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우(한광중 2)

[평택시민신문] 재인아, 안녕! 코로나19 때문에 올핸 너랑 자주 만나지 못해서 정말 심심하구나.

얼마 전 가족들과 함께 저녁 뉴스를 보고 있는데 프랑스에서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너도 봤니? 그건 바로 이슬람 테러리스트에 의한 교사 참수 사건이었어. 프랑스에서 한 교사가 ‘표현의 자유’에 관해 수업하던 중 무함마드를 풍자한 만화를 보여주었대. 하지만 이것에 종교적 수치심을 느낀 이슬람교 극단 세력과 평소 교사의 수업에 불만이 있던 학부모와 학생들이 동참해 길거리에서 교사를 참수시켰다는 거야. 이 뉴스를 접한 나는 인상이 저절로 찌푸려졌어.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고 생각하던 중에 우리 학교 독서토론 동아리에서 함께 읽고 토론했던 <하얀 깃털>이라는 책이 떠올랐단다. <하얀 깃털>은 영국에서 반전 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평화주의자 엄마와 목사님이면서 전쟁영웅으로 존경받는 할아버지를 둔 올리비아라는 우리 또래 여자애가 주인공인 책이야. 올리비아가 다니는 학교에 사관학교의 체험프로그램인 ‘카뎃’이 들어오려는 일 때문에 엄마와 할아버지 사이에 갈등이 생기고 학교에서도 학생들끼리 분열이 일어나게 되거든. 그러면서 퀘이커교도이자 올리비아가 좋아하는 남자애 에이든이 카뎃을 반대하는 입장에 서게 되고, 카뎃을 찬성하는 학생들에게 비겁한 겁쟁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공격을 당해. 이 과정에서 올리비아는 에이든을 도와주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방학이 시작되지. 나는 이 장면에서 평화를 지키려고 했던 노력이 다른 관점에서 보면 비겁한 일로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 그리고 올바른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생각하게 됐단다.

올리비아의 할아버지가 한 연설 중 “퀘이커교도는 평화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군대는 긴 세월 동안 평화를 지켜왔습니다. 여러 가지 모순점이 있다 해도, 우리는 평화를 위해 싸웁니다”라는 대목이 있었거든. 이 대목을 읽으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 평화를 위한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는데, 참 아이러니하지 않니?

엄마가 평화시위 중 경찰에 잡혀가는 바람에 올리비아는 아빠와 함께 린디스판 섬에서 방학을 보내게 됐어. 그리고 그 섬의 고성에서 산책하다가 우연히 또 다른 남자아이 윌리엄을 만나. 이 윌리엄이라는 인물은 사실 올리비아가 사는 현재가 아닌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영국이라는 과거 시간에서 온 아이였는데 처음에 그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나는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 올리비아는 그림을 사랑하는 평화주의자로 참전을 앞두고 고민하는 윌리엄과의 여러 일로 인해, 카뎃으로 생긴 갈등과 분열에 대해서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지. 그 결과 지금까지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게 되고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가면서 이야기는 마무리된단다. 결말을 다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가 되니 궁금하면 재인이 너도 직접 읽어보렴.

<하얀 깃털>은 결국 서로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기준에서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일들을 이야기하고 있어. 그런데 뉴스에 나온 프랑스 교사 참수 사건은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운 것이기 때문에 처음엔 이 책의 주제와 비슷한 듯 아닌 듯 헷갈리기도 했단다. 하지만 갈등이 일어났을 때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그 의견에 대해 비난받지 않을 수 있는 세상과 사회를 먼저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특히 테러란 각자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자기와 다른 의견에 대한 폭력이니까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생각해.

독서토론을 마무리하면서 각자 밑줄친 한 구절을 발표할 때 “우리가 테러리즘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중요한 가치 가운데 하나는 표현의 자유라고 할 수 있지. 그런데 만약 평화주의자들이 자신의 신념을 표현하는 것을 막는다면, 그때는 테러리스트들의 생각을 지지하게 되는 거야”라는 아미스 선생님의 말씀을 골랐어. 앞으로 재인이 너와 내가 살아갈 세상은 더는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선 <하얀 깃털>에 나오는 에이든이나 올리비아처럼 갈등이 생겼을 때 서로를 존중하는 사람이 되도록 함께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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