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지방자치 3년 공(功) 그리고 과(過)

김 기 수 발행편집인

7월 1일은 지방자치 민선2기 체제가 출범한지 3주년이 되는 날이다. 흔히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일컬어지는 지방자치의 전면실시는 근세 우리나라 역사상 획기적인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95년 지방의회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을 지역 주민 직접선거로 뽑는 제1회 전국동시선거 이후 전국적으로 볼 때 과거 관선시대에 비해 주민위주의 행정이 펼쳐지는 등 행정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또한 시민 생활과 의식에도 지방선거와 지방자치가 익숙해지고 있어 지방자치는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 되고 있다. 지금 중앙정치권 일각에서 자치단체장을 간접선거 내지 임명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이는 일부 단체장의 개인 비리 등 부분적 문제점을 확대해석해 과거 중앙집권적인 체제로 복귀하려는 시대역행적인 움직임에 불과하다.

그러나 민선2기 3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지방자치제도가 얼마나 시민 속에 정착되고 있는지 냉철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타 자치단체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평택의 경우만 보자. 시의회의 경우, 작년 시의회 의장 선거와 관련한 '금품과 향응' 제공 사건으로 4명의 시의원이 재판을 받고 있고, 한 시의원은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되는 등 시의회는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시민의 대표기구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의원 개개인들의 차기 선거를 겨냥한 개인 행보는 있어도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전체로서의 시의회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지방자치의 중심축인 민선시장을 보자. 현 시장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궁극적으로 다음 선거에 현 시장이 출마한다면 유권자들이 투표행위로 해줄 것이므로 여기서는 논외로 치자. 다만, 민선 2기 3주년을 맞는 지금, 짧게는 지난 3년간, 길게는 1기를 포함한 6년간의 시행정을 통해 현 김선기 시장 체제에 대한 지지여론과 함께 비판적 여론도 일정한 흐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김시장을 지지하는 측은 행정관료 특유의 조직장악력이 뛰어나고, 3개시군 통합 이후 지역 균형개발과 통합을 목표로 무난하게 시 행정을 이끌어 왔고 김시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편, 김시장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은 선거를 의식해 각종 경조사나 행사장에 너무 얼굴을 내밀어 단체장의 본연의 업무인 정책개발과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사업구상에 시간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부터, 평택호 레포츠타운건설과 지난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랜드마크사업의 지지부진, 1500여억원에 달하는 과도한 시 부채와 저조한 공단·택지분양 등 주요 현안사업이 산적해 있는데도 평택항개발 같은 장미빛 청사진 홍보에만 너무 치중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또한 건설적이고 비판적인 여론에 제대로 귀기울이지 않는다는 점과 많은 공무원들이 과거 관선시대의 의식과 관행에서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관료 출신 민선시장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현 단계 지방자치의 발전과정상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 여하에 따라 지방자치의 성패가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현행 지방자치법상 시장의 권한이 막강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개인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민선시대 지방자치를 이끄는 시장의 지도력과 의식, 리더쉽 형태가 형성단계의 지방자치 평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김선기 시장의 지난 시정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형성되는 것과 내년 선거를 1년 앞둔 시기라는 점이 맞물리면서 앞으로 시행정의 공과(功過)에 대한 찬반 양론과 공론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 정부'인 김대중 정권 초기시절 집권세력은 한때 정부에 대한 모든 비판을 개혁에 저항하는 과거 회귀 세력이 개혁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본 적이 있다. 건전한 비판과 정권반대세력의 비판을 동일시하고 귀를 기울이지 않음으로써 시민단체 등 김대중 정권의 개혁을 지원하는 우군들로 하여금 결국 등을 돌리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얼마전 의약분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고조되고 정권이 궁지에 몰렸을 때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을 위해 하느라고 열심히 했는데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며 탄식을 했다는 신문 보도를 본 적이 있다. 곰곰이 되새겨 볼 대목이다.

내년 지방자치 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지역정가에는 선거열풍이 불고 있다. 자천타천으로 시장과 시·도의원 입후보 예정자로 거론되는 인물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고, 주요 정당들도 내년 12월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평가되는 지방선거 공천자 선정 기초작업에 들어가는 등 물밑 움직임이 한창이다. 지역 유지나 재력가, 주요 정당이 한판 대결과 합종연횡을 벌일 선거판은 많은 갈등과 부작용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선거행위는 지방자치의 한 부분이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선거를 통해 시민들은 지방자치의 주인은 정치인이 아니라 바로 평범한 시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정한 지방자치의 핵심은 간단한 것이다. 관(官)이 우위가 되는 사회가 아닌 민(民)이 우위가 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과거 관선(官選)시대의 의식과 관행에 민선(民選)이라는 외양만 걸친 무늬만의 지방자치가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 주인이고 시장을 비롯한 정치인 모두가 시민을 위한 일꾼이 되는 진정한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깨어 있어야 한다. 내년 선거까지 앞으로 1년. 민선2기 3주년을 맞는 현 시점에서 시민이 주인되는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 우리 모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인지 한번 자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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