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발전을 위한 제언 - 민관협치

이상훈
평택시협치회의 공동의장

[평택시민신문] 2017년 서울 금천구는 구도심 공중선(전기선, 전화통신선 등)이 복잡하게 얽힌 전신주 문제를 시민과 행정이 힘을 합쳐 해결했습니다. 시민들은 2017년 9월 한전, KT 등과 간담회를 거쳐 문제를 인식, 공유했고 주민자치회를 주축으로 행정과 함께 서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5,000명에 가까운 사람이 서명에 참여해 청와대와 국회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지역 국회의원에게 제도개선을 제안했습니다. 과학기술부와 현황을 충분히 공유하고 시범사업 제안을 해 과학기술부 장관으로부터 2018년 3월 23일 공중선 정비시범사업으로 선정돼 예산을 배정받았습니다. 시민과 구청뿐만 아니라 협치의 방식으로 기업, 과학기술부, 국회, 청와대를 대상으로 지역의 현안을 해결했고, 구청 예산 1200만원만 들여 수억 원을 끌어온 것입니다.

새로운 지방자치정부가 들어서면서 평택시도 극히 일부 시민이 참여하는 기존 자문위원회 방식을 모든 시민이 참여하게 하려는 지향성이 담긴 협치로의 길로 전환했습니다. 진정한 직접민주주의의 지평을 넓히자는 선언을 한 것입니다. 형식적인 거수기인 민간 자문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함께 하자는 것입니다.

협치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그 시도가 성공입니다. 과정을 중시하며 최상의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의사결정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정 의제를 민관의 상호작용과 숙의로 정책을 공동으로 결정, 집행, 평가하는 순환의 일체 과정입니다.

협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주권자인 시민의 권력 행위는 선거를 통해 시장을 선출하고 감시를 위해 의원을 선출합니다. 행정은 시장에게 그리고 행정에 대한 감시는 의원에게 맡긴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제도를 도입하고자 협치가 등장했습니다. 이는 주권자인 시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새로운 상상과 다양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협치는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다시 주권자인 시민과 나누려는 시도입니다. 협치 회의에서 논의되는 주민참여예산, 읍면동장 주민추천제가 대표적인 예다. 주민참여예산은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예산 권한의 일부를 시민에게 재위임의 형태로 돌려주는 것입니다. 읍면동장 주민추천제의 경우도 시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인사 권한 일부를 시민에게 재위임하는 것입니다.

시 행정의 공개, 홍보, 소통을 통해 협치를 협동 참여 행동으로 진화시켜야 합니다. 시 행정의 여러 분야 중 시민 참여가 중요한 부분은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통해 정보의 비대칭으로 야기되는 한계를 넘어서야 합니다. 공개를 넘어 홍보로, 홍보를 넘어 소통으로 발전하고, 협동 행동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되기 위해선 온·오프라인상의 집합적 창구가 필요하고 이는 시 행정부의 노력만이 아니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행동이 필요합니다.

시 행정에 대한 시민의 동의를 확인하고 상시로 시민의 동의 정도를 물어야 합니다. 사후질문 방식이 아니라 계획, 집행, 평가로 나눠 지속적으로 물어야 합니다. 물은 후에는 보고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될 때 시민은 최소한 주인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고 시민 스스로가 권력의 원천인 주인임을 인식할 때 민주주의가 시작됩니다.

주요 시정의 결정에는 최대 다수의 시민이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평택시 인구는 2020년 10월 말 기준으로 53만1655명입니다. 행정부, 의회, 각종 위원회와 원탁토론 등 기존 의사결정 방식으로는 이 결정이 시민 동의로 결정됐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이러한 방식으로 한다고 해도 기존 방식과 결론은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민동의라는 추진 근거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결정에 참여하고 동의한 시민 모두가 시정의 주도적인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공무원이 자발적이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무원은 원론적으로 시민이 세운 공공적 임무를 하는 상근활동가이자 행정의 전문가입니다. 협치 성공의 현실적인 관건은 공무원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끌어내는 것입니다. 행정이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그 문제로부터 혜택이나 손해를 보는 당사자를 참여시켜 해결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우리는 행정의 전문가인 공무원이 참여할 수 있는 묘수를 제공해야 합니다.

협치는 협동입니다. 협동은 신뢰가 있을 때 가능합니다. 신뢰는 상대방에게 나의 가장 소중한 것을 내줄 때 만들어집니다. 시민이 원하는 행정의 가장 소중한 것은 결정 권한입니다. 행정의 결정 권한에 들러리가 돼 헛헛함을 느끼는 동원이 아니라 진정한 참여를 하게 하려면 참여로 결정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참여에서 권한으로, 소통에서 협동으로 갈 때 협치 시민은 등장합니다. 첫 문장을 되풀이해 봅니다. ‘협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그 시도가 성공이다.’ 협치는 하겠다고 할 때 이미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성공의 바탕 위에 우리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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