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가도 물리지 않는 밥집

[평택시민신문] 음식점에서 메뉴를 고르다 보면 ‘가정식’이라는 수식어를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집에서 먹는 한 끼 식사처럼, 특별하지는 않아도 정성이 담기고 푸근한 손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점심 메뉴가 고민될 때, 친구랑 부담없이 한 끼 해결하고 싶을 때 가격 부담 적고 다양한 반찬을 맛볼 수 있는 ‘가정식 집밥’만한 게 있을까. 준분식은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식구 밥 차려 주는 마음으로

신장동 중앙시장에 안에 있는 준분식은 서너 개 남짓한 식탁이 놓여 있는 소박한 규모로 손님을 맞는 이도 고순원(59) 사장 혼자다. 고 사장은 이곳을 열기 전까지 식당을 운영해본 적이 없었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은 게 전부였다고 한다. 이천의 한 종갓집 며느리였던 그는 송탄으로 시집온 큰딸을 따라 와서 손주를 8년간 키웠다. 손주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평소 집에서 내 식구 밥 차려 주는 식으로 하면 되겠거니 하는 마음에 준분식을 열었다. 고 사장은 “특별히 잘하려고 하기보다 그저 가족에게 하듯이 만든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음식을 만들 때 불필요한 간을 하지 않고, 반찬도 먹을 만큼만 내온 다음 더 달라고 하면 더 준다. 음식 재료는 오래 보관할 곳도 없어 매일 시장에 가서 산다. 집에서 음식을 해먹는 방법과 똑같다.

싸고 맛있고 푸짐하기까지

2019년 8월 문을 연 이후 워낙 싸고 맛있고 푸짐하다 보니 금세 자리를 잡았다. 입구에 삐뚤빼뚤 붙인 종이에 쓴 가격을 보니 청국장과 제육볶음만 7000원이고 김치찌개·고추장찌개·육개장 등은 6000원이다. 이 가격도 “너무 싸게 팔면 안 남는다”는 단골들의 성화에 못 이겨 지난해 8월 1000원씩 올린 거라 한다.

가격이 저렴하다 해도 음식 하나하나 허투루 만들지 않는다. 김치는 물론이고 청국장·된장·고추장 모두 고 사장이 직접 담근다. 고춧가루 등 양념도 국산을 고집한다. 고 사장은 “청국장을 국산콩으로 담그다 보니 다른 메뉴보다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라며 “내손으로 직접 만들어 파는 거니 많이 팔다 보면 어디선가 이문이 남겠거니 한다”고 말했다.

푸짐한 양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4명이 가서 3가지 음식을 시키면 충분하다. 가격이 싸면 ‘1인당 1메뉴’를 요구하는 식당이 많은데 눈치볼 필요가 없다. 밥은 원하는만큼 듬뿍 퍼오고, 반찬도 알아서 가져다 먹으면 된다.

센불에 한소끔 끓여 큼직한 뚝배기에 담아낸 청국장에 새콤한 배추김치, 시원한 동치미, 맛깔스런 시금치나물, 아삭한 고추장아찌 그리고 잡채가 곁들여낸 상차림이 소박하다. 고 사장이 직접 띄운다는 청국장은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으면서 국물이 구수하다. 알알히 살아 있는 콩이 부드럽게 씹힌다. 반찬은 간이 적당하고 조미료 특유의 강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역시 센 불에 빠른 시간에 볶아낸 제육볶음은 양념이 잘 배있고 육질이 매우 부드럽다. 호박·양파 등의 채소 역시 간이 잘 밴 데다 식감이 잘 살아 있다.

간단하게 허기를 채우려면 꼬마김밥이 좋다. 우리가 알던 꼬마김밥보다 2~3배 정도로 커서 손님들이 ‘청년김밥’이라 부른다. 달걀지단으로 속을 꽉 채워선지 씹으면 폭신폭신하고 부드럽다. 꼬마김밥 6개가 4000원인데 2명이 먹기에 적당하다. 꼬마김밥에 라면을 곁들인 메뉴는 바쁜 손님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메뉴: 청국장·제육볶음 7000원, 김치찌개·고추장찌개·육개장·김치볶음밥 6000원, 꼬마김밥(6개) 4000원, 꼬마김밥(3개)+라면 6000원
■주소: 평택시 중앙시장로 18-10
■전화: 031-666-3698
■영업시간: 07:30~18:30(매주 화요일 쉼)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