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부터 꽃길 가꾼 강연순 씨
주민 동참으로 사시사철 꽃 활짝
700m에 꽃·나무 120종 자라

왼쪽부터 조영숙씨, 강연순씨, 김영숙 유천1동 부녀회장

[평택시민신문] 평택시 유천1동 길가에는 진분홍 꽃범의꼬리, 샛노란 붓들레아, 크림색 봉선화 등이 활짝 폈다. 이렇게 논을 따라 쭉 이어진 꽃길은 700m에 이른다.

이 꽃길은 7년 전부터 시작됐다. 이 마을에서 텃밭을 마련해 농사를 짓던 강연순(69)씨가 길가에서 꽃과 나무를 심으면서부터다. 강씨는 꽃 키우는 걸 무척 좋아해 집에서 수백종을 키우고 있었고, 모종을 옮겨심고 정성껏 가꾸기 시작했다. 강연순씨는 “겨울을 나는 다년생 식물 중에서 예쁘고 향기로운 것들로 골라심었다”며 “지나가다 예쁘다는 동네분들에게 모종을 나눠주다 보니 꽃을 심는 분들이 늘어나더라”고 말했다.

꽃길 가꾸기에 주민 조영숙(67)씨와 김영숙(55) 유천1동 부녀회장이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조영숙씨는 “예전부터 꽃을 좋아했다”며 “서로 예쁜 꽃을 분양해주고 함께 가꾸다 보니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유천1동 마을길은 소박하지만 아기자기한 꽃길로 바뀌었다. 사시사철 피는 꽃과 나무가 120종을 훌쩍 넘겼다. 봄에는 개나리·진달래·독일붓꽃·꽃잔디가 흐드러지고 고광나무와 팥꽃나무 꽃이 핀다. 여름에는 해바라기·꽃범의꼬리·붓들레아·봉선화·천사의나팔, 무간주나무 꽃이 눈길을 끈다. 가을에는 코스모스·과꽃 그리고 색색의 국화가 피어난다. 겨울에도 측백나무, 황금실화백이 길가를 장식한다.

하지만 길가에 만든 꽃길이다 보니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가장 문제는 꽃과 나무를 몰래 파가는 행위다. 특히 모종이나 묘목 가격이 나가는 화목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사라진다. 강연순씨는 “핑크빛 에나멜수국과 화려한 작약을 심었는데 누가 몰래 가져가버렸다”며 “꽃이 활짝 피면 정말 예쁜데 제대로 피기도 전에 사라져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조영숙씨도 “마을 주민 한 분이 금빛이 도는 금소나무를 길가에 심었더니 비가 와 땅이 물러진 날 뿌리째 뽑아갔다”며 “결국 마당에 옮겨 심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일을 자주 겪다 보니 이제는 마음을 비웠다고 한다. 강연순씨는 “보고 싶고 좋아서 가져갔을 테니 그 꽃을 예쁘게 키워줬으면 한다”며 “한 사람이 보든 여럿이 보든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가 사라지는 것 아니지 않냐”며 웃었다.

긴 장마가 끝난 요즘은 무성히 자라난 잡풀을 제거하는 것도 일이다. 김영숙 부녀회장은 “꽃을 심는 것보다 잘 가꾸는 게 더 힘들다”며 “강연순씨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의 노력으로 마을길이 예쁘게 바뀌었고 이제는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산책하러 올 정도”라고 자랑했다.

이들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꽃길을 계속 가꿀 생각이다. 강연순씨는 “무릎이 좋지 않아 주변에서 ‘뭐하러 힘든 일을 하냐’고 하기도 한다”며 “꽃을 보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성껏 가꾼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면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기에 건강히 허락한다면 멈추고 싶지 않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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