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게 불법 전하겠다"는 법현 스님
평택시민들이 서로의 다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축원할 것
[평택시민신문] 지난해 가을 서탄면 보국사의 주지로 무상 법현 스님(62)이 부임했다. 법현 스님은 종파·종교간 대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에 전념해온 인물이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에서는 종교간 대화위원장으로 활동했으며 은평구 열린선원에서 다른 종교인을 초청해 강의·설교를 열기도 했다. 2016년 성공회대학교에서는 채플 수업을 전담해 진행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보국사의 주지를 맡으면서 초중고를 나오고 학창시절을 보낸 평택으로 돌아오게 됐다. 35년만에 평택으로 돌아온 법현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종교 간 대화에 적극 앞장서와
지난해 보국사 주지로 부임하며
학창시절 보낸 평택으로 돌아와
출가를 결심한 계기가 궁금하다
평택 명법사에서 학생회 활동을 하며 불교를 처음 접했는데 부처의 가르침이 마냥 좋았다. 당시 명법사의 한 스님이 싯다르타가 샛별을 보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이야기해줬는데 그 말이 너무 좋아 집에 와서 일기장에 적었을 정도다. 이런 경험 때문인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 입학해 출가까지 하게 됐다. 1985년이니 당시 나이가 27살이었다.
기계공학과 불교는 완전히 다르지 않나
근본을 살피면 다를 것이 없다. 기계공학과와 비슷한 금속재료학과를 졸업하고 교사를 하는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목욕탕에서 만나 근황을 물으니 금속에 깃든 마음을 가르치고 있다고 답하더라. 그 말이 정답이 아닐까 한다. 자연과학의 분기점이 되는 이론 중에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란 게 있다. 물질이면 위치와 운동량을 나타내는 X, Y좌표가 정확히 나올 텐데 두 좌표를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거다. 그 원인은 마음이다. 물질에 마음에 담겼기 때문이다. 기계공학을 전공해선지 몰라도 석사 논문도 ‘연기설 입장에서 본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이다.
보국사는 어떤 절인지
보국사는 대정월 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단에는 130년 전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1920년대에 세워졌다. 부처의 사상과 신앙으로 당시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나라를 돕고 힘든 시기를 극복하자는 뜻에서 도울 보에 나라 국을 써 보국사로 지었다 들었다. 보통 사찰 이름에 나라 국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국자를 써도 왕의 묘를 지키는 능침사찰이 대부분인데 창건주인 대정월 스님이 큰 뜻을 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절의 규모는 작지만 대정월 스님이 마음으로 대단히 큰 발심을 한 것 같다.
보국사와의 인연은 이곳에 다니는 친정어머니를 둔 지인에서 시작했다. 지인을 통해 이곳의 노스님이 힘들어하니 도와달라는 부탁을 전해 듣고 내려왔다. 노스님이 대신 절을 운영해줬으면 한다고 청해 지난해 가을에 주지를 맡게 됐다. 보국사를 창건한 대정월 스님의 큰 뜻을 이어받아 미군에게도 불법을 전하겠다는 마음이다. 일주문이 세워지면 세계일화(世界一花, 세계는 한 송이의 꽃)이라는 문구를 현판에 절 이름과 함께 넣을 생각이다.
종교 간 대화에 적극적인 스님이라 들었는데
은평구 역촌중앙시장에 있는 열린선원의 장을 맡고 있는데 매년 목사·신부·신학자 등을 초청한다. 법회와 예배가 서로 녹아들어 법당에서 목사가 설교하고, 불자들이 찬송가를 불렀다. 이웃과 내가 같아질 수는 없다. 이때 서로를 잘 모른다면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다름을 이해하고 공존하는 법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하나만 아는 사람은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 할 수 있으며 여럿을 알아야 그 하나를 제대로 알게 된다.
사회현상을 예로 들어보자. 같은 현상이라도 각자 가진 기반과 왜곡된 선입견에 따라 다르게 본다. 이때의 왜곡된 시각을 벗겨내야 현상을 제대로 보고 알 수 있다. 바로 부처의 가르침이다. 그렇기에 다른 세계에도 부처가 있다면 알라나 여호와 같은 모습일 수 있다. 서로 유연하게 사고를 확장해 대화하면서 상대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면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본인이 종교 간 대화에 매진하는 까닭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편을 가르고 나눠 다투는 모습이 심화하고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세상 만물은 110종의 원소가 조합되고 해체되는 과정을 거친다. 50억년의 시간 속에서 지구를 구성했던 물질이 나를 구성하고, 나는 다시 지구에 환원하는 과정을 거친다. 불교적으로 말하면 윤회고,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하나님의 창조다. 창조론에 따르면 세상 모든 것이 신의 피조물이 아닌 것이 없고 형제자매가 아닌 이가 없다. 불교경전 중 <앙굴마라경>도 ‘이 세상 어느 누구도 전생에 부모형제 아닌 이가 없다’고 했다.
이런 이치에 비춰볼 때 다툼을 해결하려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연관을 인정해야 한다. 다른 그 어떤 존재도 나와 관련 없는 존재는 없다. 요즘 우리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이유가 뭔가. 서로 호흡을 주고 받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겨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지 않나. 그만큼 우리는 서로 가깝고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하기에 서로 아끼고 사랑해야 한다. 사랑하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다름을 인정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힘든 사람을 보듬어줬으면 하고 바란다.
한 해가 저무는 이때 평택시민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삶의 질이 떨어지고 모두가 힘든 시기이기에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잘못된 정보에 흔들리지 않고 가능하면 공식기구의 발표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면서 자신과 가정의 건강, 함께하는 이들의 행복을 지켜갔으면 한다. 어떤 사람이라도 나와 같은 사람이고, 내 가족과 다른 사람은 없다. 이해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저 두는 마음으로 함께했으면 좋겠다. 새해 신축년에는 평택시민들이 따스한 마음으로 다른 존재를 이해하길 축원드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