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탄사람들의 추억과 비벼진 닭 바비큐

[평택시민신문] 김봉근 화백의 손끝에서 탄생한 가게
송탄출장소를 나와 오른쪽 횡단보도를 건넌다. 처음 마주하는 건물의 오른편으로 난 골목길로 들어간 그곳에 ‘일품숯불닭바베큐’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큼직한 석쇠 위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바비큐 향이 손님을 맞이한다. 붉은 테이블과 의자, 그 위로 놓인 빨간 조화 사이로 벽에 걸린 해바라기 그림이 추억의 분위기로 이끈다.
그림은 가게를 운영하는 김봉근(68) 화백이 직접 그린 것이다. 가게 곳곳에 과거 송탄 제일극장 간판에 수많은 영화장면을 그렸고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상작을 탄생시킨 김 화백의 손길이 닿아있다. 가게 안의 소품 하나하나 가게 내부 벽면 그림까지 그의 손끝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김 화백이 처음 가게를 연 것은 1998년 9월이다. 당시 송탄에 닭 바비큐 가게는 미군기지 앞이 유일했다. 20여 년이 지나는 동안 한적하던 거리는 번화가가 됐다. 가게는 김 화백을 대신해 아들 김충열(42)씨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군 입대 전 어깨너머로 배우기 시작한 노하우가 쌓인 베테랑 사장님이 됐다. 그러나 가게를 찾는 손님과 음식 맛은 그대로다. 스무 살 무렵 가게를 찾던 단골들은 어느덧 중년이 되었고 엄마 손에 이끌려 왔던 아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어 자싱의 아이들을 데리고 가게를 찾는다.

20여 년 세월의 깊은 맛 묻어나
일품숯불닭바베큐의 메뉴는 이름 그대로 바비큐다. 한식(매콤한 맛), 양식(달콤한 맛), 소금구이 닭바비큐 세 종류다. 석쇠 앞에 놓인 닭고기는 아침에 초벌구이를 마치고 숯불 위에서 다시금 불맛과 향을 입혀 손님상에 나간다. 이 상태에서 소금으로 간단하게 간을 하면 소금구이가 된다. 은근하니 부드러운 닭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재벌구이한 닭에 바르는 양념에 따라 한식·양식으로 맛이 나뉜다. 양식 맛은 케첩으로 맛을 내 달콤함을 살렸고, 한식 맛은 고추장과 고춧가루를 베이스로 매콤함을 강조한 것이 특징. 그중에서도 매콤달콤한 한식 맛은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다. 매콤한 양념이 기름진 닭 바비큐와 만나 중후한 풍미를 자아낸다. 달콤한 첫맛에 이어 오는 매콤한 맛은 입 뒤쪽을 얼얼하게 한다. 몇 조각 먹다 보면 입 안을 식혀 줄 시원한 맥주 한잔 생각이 절로 난다.
입안을 개운하게 만드는 양배추 샐러드는 한 접시만 주문하는 손님이 없을 정도로 인기다. 채 썬 양배추에 케첩, 마요네즈, 향신료 몇 종류를 섞은 드레싱을 얹었다. 단순한 조합 같지만 새콤달콤함 이상의 매력이 있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깊은 맛이다. 바비큐를 포장해갈 때 샐러드를 추가로 사 가는 손님들이 많다. 지금은 손님들의 쇄도하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어 한 팩에 1000원씩 따로 판매한다.
김충열 사장은 최근 늘어나는 치킨 프랜차이즈와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양념과 메뉴를 개발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적지 않은 손님이 추억 속 그 맛을 찾아오는 것을 생각해 “사업확장도 하나의 꿈이지만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는 가게를 만들고 싶다. 몇 년 후에 다시 찾아온 손님들이 ‘아직도 문을 열고 있구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가게로 오래도록 남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20여 년 동안 김봉근 화백과 김충열 사장이 이 가게와 함께 지켜온 것은 손님들의 추억이다.
■메뉴: 한식(매콤한 맛)·양식(달콤한 맛)·소금구이(담백한 맛) 닭 바비큐 18000원
■주소: 평택시 특구로 22(서정동 814-6)
■전화번호: 031-663-9977
■영업시간: 낮 12시~새벽 1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