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진 규<시의원·비전2동>

정말 걱정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토목설계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일거리가 갑자기 끊겼습니다. 주위 다른 사무소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요즈음 평택은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습니다. 길거리는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한결 뜸해졌습니다.
7년 전 IMF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때보다 더 심하다고들 합니다.
이렇게 나빠질 거라는 생각은 이미 여러 해전부터 들었던 터였습니다.
전에 아르헨티나 대사를 지내고 현재는 과테말라 법대 교수로 있는 한 분이 언제인가 신동아 기고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사회현상이 남미를 닮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남미로 갈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 60년대 남미는 잘 사는 사람들이었는데 지금은 가난과 혼돈으로 얼룩져 있는 나라들입니다.
K형!
우리나라는 투자환경이 열악합니다.
노동여건이 안 좋고, 공장부지 확보난이 심각하며, 규제가 다양하고 심합니다.
따라서 중국 등으로 서둘러 떠나가고 산업공동화와 실업난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외채누적이 심한 실정입니다. 2002년 남미의 외채를 보면, 브라질 2119억 달러, 아르헨티나 1471억 달러, 멕시코 1384억 달러 등인데 한국의 외채는 약 1300억 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매년 100억 달러의 이자를 갚아야 하는 실정입니다. 마침 6월 15일인 오늘 신문을 보니 우리 국가채무가 165조 7090억원이나 된답니다.
이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도덕관 붕괴입니다. 남미와 아주 꼭 같이 닮아 가고 있답니다.
남미는 50년 전만해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품격 높은 사회였는데 지금은 내란과 소요사태로 지새우며 정세가 혼미하고 인간의 가치, 종교, 도덕관이 붕괴되었고, 여기에 교육제도가 몰락해 청소년 방황현상이 심하다고 합니다.
우리 교육문제가 심각하지 않습니까? 학교보다는 학원 과외가 우선이니 전인교육은 뒷전이고 교육의 국제경쟁력은 상실되고 말았습니다.
정년퇴직하고 나서 초등학교 강사를 하고 있는 한 원로 선생님은 뭘 가르치는 것보다는 수업분위기 잡는 데 하루가 간다고 하소연했습니다.
K형!
부강하던 남미 국가들은 몰락하자 자국의 실정을 미국 등 자본국가에 책임전가하고 이들을 제국주의라고 규탄하고 ‘양키 고우 홈’을 외치며 성조기를 불태우고 반미시위로 날을 보낸다고 합니다.
반미 감정은 이미 우리에게도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 평택은 미군기지 이전이 큰 현안으로 걸려있는데 이 문제가 반미주의와 연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벌써부터 우리 국회의원들을 겁박해 마지않았던 중국을 보자니 이제 반중 운동도 하게 생겼습니다.
오늘날과같은 초강대국 패권주의 구조에서 우리가 반미, 반중, 반일 하면서 안티주의로 가기에는 너무 약합니다.
우리 경제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아십니까? 수도가 충청도로 간다고 해서 그 쪽부터 땅값이 뛰더니 전국적으로 파급되고, 특히 평택은 500만평 국제평화도시 건설 발표로 인해 땅값이 4~5배로 뛰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한 후배는 식품공장을 잘 하다가 부동산으로 바꿨습니다. 기업의 끝은 항상 땅입니다. 그러니 경제가 됩니까.
이렇게 남미로 가는 길은 넓고 평탄해서 우리는 더 빨리 달려가고 있습니다.
<특별기고>
평택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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