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민신문] 평택시가 안성천변 군문교 주변을 중심으로 수달 서식현황 조사에 나선다. 앞서 시는 이곳에 (가칭)평택노을유원지 조성을 추진하다가 이곳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직면했다. 수달은 천연기념물 제330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동물이다.
7일 평택시와 평택환경시민연대 등에 따르면 시는 평택동 280의3 일원 안성천변 군문교 주변 부지 30만㎡에 사업비 214억원을 들여 2022년 12월까지 (가칭)노을유원지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이를 보면 야외풀장, 오토·캐러반 캠핑장, 야구장·축구장·파크골프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공존할 수 없는 수달과 오토캠핑장
노을유원지 계획이 알려지자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평택환경행동 등 경기도내 14개 시민사회단체가 11월 24일 평택시청에 모여 기자회견을 열고 “수달서식지 파괴하는 평택노을유원지 내 안성천 군문교 유원지 오토캠핑장 조성을 백지화하고 멸종위기종 1급 수달보호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사)한국수달보호협회가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1년간 진행한 경기남부수계 수달 정밀모니터링 및 보호방안 연구 용역조사 결과다. 평택시를 비롯해 수원·용인·화성·오산·안성시는 각각 예산 2000만원을 들여 협회에 발주했다.
최종용역보고서에는 평택동 군문교 아래와 팽성읍 석봉리 등지에서 수달의 분변이 다수 발견된 사실이 담겼으나 시는 용역 예산도 내고 최종보고서도 받았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노을유원지 계획을 진행했던 것으로 밝혀져 환경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시가 올해부터 평택호와 안성천·진위천 수질을 개선하는 ‘맑은물 종합대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알려놓고 수질 개선에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진 억새군락과 버드나무 숲은 밀어버리고 수질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오토캠핑장을 짓겠다는 계획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박환우 평택환경행동 공동대표는 “평택시 산림 녹지비율은 17%로 매우 부족하고, 행복지수는 최하위 수준”이라며 “억새군락과 버드나무 숲을 밀어버리고 오토캠핑장 등 유원지를 조성하려는 것은 말로만 환경우선 행정, 환경시장을 내세우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질타했다.
노을유원지 원점 재검토하나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환경단체들은 안성천에 수달이 서식한다는 흔적을 속속 발견했다. 안성천살리기시민모임의 ‘수달 모니터링팀’은 11월 20일 밤 11시 24분에 안성천의 지류인 옥정천에 설치된 수달 모니터링 카메라에 포착한 수달의 활동 모습을 공개했다. 평택환경운동은 안성천을 따라 안성천 군문교, 안성천2교, 성환천 합류부, 구안성천교 강변 등 곳곳에서 수달 분변을 발견했다. 수달의 서식반경이 15km로 매우 넓다는 점을 고려할 때 군문교 주변에 수달이 서식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졌다.
시는 노을유원지 등 안성천 주변에 수달이 서식하는지를 조사해 이를 토대로 노을유원지 계획을 수정 또는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김진성 평택시 환경국장은 “억새군락과 버드나무 숲을 밀어버리는 식의 개발은 하지 않겠다”며 “기본 성격을 수달과 사람이 공존하는 자연친화적 생태공원으로 바꿔 오토캠핑장을 백지화하고 야구장을 비롯한 체육시설도 최소화하거나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인구가 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여유휴식공간을 원하는 시민 목소리도 고려해야 한다”며 “환경 보존과 시민 휴식공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낮에는 사람이 걷고 밤에는 수달이 다니는 공간으로 노을유원지를 꾸미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하천에 수달이 살 수 있는 생태섬, 수달이 이동하고 먹이를 구하는 생태통로 등이 제시됐다.
다만 환경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정책과와 노을유원지 계획을 추진해왔던 생태하천과의 답변이 어긋나서 행정의 엇박자가 우려된다. 7일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공청회 개최, 시민과 환경단체의 의견 수렴, 서울지방국토관리청·한강유역관리청 등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내년 3월 노을유원지 기본계획을 수립할 계획”이라며 “많은 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노을유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환경정책과에서 추진하려는 수달서식 현황조사 용역은 내년 6월 완료될 예정이다. 기본계획이 세워진 뒤 수달 서식이 확인되면 제대로 보호대책이 반영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8일 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천연기념물인 수달은 당연히 보호해야 하므로 보호를 먼저 하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며 “수달 서식 여부가 확인되면 기본계획에 즉시 반영할 수 있도록 조율하고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환경단체들은 조사 결과 수차례 수달 서식이 확인된 상태이므로 이를 보호할 대책이 꼭 필요하다는 견해다. 박환우 평택환경행동 공동대표는 “현재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으며 평택시가 조사용역과 보호대책 추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도 “천연기념물이고 멸종위기 1급으로 법적 보호를 받는 수달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계획이 추진된다면 좌시하지 않고 법적 대응 등 모든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