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국수, 송탄에는 황가가 있다

[평택시민신문] 신장동에 있는 ‘황가’는 송탄을 대표하는 콩국수 맛집이다. 이곳에서는 콩국수를 3월 초부터 판다. 여름이 되길 기다리지 못하는 단골들의 성화 때문이다. 지난해 작고한 고 황응주 씨가 1965년 문을 열었으며 2002년부터 아들 황의수(60) 씨가 이어가고 있다. 장단콩을 직접 갈아 콩국을 만들고 3개월 내에 도정한 밀가루를 여러 번 반죽해 면을 뽑는다. 그래서 황가 콩국수는 무언가를 넣지 않고 그냥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맛있는 콩국수를 먹고 싶다면…
황가는 철저하게 원칙을 지켜 콩국수를 만든다. 콩은 형태가 둥글고 표면에 윤기가 흐르는 장단콩을 쓴다. 혹시라도 섞여 있을 질 떨어지는 콩은 일일이 골라낸다. 이 콩을 여러 번 깨끗하게 씻어낸 다음 적당한 분량의 물을 붓고 불린다. 콩을 삶을 때는 시간이 중요하다. 덜 삶으면 비리고 너무 삶으면 메주 냄새가 난다. 수시로 거품을 걷어주는 수고도 아끼지 않는다. 삶은 콩을 찬물에 식히며 양손으로 살살 비벼 껍질을 깔끔하게 벗겨낸다. 이를 옛날식 맷돌이 내장된 맷돌 기계로 곱게 갈면 콩국이 된다. 콩국 농도를 잘 조절하고 바로 뽑은 면을 삶아서 말면 콩국수 한 그릇이 완성된다.

조리에 앞서 황 대표는 주방과 조리기구의 위생에 특별히 신경을 쓴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방 곳곳을 식촛물로 닦아내고 맷돌 기계는 갈기 전과 갈고 난 후 꼭 소독한다. “손님들에게 건강하고 좋은 음식을 내놓고 싶습니다. 미세하게 남은 콩 찌꺼기에서 날 잡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죠.”

 

곰탕처럼 뽀얗고 생크림처럼 부드러워

이렇게 만든 콩국을 보니 곰탕처럼 뽀얗다. 표면에 고운 거품이 눈길을 끈다. 황 대표는 “콩에는 인삼처럼 사포닌 성분이 풍부해서 삶거나 맷돌 기계에 갈 때 거품이 생긴다”며 “콩국에 거품이 있는지를 보면 콩을 삶아 직접 갈아 만들었는지 시중에 유통되는 콩국수용 콩가루를 섞어 만들었는지를 먹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콩국을 아무런 간을 하지 않고 한 모금 맛본다. 처음엔 기대했던 것만큼 고소하지 않아 좀 갸우뚱하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두세 모금 더 마셔보니 그때 비로소 맛이 느껴진다. 진짜 콩국의 맛이다. 생크림처럼 부드럽게 입안에 퍼지다가 부드럽게 넘어간다. 부드러우면서 무게감이 있고, 고소함도 올라온다. 가능하면 입안에 계속 머물게 하고 싶다.

첨가물을 넣지 않고 밀가루로만 여러번 반죽해 만든 면은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이 면과 콩물이 어우러지니 심심한 가운데 묻어나는 콩 본연의 고소함이 선명하다.

겉절이와 알타리무김치도 나온다. 이곳 김치는 젓갈을 쓰지 않는다. 비린맛이 콩국의 맛을 해칠 수 있어서다. 콩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손님을 위해 계절별로 알타리무김치, 열무김치, 깍두기 등 소화를 돕는 무김치를 빠뜨리지 않는다.

황가에서 콩국수 못지않게 인기 있는 것이 만두다. 두부 대신 콩을 넣어 담백한 맛을 살린 만두는 만두피부터 소까지 직접 만든다. 큼직하게 만든 생만두는 설 명절 때에는 주문이 폭주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콩국수 가격은 몇 년째 6000원이다. 황 대표는 “신장동이 구도심이다 보니 교통이 불편해 손님들이 와주시는 것만도 고맙다”면서 “재료 원가가 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할 만하다”고 말했다.

 

2대에 걸쳐 지켜온 건강한 맛
황가의 맛은 짧은 시간에 이뤄낸 것이 아니다. 황 대표의 아버지 고 황응주 씨는 파주시 장단읍이 고향으로 6.25 전쟁 당시 1.4 후퇴 때 온양으로 피난을 와서 그곳에서 결혼해 일가를 이뤘다. 어려운 시절 일거리를 찾아 황 대표가 돌을 지난 1961년 미군부대가 있는 송탄으로 이주했다. 닥치는대로 일을 하며 고생한 끝에 1965년 현 위치에서 찹쌀떡 장사를 시작했고 이후 도너츠·꽈배기·찐빵 등을 팔았다. 그러다 대기업 메이커 빵이 나오면서 장사가 되지 않아 1976년 주변 권유로 콩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맛있다고 소문 나면서 인기를 끌었고 이후 송탄에서는 ‘콩국수=황가’라는 공식이 생겼다.

황 대표가 아버지 일을 돕기 시작한 것은 2002년부터다. “아버님이 음식 만들 때 주방에는 얼씬도 못하게 하셨죠. 어깨 너머로 콩국수 만드는 법을 배우다가 7년 전 아버님이 사고를 당하시면서 본격적으로 주방을 맡게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황 대표는 “아버님이 쌓아온 돌탑에 제가 돌 하나를 얹었을 뿐”이라며 “아버님부터 2대에 걸쳐 이어온 ‘건강한 맛’을 잘 지켜내고 싶다”고 다짐했다. 김윤영 기자

■ 메뉴: 콩국수 6000원, 바지락 칼국수 6000원, 만두국 6000원, 떡만두국 6000원, 찐만두 6000원, 생만두(10개) 9000원
■ 주소: 평택시 신장2동 300-59
■ 전화: 031-662-0443
■ 영업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동절기 오후 7시),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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