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의제21 일본연수기-④ 이 종 규 평택의제21 사무국장

천혜의 조건 못 살리는 우리 현실 안타까워
아름답고 푸른평택21 실천협의회(의장 조기흥 평택대총장, 이하 평택의제21)는 6월 24일부터 28일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일본연수를 다녀온 바 있다.
방문지는 가나가와현의 의제21 방문, 요꼬하마 소각장 등 환경기초시설, 동경인근의 야조 공원 등 생태공원, 아시호수 등 대표적 관광시설, 국립과학박물관 부속 자연교육원 등으로 일반관광객이 잘 찾지 않는 곳이 많았다.
숙소인 ‘청소년 유스호스텔’도 요요기 공원의 울창한 산림 속에 위치하여 나무와 숲, 자연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연수3일차 아침식사를 마치고 찾은 야조(野鳥)공원은 여유로웠다.
며칠 궂은 날씨가 모처럼 밝게 개었다. 관리사무소 앞에서 동경만부두공사 관계자가 특별 설명을 자처하고 나선다.
한국에서 온 환경NGO에 대한 특별한 배려란 가이드의 설명이다.
야조공원은 동경만부두공사에서 조성하고 민간단체(자연보호협회)에 위탁하여 운영중이라는 설명이다.
부두공사에서 1억엔을 보조받아 3,600만엔의 운영비를 민간단체에 보조하여 민간단체가 운영하고 있으며 부족한 운영비는 민간단체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조직하여 최소경비로 최대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한다.
야조공원은 새들의 휴식처로, 민물 저수지, 습지, 갯벌 등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새들을 위한 최선의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야조공원을 찾는 관람객을 위해서는 구간별 관찰로를 두어 새들에 지장을 주지 않고 관찰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었다.
야외관찰대가 있고, 실내관찰대가 있었다. 기본설명을 듣고 관찰로를 따라 걷다보니 여기 저기 나이 든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관찰로 주변 풀을 깎아주는 이, 방문자에게 설명을 하는 이, 일본의 자원봉사는 우리의 공공근로 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주로 연로한 노인 분들이 하루 4시간 전후 일을 하고 국가의 보조를 받는 형태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4시간 이상 일해 수입이 늘면 는 만큼 연금수급 총액에서 공제하기 때문에 공제되지 않는 적절한 시간만 주로 공익적인 분야에서 일한다고 한다.
실버세대에게 의미있는 역할을 부여하고 긍지를 가지게 하는 복지정책이 부럽고, 자원봉사 하듯이 일하는 노인 분들이 부럽게 느껴진다.
실내 관찰대에 들어서자 단체 방문객에 대한 교육을 맡고 있는 자원봉사자(자연보호협회 소속 젊은 안내 전문가)와 일반 방문객을 가이드 하는 나이든 자원봉사자들이 반갑게 일행을 맞는다.
젊은 자원봉사자가 파워포인트를 이용하여 야조공원의 어제와 오늘을 설명한다.
애초 수산시장이 들어설 계획으로 갯벌을 매립하여 조성된 매립지가 계획과 달리 청과시장으로 바뀌면서 여유 공간이 생기게 되었고, 개발계획에 지연되면서 자연스럽게 풀이 자라고 습지가 조성되고, 새들이 즐겨 찾는 유휴지로 변했다고 한다.
이에 시민들과 민간단체에서 끈질기게 철새를 위한 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촉구하여 쟁취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관리소의 부두공사관계자가 시민의견을 능동적으로 수용하였다고 설명하였지만, 민간단체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순순히 수용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나라든 어디든 개발을 막고 자연을 회복하는 일이 쉽게 이루어질 리가 있겠는가?
실내 관찰소에는 야조에 대한 각가지 설명자료, 관찰자들의 일기, 야조공원의 과거 사진, 새알, 새 종별 부위별 새털 등이 전시되고 있었다.
그리고 약 30여개가 넘는 망원경이 라운지형태의 전망대 안 곳곳에 설치되어있다.
저수지 여기 저기 말뚝을 총총히 세워 만든 횃대가 보이고, 인공섬, 해안 습지 등이 있어 전망창을 통해 한꺼번에 관찰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마침 말뚝 횃대 위에는 가마우지가 여러마리가 앉아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망원경을 통해 새들을 관찰하던 연수단 일행이 한마디씩 내뱉는다.
“아니, 평택호는 이보다도 훨씬 철새도 많고, 입지 조건도 좋은데…, 우리는 왜 못하는 거야?”, “이 정도는 큰돈 들이지 않고도 설치,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시에 제안해서 우리도 철새 관찰대를 만들도록 합시다.” 등등… 자연을 보호하고 사람이 공생하며 즐기는 모습이 보기가 좋았나 보다.
실내 관찰대를 나와 실외 관찰대도 둘러보던 중 나무 밑에 설치된 경고판을 볼 수 있었다.
새집이 있으니 접근하지 마시오. 아니나 다를까 나무 위를 쳐다보니, 견고하게 제작된 나무 새집을 볼 수 있었다.
공원 내의 이곳저곳 나무에는 새를 위한 나무 새집이 곳곳에 매달려 있었고, 자원봉사자에 의해 일주일 단위로 점검, 기록되며 유지, 관리되고 있었다.
다행히 새집을 관리하는 중년의 자원봉사자를 만날 수 있었다. 마침 산란기여서 어미새가 있는 새집은 관찰시켜 줄 수 없다고 한다.
때 마침 열어본 새집에 작은 알이 하나 있고 다행히 어미새가 없으니 새집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새집 문을 열고 반사경을 통해 나무 아래에 있는 연수단 일행에 작은 알 하나를 보여주었다.
새와 인간에 대한 세심한 배려이리라. 새와 자연에 사랑을 쏟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많이 생긴다면 평택호와 인근 갯벌의 많은 철새도 우리 어린이들과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주고받을 수 있을 텐데….
평택호에 이만한 철새공원이나 시설이 없다는 사실이 방문단을 매우 부끄럽고 안타깝게 한 시간이었다.
오후에는 동경 국립과학박물관 부속 자연교육원을 방문하였다.
과거 자연 원형그대로 숲을 보호하며 나무와 식물, 곤충, 나비, 흙의 생명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각종 자료를 전시하고 숲 자체를 보호하며 활용한 자연 교육공간이었다.
가슴에 다는 리본으로 입장권을 대신하고 있었으며(당연히 나갈 때 회수하였다), 방문자의 숲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교육의 효과도 얻을 수 있도록 관찰기록지도 비치되어 있었다.
단체로 입장한 주부들, 손주를 데리고 온 노인, 어린이와 부모 등 가족 단위 방문자들도 볼 수 있었다.
전시관 뒤편 울창한 원시림(?) 사이로 관찰로가 펼쳐져 있다.
관찰로로 접어들자 나무, 숲 냄새가 코끝에 훅 다가온다.
관찰로변 나무마다 풀마다 이름표가 꽂혀있다.
재잘대는 어린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며 산책을 나온 가족, 숲길을 거닐다가 나뭇잎 뒤의 달팽이를 관찰하는 가족도 볼 수 있었다.
할머니, 어머니, 딸인 듯 3세대가 손을 잡고 소근대며 산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버지보다는 어머니를 따라나선 가족들이 많았다. 여기서도 얘들 교육은 엄마의 몫인가 보다.
구불구불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가며 오래된 나무, 쌈지 연못 등을 연이어 볼 수 있었다.
온 종일 걷다보니 발바닥이 후끈거리지만 머리와 가슴은 상쾌하기까지 하다.
운동하게 해주고 약주는 것이려니 생각하니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도심 공원으로 이렇게 울창한 모습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이 경이로울 지경이다.
느긋하게 고목 아래 그늘의 낮잠이 간절했지만 연수일정이 일정인지라….
자연교육원 입구에서 방문자를 상대로 서명을 받고 있는 인근지역 주부들로 구성된 시위대도 볼 수 있었다.
지나가는 이들을 상대로 전단지를 나눠주고 자세히 설명하는 일단의 주부들은 자연교육원에 악영향을 미치는 인근토지의 대형건물 계획에 반대하여 자연과 숲을 지키기 위한 시민 서명을 받고 있었다.
버스 출발을 늦추고 연수단 일행도 서명에 참가하였다.
말은 잘 안통하지만 의제21 성원으로 국제교류 활동(?)을 통해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대형건물이 자연교육원 숲 옆에 세워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평택의제21 연수단은 4박5일 일본 연수기간 동안 야조공원, 자연교육원, 야마시타 공원, 아시호수의 수변공원, 요요기 공원, 우에노 공원 등 일본의 여러 공원을 둘러볼 수 있었다.
그리고 공원마다 나름대로 특색있는 주제로 공원이 유지관리하고 있음을 재삼 확인할 수 있었다.
평택에도 철새를 위한, 나무를 위한, 가족을 위한, 갯벌의 뭇 생명을 위한, 그리고 새로운 발상의 시민의 사랑을 받는 공원이 우후죽순 늘어나기를 바란다.
자연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가짐의 사람들이 늘어나려면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 옆에 있어야 한다.
평택의제21도 앞으로 평택의 자연과 공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발상의 전환이 정말 필요함을 느낀 짧지만 긴 여정의 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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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의제21 일본연수기>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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