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영 장편소설 <페인트>를 읽고

조현희(한광중 3)

[평택시민신문] 엄마, 저 현희예요.

며칠 전 저녁 먹고 함께 뉴스를 볼 때 아동학대에 관해 나왔잖아요? 코로나 때문에 아이를 밖에 맡기지도 못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스트레스도 많아지고, 경제 환경이 어려워지니 아동학대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뉴스 말예요. 아무리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과 고통이 있다지만 상상도 못할 방법으로 일어나는 학대를 보면서 엄마가 많이 속상해하시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우리 가족의 기억에 강렬히 남은 그 뉴스가 이번에 열린 학교 독서골든벨 추천 도서인 <페인트>(이희영 지음, 창비 펴냄)를 읽다가 떠올랐어요. 페인트는 자녀가 부모를 선택한다는 색다른 소재로, 주인공 제누 301이 부모를 찾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아이 키우기가 너무나도 힘들어 요즘 출산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건 엄마도 잘 알고 계시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설 속 미래 한국에서는 아이를 낳기는 해도 키우지 못하겠다면 NC센터라는 곳으로 데려가 교육시키고 차후에 부모를 아이가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출산율을 보완해요. 아이들은 NC센터에서 어린 시절부터 교육받고 적절한 나이가 되면 자신에게 맞는 부모를 선택해 센터를 나갈 수 있어요. ‘프리 포스터’라고 불리는 예비 부모들과 여러 차례의 면접을 거쳐 진짜 부모와 자식으로 거듭나는 거죠. 제누는 많은 부모를 거치며 지원금과 혜택만을 보고 접근하는 부모들을 구별해 내게 돼요. 부모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나름대로의 기준이 있었던 제누가 대화하는 장면을 읽을 때마다, 제누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존경심까지 느꼈다니까요.

소설의 막바지에서 제누 301은 자신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부모를 만나요. 하지만 진짜 부모로서 선택하는 마지막 단계만을 남겨놓고 제누는 센터에 머무는 결정을 내려요. 소설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이런 제누의 선택은 신중하고 중요한 결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소설 속 세계에서는 부모라는 존재를 경험하지도 못한 아이들에게 부모를 결정하도록 해요. 그럼에도 제누는 누구보다도 깊게 생각해왔어요. 제누가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 저는 금세 수긍하게 되었어요.

후에 제누는 이런 말을 해요. “우리는 더 좋은 부모, 능력 있는 부모를 기다리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그저 나와 인연이 닿는 다른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일지도.” 이 말이 저는 아주 인상 깊었어요. 책을 읽으며 가볍게 생각한 ‘부모 선택’이라는 소재가 새삼 진지하게 느껴지는 거 있죠? ‘선택’이 아니라 우연과 인연으로 이어져서 서로에게 맞춰가며 사랑하는 관계가 바로 부모 자식간의 관계라고 생각해 보았어요.

흔히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나는 어떠한 부모를 선택할 것인가’하고 스스로 기준을 세워본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생각이 꺼려졌어요. 물론 사랑하는 부모님 말고 다른 사람을 부모님으로서 선택해야 한다는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인공 제누처럼 진짜 부모님의 온기를 느끼지 못한 아이처럼 생각하는 게 참 힘들더라구요. 만약 기준을 세운다면 서로에게 항상 사랑을 주고 깊은 곳의 감정까지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부모를 선택할 것 같네요. 이런 부모가 되거나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렵겠지만 이런 관계가 부모와 아이의 이상적인 모습이 아닐까요? 사실 저는 어떤 기준을 세운다고 해도 당연히 지금 부모님과 그대로 함께 하고 싶어요.

엄마, 저는 책을 읽고 나서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가상의 세계라지만 소설 속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와는 반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저를 잘 키워주시고 사랑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더라구요. 언젠가는 저도 부모가 되겠죠? 이 책을 읽고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되새기게 되었어요. 그 관계를 망가트리지 않고 더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앞으로 제가 준비하고 노력해야 할 일인 것 같네요. 엄마도 꼭 읽어보시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네요. 항상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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