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이 우리와 다음 세대의 삶을 좌우

기후위기와 불평등 등은 우리의 현실
지속가능한 평택 위해 실천해야 할 때 
평택시 초입 단계…더는 미룰 수 없어

[평택시민신문] 평택의 도시재생과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왕성히 활동해온 이창언 교수가 최근 실용주의를 다룬 책을 냈다. 그는 고려대·연세대·성공회대· 방송대 등에서 교수로 재직하며 시민사회와 시민운동, 로컬거버넌스, 매니페스토, 지속가능발전목표(이하 SDGs)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현재 난징(南京)대학교 정부관리학원에서 SDGs한중일 비교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자신이 자라온 평택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열정적으로 고민해온 그가 실용주의에서 어떤 정책 대안을 찾았는지를 4일 원평동에서 만나 들어보았다.

 

어린 시절 얘기부터 듣고 싶다

10살 때 평택에 와서 자랐다. 중학생 때는 특별한 꿈도 없고 농업고등학교를 가서 농부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문학전집을 읽다 보니 감수성이 예민해져선지 목가적인 삶을 바랐다. 그러나 대학을 가야 한다는 부모님의 반대로 인문계 고등학에 진학해야 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한 선생님에게 전태일 열사, 광주민주항쟁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빈부 격차가 심화되는 현실을 어렴풋이 알게 됐다.

내가 사는 우리나라가 정의롭지 못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부조리한 사회를 바로잡으려면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부조리한 사회를 바로잡을 대안을 찾느라 고민이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대학시절, 진리탐구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며 작은 힘을 보탰다.

몇 년이 지나 대학교를 떠나서는 시민·사회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1997년 대선을 거치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제도적 민주주의가 안착되고 지구화-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더는 낡은 변혁이론이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전 인류적 가치 속에서 한국 사회가 좋은 길로 나아갈 정책 대안을 찾고자 사회학에 파고들어 사회와 역사이론, 지속가능발전과 협치, 도시지속가능성을 연구했다.

“실용주의는 우리 삶과 사회를 어떻게
 합리적·효율적으로 개선할지 찾는 것…
 공공성과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가능

최근 <한국인의 에너지, 실용주의>를 출간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이 책은 한국인의 에너지를 평등주의, 민족주의, 집단주의, 가족주의, 실용주의라는 다섯 가지 사고·행위 양식에서 살핀 ‘역동적 한국인 총서’ 중 하나다.

한국의 근대 100년의 역동성이라는 맥락에서 실용주의의 긍정성과 부정성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뒀다. 기존의 실용주의자들이 천명한 방법, 실용주의의 특징, 한국에서 실용주의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실용주의의 한국적 적용 가능성을 검토했다.

 

실용주의에 주목한 이유가 있는지

실용주의는 ‘이념적 원칙이나 명분, 이상론(理想論)보다는 현실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거나 실질적 결과를 얻는 것을 중요시하는 태도’를 뜻한다. 여기서 합리성은 무엇보다도 구체적·현실적 이익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대화와 소통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립이 오랜기간 치열했던 탓이다. 아무리 좋은 의견이라도 상대의 의견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고 참으로 비효율적이다.

실용주의는 이념의 극단적 대립보다는 우리 삶을 어떻게 합리적·효율적으로 개선할지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예로 흑묘백묘론을 들 수 있다.

결국 실용주의가 우리에게 유용한 행동과 사유의 양식이 되려면 공공성과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또 우리 사회의 역동적 에너지로 작동하려면 개인주의적 실리가 아닌 공공성·거버넌스 등의 요소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

 

공공성과 열린 사회라는 측면에서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이라고 보는지

정보가 많아지고 접근하기 쉬워지면서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영향으로 개인주의가 심화되면서 개인이 파편화됐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분야에서 하나로 묶어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정보는 많아졌지만 ‘깊이 있는 정보’를 찾기 어렵다. 우리 삶에서 선택의 폭은 생각보다 넓지 않고 국가와 기업의 결정에 휘둘린다.

결국 사람이 변해야 한다. 이때 사람들이 동의하고 사회를 변화시킬 유인기제가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SDGs는 매우 유효하다.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 발전을 고민하는 것은 너무도 중요하고, 정부와 기업이 반대할 수 없는 담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도시인 평택의 지속가능 발전 단계는 어느 지점에 있는가

선진적인 국가, 도시와 비교할 때 평택시는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고 본다. 시도는 하고 있으나 SDGs 이행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조례 등 제도가 정비되지 않았고 주요 지표가 개발되지 않았으며 시정의 주요정책에도 반영되지 않고 있다. 원인을 보면 타 시도에 비해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행정의 이해와 실행 의지가 초입 단계라 할 수 있다.

SDGs를 설명하면 2015년 지구촌 193개 나라가 합의하고 유엔이 제시한 지속가능발전목표다. 203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 불평등 감소 등 17개 목표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달성해 나가면서 경제·사회·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17개 목표를 보면 경제·환경·고용 등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망라돼 있다. 사회적 합의 속에서 평택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 추진하고 매년 모니터링하면서 달성율을 점검하다 보면 평택은 정말 살기좋은 도시가 바뀔 수 있다.

공동 목표를 이루기 위한 통합적 관리도구로서 SDGs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혁신적인 지방정부 전략, 시민사회 이니셔티브, 네크워크, 제도화가 요구된다.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세우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이 대립할 수 있지 않나

SDGs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실현 가능한 세부 목표와 지표를 세우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갈등이 해결되고 자연스럽게 합의의 틀이 만들어질 수 있다. SDGs의 장점은 지속가능발전이라는 누구가 합의할 수 있는 이념과 가치를 제기하고, 과정을 소중히 여기고, 다양한 그룹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협력을 이끈다는 점이다. 지역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지역 사회의 합의’다.

 

코로나19 확산, 올여름의 기후위기, 불평등 심화 등으로 우리의 미래를 암담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아졌다.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낙관할 수 있겠는가

기준이 중요하다. 아파트·자동차·다이아몬드와 쌀·공기·물 중에서 무엇을 더 중시해야 할까. 당장 필요한 것은 아파트·자동차·다이아몬드일 테고 없으면 살 수 없는 것은 쌀·공기·물일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절박한지를 따져 기준을 세워야 한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등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절박한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이것이 우리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사회적 합의가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SDGs를 이행해야 할 2030년까지 이제 10년이 남았다. 그 기간에 어떻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 목표와 지표를 달성할지에 따라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의 삶이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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