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자세로 평택대 발전 위한 의지 모으겠다

[평택시민신문] 평택대학교는 2018년 조기흥 전 명예총장의 성추행 사건과 극심한 학내 비리로 사회적 지탄 대상이 되었다. 당시 교수들이 중심이 돼 앞장서 비리를 저지른 구재단을 몰아냈고 지역사회는 평택대가 평택을 대표하는 사학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2020년 평택대 직원노조의 파업, 뒤늦게 밝혀진 재단 사무국장 A교수의 음주 뺑소니 전과, 신은주 총장직위 해제 등 일련의 사건들은 평택대가 정상화로 가는 게 맞는지 의구심을 품게 했다.

이런 혼란 속에 9월 29일 자로 기획평가처장인 오일환 교수가 총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됐다. 임명된 지 2개월이 지난 현재 그를 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구재단을 몰아냈던 교수회 일원이자 부총장·교무처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학내 행정을 이끌어왔기에 혼란스런 학내 상황을 수습해 평택대를 정상화의 반석에 올려놓을지 아니면 계속돼온 구성원 간 갈등을 더 심화시킬지에 대한 엇갈린 시선들이다. 그래서 그를 만나 현재의 평택대 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있으며 앞으로 정상화를 위해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보았다.

학내 시스템에서 문제 풀었으면
정상화 방향은 공영형 사립대 

총장 직무대행으로 어깨가 무거울 듯하다

할 일이 정말 많다. 맡은 자리가 가볍지 않다 보니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매일 회의하고 업무 점검을 한다. 평생 이렇게 시간이 없어본 때가 있나 싶다. 주말이 너무 기다려진다.

사실 임시이사회에서 신은주 총장을 해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앞서 이필재·유종근 등 2명의 총장을 해임한 상황에서 신은주 총장까지 3명을 해임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 봤다. 그러다 보니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어쩌다 총장인 ‘어총’이 됐다.

 

구재단을 몰아내는 데 교수회가 큰 역할을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좋지 않은 평가가 많아졌다

36년간 이어져온 구재단 세력과 싸워 그 세력을 몰아내는 건 정말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다. 교수회가 서슬 퍼렇게 비타협적으로 했기에 재단을 몰아낼 수 있었다. 조 전 명예총장의 퇴진이라는 1차 목표를 이룬 뒤에도 투쟁 과정에서 불거진 여러 문제가 산적해 있었고, 이를 10명 남짓 남았던 교수들이 모두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2019년부터는 경영을 해야 할 시기였다. 교수회 회장이었던 신은주 교수가 총장을 맡았지만 행정경험 부족에 따른 행정처리 미숙과 상황판단력 부족 등이 겹치면서 문제가 점점 심화되는 악순환이 거듭됐고 섣부른 행정으로 직원 반발에 부딪쳤다. 기획평가처장을 맡았을 때 ‘왜 저러지?’, ‘이렇게 하면 좋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참 많았다.

 

총장 권한대행이 된 후 2개월간을 되돌아 본다면

업무 체계를 다듬고 불가역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초기에 업무 지시를 내렸더니 일주일이 넘도록 보고가 없었다. 그래서 물어봤더니 ‘잊어버렸습니다’라고 하더라. 대학 평정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인사기록 서류도 제대로 갖춰 있지 않았다. 30년 넘게 이렇게 엉망으로 운영했는데 유지된 걸 보니 평택대는 절대 망하지 않겠다는 농담을 하곤 했다. 요즘은 일주일에 한 번씩 회의를 하고 업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교무처장과 기획처장을 맡을 교수를 모시기 위해 정말 많은 분을 만났다. 다들 고사하더라. 그래서 40대 젊은 교수들이 일할 수 있게 부처장제를 도입했다. 젊은 교수들을 포진시키니 학교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음을 느낀다. 짧은 기간이지만 나름 지지해주는 분들도 있고 여러 분야에서 다소 안정돼 간다는 평가도 받았다.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치우침 없이 문제를 풀며 
하나하나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
2021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기가 넘치는 평택대가 되었으면…”

아직도 서로 상처를 잊지 못하고 곱씹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런 갈등을 봉합하고 쇄신할 방안이 있다면

열린 자세로 경청하고 치우침 없이 문제를 풀며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겠다. 총장실은 늘 열려 있으니 문제가 있으면 와서 얘기하면 좋겠다. 학교를 위하는 마음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 만날 수 있고, 함께 갈 수 있다.

교수회는 외연을 확대하고 그동안 누렸던 기득권을 내려놓았어야 한다. 직을 걸고 투쟁했으니 현재도 뭔가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한다.

다른 구성원도 마찬가지다. 옛날처럼 소통할 수 없는 대상으로 한 투쟁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대를 위한 반대, 진영논리에 진영논리를 대응하는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가 있다면 학내에서 공적 채널을 통해 풀었으면 한다. 교무위원회, 기획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고 합의해 결정하면 된다. 총장이라 해서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않는다.

항상 제 판단을 의심하고 고민하고 있다. 살얼음을 걷듯 모든 게 조심스럽다. 앞으로 저를 믿고 도와줄 분들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를 품고 학교 정상화를 위해 기를 쓰는 중이다.

 

구상 중인 평택대 정상화 방안이 있다면 듣고 싶다

일단 임시이사 체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임시이사는 다른 직책이 있는 분들이고 한 달에 한번 회의하러 학교에 온다. 복잡한 학내 상황을 파악해서 풀어내기는 어렵다. 구조적인 문제다.

정이사 체제를 이야기하며 일각에서는 재정 기여자를 이야기하는데 그것 또한 반대한다. 물론 구재단 인사들이 돌아올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평택대는 재정 여건이 비교적 탄탄한 대학이므로 재정 기여자를 언급하는 것은 성급하다.

현재로서는 공영형 사립대로 방향을 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파트너가 돼 일정 부분 재정기여를 해주고 공익이사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방안을 제일 바라고 있다.

 

정말 다사다난한 2020년으로 기억될 거 같다

올 한해 문제가 해결되기 보다 더 커지고 악화되는 상황을 보면서도 버티고 버텼다. 버티게 한 원동력은 뒤늦게 깨달은 사명감이다. 구재단을 몰아내려고 노력했던 한 사람으로서 구재단보다도 못하다는 평가를 참을 수 없었다. 학사행정이 엉망이 돼 조 전 총장 시절이 더 낫다는 소리까지 듣는 모욕적인 상황에서 어찌 끝낼 수 있겠는가.

이제 교수회 대 비교수회 식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2021년에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활기가 넘치는 평택대가 되었으면 한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