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분쟁 소송에서 패소를 한 날
울음바다가 된 소작농 부락을
장정들이 무리를 지어 빗물로 떠돌다
바다에 몸을 던져 울분을 끊었다
묵직한 절망의 낯빛으로 돌아 온
아버지 몸에 붙은 술냄새와 비냄새가
괴성을 지르며 방 안 구석구석
기막힌 사연처럼 들어와 앉았다
가슴으로 숨죽여 울던 어머니는
감자 같이 동글동글한 삼남매 중에서
잠든 막내의 얼굴을 어루만지다가
비릿한 갯벌냄새에 토악질을 해댔다

그 해 장마는 그렇게 왔다
어머니의 가슴 속에서 후두둑거리는
장대비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갯벌물에 불은 장정들의 손에는
죽어서도 소유하지 못할
한 줌의 흙이 꼭 움켜져 있었다
분노가 연일 마을을 휘돌아
몇 명의 장정들이 더 바다에 몸을 던져
긴 장마만큼이나 겁에 질리게 하였다

그 해 장마는 그렇게 왔다
불혹이 된 막내의 세월 속에서도
신대 마을의 슬픈 전설을 알리는
장대비가 휘파람소리로 내렸다
증인 출두하라는 법원 통지서에
팔순의 장정이 두 주먹 불끈 쥐고
北海道를 또 넘어갔다

우기였다 다시 우기였다.

 

권  혁  제
-경기도 평택 출생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
-단국문학상 신인상 수상
-시와문학, 사계문학 회원
-평택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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