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광중학교 1학년
[평택시민신문] 예전부터 학교폭력은 수없이 많이 일어났다. 하지만 피해자가 법으로만 대응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일까? 때론 사람의 말과 행동이 마음을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 우리 학교 독서토론동아리에서 함께 읽고 토론한 <용서할 수 있을까>는 문경민 작가님의 책이다.
문경민 작가님의 작품은 처음 접해 보았지만 굉장히 실력파 작가에 속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양궁이라는 흔하지 않은 스포츠를 소재로 등장시킨 점, 각각 다른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기법 등도 매력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읽는 사람의 신경을 집중시키는 현실성 높은 소재와 흥미진진한 흐름과 함께, 읽다 보면 마치 자신이 책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학교폭력을 주제로 한 책들을 많이 읽어보았지만 이 책처럼 다양한 생각에 빠지게 만든 책은 없었다. 여러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써서 굉장히 복잡할 것 같지만 막상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것을 통해서 ‘순전히 나쁜 인물은 없다’ 라는 작가의 의도가 더 뚜렷이 보인다.
이 책에서 비중이 높은 등장인물들은 영우, 지우, 민재인데 그렇다고 셋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 외 부가적인 인물들도 세심하게 신경 써서 묘사했기 때문이다. 쌍둥이 형제인 영우와 지우가 장난삼아 학교를 바꿔 등교한 후 형인 영우가 동생 지우가 당하고 있었던 학교폭력을 대신 겪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학교폭력의 가해자는 다름 아닌 영우가 1년 전에 괴롭혔던 민재라는 아이가 대장인 MJ패밀리여서 더 충격적이다. 지우가 민재와 MJ패밀리들 때문에 불의의 사고를 당해서 입원하게 되고 학교폭력위원회가 열린다. 민재는 가족들과 변호사가 써준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서를 이야기할 계획이었지만, 병원에 누워 있는 지우가 떠올라 아무 말도 못하고 만다. 민재는 이 폭력의 시작이 영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우가 영우의 동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의 본 모습을 처절하게 느꼈다. 나중에 영우는 지우를 대신해서 담임선생님께 지우의 아픈 상태와 민재와 친구들이 지우에게 했던 폭력적인 행동들을 이야기했고 병원에 누워있는 지우를 보면서 민재를 괴롭혔던 자신의 잘못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다 읽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힘든 노력 끝에 다시 깨어나게 된 지우를 보니 가슴이 따듯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만큼 이 책은 나에게 감동과 전율을 주었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때가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뿐만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공감과 함께 속으로 많은 질문이 떠올랐는데, 우리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온라인으로나마 작가 초청으로 문경민 작가님을 뵙게 되어 모든 궁금증까지 해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이 책에 일어난 사건 중 비슷한 뉴스를 TV에서 본 기억이 있다. 몇 년 전 대구시의 한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여덟 명이나 경찰에 검거되었는데, 후배들을 기중기에 거꾸로 매달거나 땅에 묻는 등의 폭력 행위를 한 혐의로 체포된 것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예전 선배들에게 당한 폭행을 대물림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이 책과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주목할 것은 '대물림'이다. 민재도 자신이 괴롭힘 당한 것을 똑같이 지우에게 물려주었다. 책이나 영화 같은 곳에서만 일어나야 하는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이 책의 구절 중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이 있다. ”엄마도 엄마를 용서하려고” 라는 지우 엄마의 말인데, 남한테 용서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을 용서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면 평생 죄책감에 빠져 불행하게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나는 ‘용서’라는 것이 그리 단순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