는 고종을 퇴위시키고 대한제국 군대를 해산시켰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해 의병이 일어났습니다. 무려 세 번씩이나 말입니다. 말씀드리는 사건은 구한말에 있었던 세 번째 의병인 정미의병입니다. 이 정미의병의 규모는 무려 1만 명에 달했고, 이를 ‘13도 창의군’이라 부릅니다.

이 13도 창의군의 총사령관이 바로 이인영 총대장이었는데 그 당시 그에게는 와병 중에 있는 부친이 계셨습니다. 그러나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히는 마당에 부친의 와병을 이유로 그냥 있을 수는 없다며 총대장의 직책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렇게 서울 진공작전을 벌이던 중에 이인영 총대장은 부친의 별세를 이유로 바로 총사령관직을 내놓고 고향인 문경으로 떠납니다. 가뜩이나 일본군에게 패해 사기가 떨어져 있던 군사들을 향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전권을 창의 군사장인 허위 장군에게 맡긴 것입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결국 13도 창의군의 서울 진공작전은 실패로 끝나고 후임 총대장 허위 장군은 사로잡혀 경성 감옥에서 순국합니다. 후에 이인영 총대장도 일본군에게 사로잡힙니다.

당시 이인영 총대장의 심문을 맡은 무라이 인켄이라는 일본군 헌병 대위가 이렇게 묻습니다. “왜 아버지 부고를 접하고 만사를 내던져 버리고 귀향하였는가? 당신의 그런 행위는 유학에서 얘기하는 동양 도덕과 일치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에 이인영 총대장은 이렇게 답합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뒤에는 재회할 수 없지만 임금은 다시 만날 수 있다. 어버이에게 효도하지 않는 자는 금수와 같으며 금수는 임금의 신하일 수 없다. 이것은 불충이다”라고 말입니다. 무라이가 3년 상중에 나라가 멸망했다면 어땠겠는가 라고 물으니 이인영 총대장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역시 나라를 구하겠다는 구국의 의병 투쟁과 부모의 상을 당해 자식된 도리를 다하겠다는 것 중의 선택입니다. 옳은 것과 옳은 것의 선택입니다.

자! 당신이라면 어떤 것을 선택하겠습니까? 나라를 구하겠다고 일어선 의병 투쟁 중에, 그것도 전투 중에, 그중에서도 그냥 일반 의병이 아닌 최고의 총사령관이 다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간 상황이니 지금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황당한 사건, 어이없는 행동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인영 총대장은 효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그에게는 그것이 더 옳은 일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러한 일을 늘 겪습니다. 겪지 않고 넘어가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분명합니다. 사유와 성찰입니다. 늘 사유하고, 성찰하면서 옳은 것과 옳은 것 사이에서 선택해야 합니다.

그것은 온전히 당신의 몫이지만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삶이 바뀔 수도 있고, 더 나아가서는 이 세상의 미래가 바뀔 수도 있음을 우리는 늘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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