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맛 그대로 간직한 식당

[평택시민신문] 미각은 오감 중 가장 직접적이면서도 강력한 감각이다. 흔히 추억의 맛이라 부르는 첫맛의 기억이 강렬한 이유다. 그 강렬함에 기억 속 맛을 찾는 이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실패한다. 시대와 환경에 따라 재료가 바뀌니 맛도 달라지는 탓이다. 짜장면도 그중 하나다. 시대에 따라 춘장, 고명 등 재료의 변천이 잦아 과거에 먹은 것과 같은 맛을 찾기 쉽지 않다. 안중읍 구시가지에 위치한 ‘신북경반점’은 기억을 더듬어 옛 맛을 찾는 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가게다.

세월에도 변치 않은 맛
조희북(64), 박윤자(59) 부부가 운영하는 신북경반점의 하루는 새벽 5시가 되기도 전에 시작한다. 가장 중요한 준비인 면 반죽을 위해서다. 많은 것이 기계화·자동화한 시대지만 신북경반점에서는 아직 손 반죽을 고집한다.

조 사장이 중식을 시작한지 올해로 45년이 됐다. 짜장면이 80원이던 시절 화교 밑에서 중식을 해 짜장면이 450원일 무렵 천안에 가게를 열었다. 가격이 6000원에 이른 오늘에 이르기까지 짜장면은 많은 변화가 있었으나 조 사장은 춘장도, 재료도 10년 이상 같은 것을 사용하고 있다. 반죽과 재료만이 아니다. 요리법 역시 예전 방식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조 사장은 옛 맛이 그리워 가게를 찾는 손님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는 옛날에 만들던 방식 그대로 요리해 젊은 사람들의 입맛에는 안 맞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옛날 맛이 좋아서 찾아오는 분이 많아요. 수년 전에 방문했던 손님이 다시 찾아와 그 맛 그대로라고 칭찬하는 일도 있어요.”

깊은 단맛의 비결은 호박
중국음식점의 간판메뉴는 짜장면이다. 신북경반점의 짜장면은 옛날 방식과 같으나 쇼트닝은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식용유에 돼지고기를 볶아 기름을 내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기름지고 부드럽다. 게다가 기계 반죽과 달리 손 반죽을 거친 면은 윤기가 흘러 짜장면이 넘어가는 식감이 매우 부드럽다. 지금은 짜장면에 잘 쓰이지 않는 감자가 들어가는 점도 매력이다. 하지만 다른 짜장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단맛이야말로 신북경반점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설탕에서는 느낄 수 없는 단맛에 정체를 묻는 손님들이 있을 정도. 비법은 가을철부터 미리 손질해둔 늙은 호박이다.

조 사장은 짜장면을 비롯해 요리에 설탕 대신 호박으로 단맛을 낸다. 짜장면의 경우 양파, 감자 등을 충분히 볶아 단맛을 더한다. 늙은 호박은 다른 요리에도 다양하게 사용된다. 특히 탕수육은 호박으로 소스의 단맛을 내 너무 시거나 달지 않아 단골손님들이 극찬하는 메뉴다.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식당
12년. 두 부부가 안중에서 손님들과 울고 웃으며 함께한 시간이다. 그동안 단골손님들은 어느새 이웃이 됐다. 두 부부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주고받는 손님부터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나눠주거나 장을 보러 나와 잠시 물건을 맡기는 손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신북경반점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오늘도 두 부부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과 안부를 주고받는다.

긴 시간 서로를 알아가며 신북경반점은 사람과 이야기가 모이는 사랑방이 됐다. 이제는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는 손님들도 많다. 하지만 심성 착한 두 부부는 오히려 하루하루 가게를 찾아주는 손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어쩌면 사람을 잡아끄는 신북경반점의 진정한 매력은 두 부부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메뉴 : 짜장면 6000원, 짬뽕 7000원, 볶음밥 7000원, 탕수육 소18000원 · 중22000원 · 대26000원
■주소 : 평택시 안중읍 안중리 272-21
■전화번호 : 031-684-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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