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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령 좋은술 대표이사전통주는 친구처럼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
안노연 기자 | 승인 2020.10.14 11:49

[평택시민신문] 최근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크게 증가하면서 우리 술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달 9일 발간한 <2019 주류시장 트랜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류 소비자가 전통주를 마시는 비율은 ▲2016년 15.7% ▲2017년 16.2% ▲2018년 19.2% ▲2019년 20.1%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7월 ‘주류고시’ 개정으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우리 술은 쇼핑몰뿐만 구독경제(일정 기간 구독료를 지불하고 상품, 서비스 등을 받는 경제활동) 등 다양한 시장을 통해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오성면 숙성리에 위치한 양조장 좋은술의 ‘천비향’이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천비향은 2018년, 2020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두 차례 대상을 수상했으며 지난해 열린 여야 5당대표 회동과 한-아세안 정상회의 만찬상에 오르기도 했다. <평택시민신문>은 오성면 숙성리 황금뜰에 둘러싸인 좋은술에서 우리 술을 계승‧발전시켜나가는 이예령(55)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섯 번 빚어 만든 우리 술

합정동 도심에서 나고 자란 이예령 대표가 처음 술을 담근 계기는 가족들이 마실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술을 즐기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숙취가 적은 술을 만들어 대접하자는 생각에 어머니에게 술 담그는 법을 배웠다. 이를 계기로 한국가양주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전통주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우리 술 담그기를 배웠다. 좋은술은 당시 학교에서 만난 강사, 수강생 등 5명이 함께 2013년 의왕시에 세운 법인이다. 이후 함께 양조장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개인사정으로 떠나면서 2017년 오성면으로 양조장을 옮겨왔다.

술을 빚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이 대표가 목표로 한 것은 술을 세 번, 다섯 번 빚어 만드는 삼양주(三釀酒)나 오양주(五釀酒)였다. 공부 당시만 해도 삼양주는 고문헌으로만 접할 수 있었다. 시중의 술은 덧술 없이 한 번 빚는 단양주(單釀酒)나 두 번 빚어 만드는 이양주(二釀酒)가 대부분이었다. 처음 만든 밑술에 쌀과 누룩을 넣어 다시 발효하는 덧술 과정을 수차례 거치고 숙성까지 마쳐야 해 만들기 까다로운 탓이다. 실제로 여러 번의 고배를 마셨다. 적지 않은 술을 만들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수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6개월여의 저온숙성을 거치는 방법으로 지금의 ‘천비향’이 완성됐다,

이 대표는 “삼양주, 오양주는 손도 많이 가고 과정도 길어 힘들었다”면서 “하지만 삼양주·오양주는 술맛도 좋을뿐더러 와인처럼 시간이 흘러도 맛이 좋아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도록 고집했다”고 말했다.

 

전통주, 어려운 술 아니야

“처음 양조장을 시작하면서 전통주 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머리를 모아 천년의 비밀을 가진 향기라는 의미로 천비향이라고 지었어요. 그 이름처럼 과일, 꽃 등 신비한 향이 나요.”

탁주(14도), 약주(16도), 화주(증류주‧40도)로 나오는 천비향은 오성에서 자란 멥쌀과 찹쌀로 만들어진다. 일주일 동안 4번의 덧술을 더하고 수개월 동안 저온숙성을 거친다. 이 과정을 통해 맛이 부드러워진다. 향도 은은하면서 그윽해진다. 아스파탐이나 스테비오사이드 같은 감미료는 들어가지 않는다. 이 대표는 “오래 숙성된 술에는 편안함이 있다”며 “천비향은 친구처럼 편히 마실 수 있는 술”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우리 술이 비싸고 즐기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자 누구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술을 출시하고 있다. 알코올도수를 각각 8도와 10도로 낮춘 삼양주 탁주 ‘택이’와 ‘술 그리다’, 홍국(붉은 누룩)을 넣어 분홍빛을 띠는 탁주 ‘술 예쁘다’가 그것이다. 주 고객층인 20~40대와 여성을 위해 가볍고 편히 마실 수 있도록 도수를 10도 내외로 낮췄다.

“우리 술 하면 사람들은 어르신에게 선물하거나 제사에 쓰는 술로만 생각해요. 놀러 가거나 파티할 때 와인과 맥주를 마시자는 말은 해도 우리 술을 즐기자는 이야기는 잘 안 하죠. 하지만 전통주는 유기산과 유산균이 많아 소화가 잘 돼 회나 스테이크와도 잘 맞아요. 사람들이 우리 술이 모든 음식과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해요.”

우리 술 와이너리 만들고파

이 대표는 전통문화란 “선조들의 삶이자 여흥”이라고 표현했다. 그렇기에 현대적 해석을 가미해서라도 많은 사람이 향유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우리 술에 대한 무겁고 딱딱한 편견을 깨기 위해 체험행사·전통주 수업뿐만 아니라 탁주 파티 등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양조장에서 연 파티에는 20·30대 8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올가을에는 청담동에 위치한 싱글몰트 위스키바와 정선의 미술관에서도 행사를 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취소됐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현재는 안압지에서 출토된 주령구를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술자리 놀이도구를 만들어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술뿐만 아니라 시를 쓰고 풍류를 즐기며 술을 마시는 좋은 문화가 있는데 이를 활용한 것”이라며 “올해는 코로나19로 여러 행사가 중지돼 아쉽지만 혼자서라도 주령구를 만들어 젊은 친구들에게 보급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와인처럼 우리 술 와이너리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곳곳에 다양한 특징을 가진 술이 많은데 한 자리에 모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것이다.

“저도 아직 찾아보지 못한 우리 술이 많이 있어요. 그런 술을 모아 사람들에게 우리 술을 제대로 알리고 싶어요. 다른 고장은 탄광과 동굴에 와이너리를 만들기도 하는데 평택시도 우리 술을 보관할 수 있는 명소를 만들었으면 해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도 우리 술을 시작으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에 평택쌀로 좋은 술을 만드는 곳이 있으니 시민분들이 많이 알아주고 찾아오시면 좋겠어요.”

안노연 기자  webmaster@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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