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탄 정체성 살린 ‘문화 생태계’ 만들고 싶다

 

문화공간 ‘숯’ 22일 개소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해
풀뿌리 문화 ‘자양분’기대

[평택시민신문] 시민의 문화 참여 욕구가 높아지면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삶 속에서 문화예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관에서 ‘내려보내는’ 예산 없이 문화예술인 또는 문화소모임이 활동하기 쉽지 않다.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 화가가 여는 개인전은 물론이고 시민이 모여 꾸린 문화소모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이 힘을 모아 창작과 문화 향유를 위한 공간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22일 개소를 목표로 단장 중인 ‘문화공간 숯’이 바로 그곳이다.

문화공간 숯을 개소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온 최선자(61) 재능나눔 봉사단체 소금꽃 회장을 만나보았다.

 

송탄에 새로운 문화공간이 생긴다는 소식을 들었다

1년여의 준비 끝에 ‘문화공간 숯’을 22일 개소환다. ‘소금꽃’과 ‘문화나눔 송사모’가 힘을 합쳐 준비해왔다.

송탄은 문화적으로 취약한 지역이다.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공유할 공간도 소소하게 전시·공연을 할 장소가 전무하다. 문화예술인이 모임을 하려 해도 마땅한 곳이 없어 카페나 식당에서 만나야 한다. 송탄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이 많음에도 문화적으로 소외된 느낌이 강하다.

 

문화공간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을 거 같은데

좋은 뜻이 있고 하려는 의지가 있으니 많은 분이 도움을 주셨다. 특히 임종규 자혜한의원 원장이 취지에 공감해 한의원 2층의 100㎡나 되는 공간을 선뜻 내줬다.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내부를 꾸미는 데 필요한 예산은 평택시에 문화예술 공간조성 공모를 신청해 사업비 2000만원을 받고 회원들이 십시일반 보태서 마련했다. 공연이 가능하게 하기 위해 방음시설을 갖추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고, 전시를 위해 조명에도 신경을 썼다.

 

개소에 맞춰 고 조순조 화백 추모전을 준비한다 들었다

고 조순조 화백은 오랜 세월 송탄미술계를 이끌어온 분이다. 고인의 작품 뿐 아니라 생전 영상·인터뷰 등을 준비해 송탄의 문화예술 발전에 헌신해온 고인의 유지를 되새기려 한다.

 

문화공간 숯을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지

공자가 논어에서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고 했다. 문화공간 숯은 누구나 자유롭게 문화를 즐기는 곳이다. 송탄의 문화예술인, 문화예술 단체·소모임,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음악인들이 모여 버스킹 공연을 할 수 있고, 화가들이 전시회를 열 수 있고, 소모임들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고, 단체가 세미나나 포럼을 열 수도 있다. 문인들이 모여 문학에 관해 토론하고 서로의 작품을 평가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문화공동체의 자율성이 회복돼 올바르게 작동함으로써 문화예술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더 바랄 게 없다.

그동안 문화예술은 관이 주도해왔다고 볼 수 있는데 민간의 자발적인 움직임이라 기대가 생긴다

규모는 작아도 이곳을 주민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생태계로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은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스스로 즐기는 분들이다. 또 하나는 더 성장하고 확장하려는 분들이다. 문화 저변이 확대되고 향유하는 인구가 늘어날수록 문화예술의 동력이 커진다. 여기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공유하고 논의하면서 송탄만의 색깔로 특화된 문화가 발굴되고 성장했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고 정말 좋다. 가능한 범위에서 아낌없이 돕고 지원하겠다. 이곳을 개소한다 하니 한 캘리 동아리에서 작업해도 되냐고 묻더라. 맘껏 와서 편하게 이용하라고 했다.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젊은 문화예술인이 실력을 갈고 닦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선보일 수 있게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일도 할 생각이다.

 

송탄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송탄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이루게 해준 곳이다. 고향은 전남 해남 땅끝마을이다. 가난하고 힘든 시절이어서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상경한 뒤 쭉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에 살 때 기회가 될 때마다 전시회를 다니면서 보는 것에 만족하며 살았던 거 같다.

그러다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남편 사업 때문에 1995년 송탄으로 왔다. 그리고 1998년 평택예총 시민예술대학에서 서양화를 배우며 마침내 꿈을 이뤘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잡념이 사라지고 어느 순간 푹 빠지더라. 서양화를 배울 때 정신없이 그리다 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고 교육실에 혼자 남았던 적이 종종 있었다. 심지어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문예회관 정문이 잠겨있어 보안업체에 연락해 간신히 나온 적도 있었다.

 

화가로서 자신을 평가해본다면

20년을 그렸지만 무엇보다 나만의 색깔을 아직 찾지 못했다. 뛰어난 작품을 보며 배우고 따라하는 수준이다. 부족한 점은 많지만 정말 좋아해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화가도 좋고 문화예술인도 좋아졌다. 뛰어난 예술인을 보면 그냥 좋고 그분과 교류하고 싶어진다. 특히 순수하게 문화예술을 하는 분들을 보면 뭔가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다.

 

문화예술뿐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송탄에서 산지 3년 째인 1998년부터 중앙동에서 통장으로 일했다. 마흔이 안 됐으니 통장을 하기에 어린 나이였는데, 주위에서 권유하시더라. 열심히 일하니 동네 어른들에게 예쁨도 많이 받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지역봉사를 쉬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많은 경험을 했다.

문화예술과 봉사를 접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2017년 재능기부 봉사단체 ‘소금꽃’을 만들었다. 재능 있는 여성들이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대상으로 미술·음악·연극·캘리그라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3년간 매주 빠짐없이 봉사를 해왔는데 올해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문화예술인으로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문화예술은 모두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활동이다. 또 문화와 예술을 발굴하고 키우는 일을 제대로 하려면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자발적으로 생겨 여러 사람이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문화, 예술의 ‘풀뿌리’ 속성을 간과하면 안된다.

그렇다면 행정이 할 일은 분명하다. 문화예술인이 자발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를 지속가능하게 뒷받침해줘야 한다. 그래야 송탄에 풀뿌리 문화공간이 생기고, 평택 전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이렇게 문화가 자리잡고 성장해야 살기좋은 지역사회가 된다. 매일 일만 하면 살 수 없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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