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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은 예비사회적기업 더이음 대표문화예술인 자립과 누구나 문화예술 향유할 수 있는 사회가 목표
안노연 기자 | 승인 2020.07.01 12:46

문화예술 전공자 자립 위해 창립
메세나협회 우수 단체 연속 선정
지역 문화공동체 만들고 싶어

[평택시민신문] 정혜은(43) 예비사회적기업 더이음 대표가 문화예술 교육에 몸담은 지 올해로 15년이 됐다. 풍물패로 시작한 그의 음악 활동은 쌍용차 투쟁과정을 거치며 지역에서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음악치료로 영역이 확장됐다. 이 과정에서 음악은 공연과 교육을 넘어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며 소통하는 매개체가 됐다. 전국 유일 전통음악 기반의 음악치료 예비사회적기업 ‘더이음’을 설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문화예술인의 자립과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국악 전공자들과 함께 더이음 활동을 하고 있는 정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쌍용차투쟁 과정에서 음악의 치유성 깨달아

정혜은 대표가 평택에 정착한 계기는 대학생 농촌봉사활동(농활)이었다. 지금은 평택농민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당시 다른 대학에서 농활을 온 남편 고재형씨를 만나 결혼하면서 평택에 살게 됐다. 국악과는 2006년 평택문예패 ‘사람’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아동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시작한 것도 문예패 활동을 통해서였다. 한 유치원에서 국악 수업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여러 곳에서 수업요청이 쏟아졌고 이를 계기로 정 대표는 음악교육 강사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그가 음악 활동에 대한 인식을 달리한 계기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투쟁을 거치면서부터다.

“2009년 쌍용자동차 옥쇄파업을 앞두고 노조에서 활동하는 선배에게 연락이 왔어요. 곧 정리해고가 시작될 것 같고 조합원 아이들 엄마들도 공장에 와서 함께 투쟁해야 할 것 같으니 아이들을 돌봐달라는 부탁을 받았어요. 그래서 쌍용차 공장에 들어가 조합원 자녀들과 음악 수업과 전래놀이를 하면서 놀았죠. 그러면서 아이들과 가까워졌는데 파업이 패배로 끝나면서 만나기 어려워졌어요. 아쉬웠죠. 노동운동을 해본 적이 없으니 노동자들이 이길 줄 알았거든요.”

2011년 심리치유센터 와락이 문을 열면서 그는 다시 조합원 자녀들과 함께할 수 있었다. 당시 정 대표는 쌍용차 사태로 아이들 마음에 상처가 컸으리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수업 중에 상처 입은 사람들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말을 꺼내 놀랐다고 한다.

“아이들이 북을 치기 전과 후 정서가 다르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았는데 뭔가 그 이상의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2013년 음악치료대학원에 들어갔어요.

문화예술 전공자의 생활안정이 중요

대학원을 졸업한 정혜은 대표는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뛰어들었다. 전통음악과 음악치료를 연계한 수업이 호평을 받았다. 수업요청이 쇄도했다. 혼자서 감당하기 어려워져 함께할 문화예술인을 찾았고 강사를 양성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더이음’을 창립했다.

“강사들이 늘면서 그들 생계를 오롯이 책임지지 못하면 우리 교육을 제대로 배우라고 하기 어렵겠더라고요. 좋은 교육 좋은 공연을 위해선 문화예술 전공자들의 안정된 일자리 문제가 우선 해결 과제였어요. 당시 사회적경제 아카데미를 듣고 있었는데 거기서 정보를 얻어 경기도 따복공동체 창업프로그램을 신청했어요. 그동안 해온 활동이 인정을 받아 선정돼 창업과정을 거쳐 2018년 ‘더이음’을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정 대표는 더이음을 통해 문화예술인의 안정적인 생활과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기반을 고민하고 있다.

“지금 음악인들 대부분은 프리랜서고 한 가지 이상의 직업을 병행하고 있어요. 공연자들이 정규직이고 급여가 나온다면 돈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지금이라도 당장 사무실 밖에 나가서 공연할 수도 있잖아요. 공연은 현장성이 있어서 직접 보거나 들으면 감정적으로 더 크게 와닿지만 현실은 여유가 있는 사람만이 돈을 주고 극장에 가야 볼 수 있어요. 일상에서 좋은 공연을 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면 문화예술로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해요. 평생 자기직장이라고 생각해야 음악도 즐기면서 할 수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참여하고 있는 팀원들 모두 정규직이 돼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면 시민들의 삶을 문화예술로 북적이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더이음에는 4명의 정규직 강사 외에도 15명의 프리랜서 강사가 함께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들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관객과 소통할 수 있어야 좋은 공연

“국악 실내악이라고 편의상 말씀드리는데 저희는 치유 음악회라고 이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암 환자 전용 병동에 계신 분들은 생명에 대한 의지가 약해져 있는데 저희가 공연하면서 환자분의 이름을 넣어 노래를 불러드리면 우시기도 해요. 치료가 대상자 중심인 것처럼 공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국악 실내악이라고 해도 객석과 소통하며 주고받고 추임새를 따라할 수 있도록 구성해요. 관객과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좋은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수업은 문화예술인성교육으로 진행되는데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개인의 강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요.”

더이음의 전통음악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 공연은 대상과 소통·공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행위자와 향유자 둘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매개로 하나가 된다. 이 과정에서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면서 일종의 치유적 기능까지 더해진다. 이 같은 점이 높이 평가돼 더이음은 한국메세나협회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각각 2년 연속 우수 단체와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동안 평택지역 외에서 주로 사업을 해온 정 대표는 이제 예비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고 했다. “마을 사업처럼 평택에서 벌일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어요. 음악을 모르는 사람도 여럿이 음계 하나만 가지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지역에서 문화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아직 지역사회에 기반이 단단하지 않아 막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최근 코로나19로 문화공연을 자유롭게 할 수 없어 예술인들도 힘든 상황이지만 음악으로 위로 받고 힘을 얻어 평택시민 모두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안노연 기자  webmaster@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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