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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정치의 시행착오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20.05.13 10:09

민주주의는 과오 덮는 순간 
부패와 나락으로 추락
21대 국회는 졸속 처리된 
연동형비례대표제
실패 인정하고 스스로 
궤도수정 단행해야 

[평택시민신문] 2020년 4‧15총선이 끝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4‧15총선에서 우리는 중요한 정치적 실험을 단행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사표를 방지하고 군소정당의 정치적 대표성을 제대로 평가받게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다.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큰 상태에서 국회를 통과하였으나 실행 단계에서 파행으로 치닫고 말았다. 여야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을 만들어 본질을 왜곡하였을 뿐 아니라 군소정당의 난립으로 개혁의 취지는 증발하고 말았다. 우리 민주정치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평가될 것이다.

민주정치의 실패 사례는 미국 역사에도 많다. 1776년 미국인들은 영국의 부패한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실시하고자 독립선언문을 발표했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하였지만 정작 1787년 헌법을 제정하면서 미국의 건국 지도자들은 노예제도를 인정하는 헌법 규정을 만들었다. 노예제를 헌법에서 폐지하는데 70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고 남북전쟁이라는 비극도 겪어야만 했다.

1865년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의 주도로 헌법 수정조항 13조가 의회를 통과하면서 노예제도가 미국 헌법에서 완전히 사라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흑백차별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흑인들은 극심한 인종차별 속에 거의 100년 동안 질곡의 삶을 살아야 했다. 1954년 연방 대법원이 흑백분리 자체가 위헌이라는 브라운판결을 내리기까지 89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미국 헌법에 여성참정권 조항이 도입되는데도 비슷한 세월이 필요했다. 여성참정권운동이 시작된 것은 19세기 초였으나 여성참정권이 헌법에 실제로 규정된 것은 1920년이었다. 민주정치의 발전은 더디기만 하였다.

미국 민주주의의 발전 과정에는 같은 헌법 내용을 두 번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 1919년 미국은 모든 국민들이 술을 제조하거나 판매 혹은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금주조항을 수정조항 18조로 헌법에 추가했다. 1920년부터 연방정부는 강력한 금주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금주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주류의 암거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지하 범죄조직의 활동이 거세졌다. 마피아가 유명세를 탄 배경이었다. 거기다 금주법은 세수를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농민들에게는 주조용으로 쓰이던 곡물소비의 감소를 초래했다. 마침내 1933년 미국은 헌법의 수정조항 18조의 효력을 정지시키는 수정조항 21조를 다시 추가했다. 10여년 만에 민주정치의 시행착오를 정정한 것이다. 수정한 사항을 다시 수정한 유일한 헌법 수정 사례이다. 수정헌법 18조와 21조는 미국 헌법의 일부로 남아 있으면서 지금도 미국 민주정치의 실패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지금 우리 국회는 21대 국회의 개원 준비가 한창이다. 각 당의 원내 대표가 선출되었고 6월 초 국회 개원이 예정되어 있다. 국회가 개원하면 처리해야 할 안건이 많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4‧15총선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4‧15총선 문제는 21대 국회의원들에게 아픈 상처를 건드리는 일일 수도 있다. 특히 비례대표로 선출된 의원들은 왜곡된 제도로 당선된 수혜자이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4‧15총선의 문제점은 덮고 싶은 대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제도를 바로 세우는 것 이상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졸속으로 처리하였던 정치권의 과오를 시인하고 보다 발전된 선거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완벽한 제도란 존재할 수 없다. 민주정치에도 시행착오나 실패를 피할 수 없다. 그러나 과오를 덮는 순간 부패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영원한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만다. 국회가 실책을 인정하고 스스로 궤도수정을 단행할 때 우리 민주주의는 더욱 성숙할 수 있다. 21대 국회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말 필요한 제도인가 하는 문제를 포함해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시 논의할 것을 기대해 본다.

 

평택대 미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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