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와 복지를 하나로! 평택시민의료생협

[평택시민신문] 자체 예산과 자발적 봉사로 통복전통시장 근처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고 밝은 사회분위기를 위해 거리 청소에 앞장서는 사람들, 그에 더해 친절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위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평택시민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시민의료생협). 창립 때부터 조합원 대표를 맡고 있는 오규윤 이사장을 만나 그의 의료생협 인생과 조합 살림에 대해 들었다. 시민의료생협은 2016년에 창립하여 현재 통복동에서 시민의원, 123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의료생협과 인연을 맺은 계기.
대한적십자사에서 10년 정도 일하고, IMF터지고 구조 조정이 한창일 때 퇴사를 했습니다. 평택은 2009년도에 당시 비전1동 옛 군청자리에 있었던 남부복지관에서 일하면서 인연을 맺었습니다. 그때가 사회적으로 시민운동으로서의 협동조합 운동에 관심이 많아지는 시기였고, 제 자신도 사회복지 업무를 하면서 그 쪽에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협동조합운동에 대해 혼자 독학을 했지요. 그러다가 2013년에 수원에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 만들어질 때 이사진으로 참여했습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내면적인 조응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 나이가 40대 중후반이었는데 인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 하는 반성과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앞을 향해 달려왔고 옆과 뒤는 돌아보지 못한 삶이지 않았는가 하는 회의가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때‘함께 사는 가치’를 떠올렸습니다.

이후 평택에도 시민들이 함께 자신들의 건강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의료생협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남부복지관에서 가까운 통복동을 중심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고향이 아니다보니 인맥도 부족하고, 협조도 얻기가 어려워 처음에는 애를 많이 먹었습니다. 그즈음 통복시장에 천정 돔이 씌워지고, 시장환경이 좋아지니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업종별 공동구매 등 상인들이 협동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아지면서 의료생협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구요 또 통복동에 사무실을 둔 어떤 개인택시협동조합은 LPG충전소를 인수해 연료문제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해결하는 협동의 경험을 갖게 되었는데 그분들이 적극적으로 시민의료생협의 조합원이 되어주셨습니다.

시민의료생협을 소개하면.
2016년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의거해 평택시에서 인가를 받았어요. 지금은 사회적기업 인증을 준비하고 있는데 예비사회적기업 인프라구축 대상으로 선정돼 평택시에서 2천만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조합 사업은 2016년 4월에 시민의원을, 7월에 123한의원을 개원해 운영하고 있는데 시민의원의 진료과목은 통증의학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내과, 가정의학과, 소아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이며, 123한의원은 침구과, 내과, 소아과, 부인과, 한방재활의학과, 통증과, 피부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을 진료합니다.

조합원의 출자금은 최소 5만원입니다. 조합원 개인의 사유물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최대 출자금은 기존출자금의 20%이상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또 의결권이나 혜택은 출자금의 크기와 상관없이 균등하게 분배됩니다. 주식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지요. 수익이 나도 비영리단체인 만큼 배당금을 나누지는 않습니다. 조합원들과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문화탐방이라든가, 암환우모임이라든가 무료급식소 운영, 환경정화라든가 하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치과병원, 안경원, 보청기, 주간보호센터, 목욕탕 등 타 업종과 MOU를 체결해 조합원들이 생활과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건강종합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시민의료생협 운영에 어려운 점은.
지금은 코로나19로 매우 큰 어려움에 봉착해있습니다. 사업장이 시민의원과 123한의원 두 곳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환자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위기 시를 대비해 예비비를 따로 비축해두기는 했지만 그 금액이 크지 않아 타격이 막심합니다. 123한의원은 얼마 전부터 다시 환자가 찾아오기 시작했지만, 시민의원은 버티기 어려워 4월 1일부터 잠정 휴원에 들어갔습니다. 그동안 조합에 의료서비스를 믿고 맡기셨던 조합원들이시니 코로나19가 꺾이면 회복될 거라 믿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 업무분담이 문제입니다. 조합 특성상 직원들은 채용과 동시에 조합원으로 가입됩니다. 조합의 주인이자 직원인 셈이지요. 하지만 주인 의식을 가진 직원이 어디 그렇게 쉽겠습니까? 때로는 조합의 요구가 직원들에 희생을 요구하는 부분으로 다가가기도 합니다. 일례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할 때, 일손이 부족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조합업무는 물론 무료급식소 업무도 함께해야 하는데 양쪽 모두 원활히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직원들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매일 점심을 제공하던 무료급식소 운영이 현재 중단된 이유 중 하나이고 직원문제가 어려운 부분입니다.

아울러 조합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도 과제입니다. 협동조합에 대한 지식과 경험 부족에서 오는 문제라 생각하는데 교육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모든 조합 운동이 그렇듯이 시민의료생협 역시도 조합원들의 참여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시민의료생협이 처음 설립되었을 때, 조합원 수가 2000명 정도였습니다. 지금은 2600명 정도 됩니다. 한 해 평균 150명 정도씩 꾸준하게 가입을 해온 셈입니다. 그만큼 조합운동에 많은 분들이 새롭게 눈뜨고 있고, 참여도 꾸준히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관심과 참여가 조금 더 안정적으로 확보된다면,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서비스 사업을 확장해나갈 생각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고령화가 가속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시민의료생협은 의료와 복지를 나누어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개인의 건강한 육체, 건강한 정신과 함께 사람 사이의 건강, 건강한 사회를 생각합니다. 이익보다 봉사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이를 통해 기존 공공의료의 사각지대를 조합원들 스스로 메워갑니다. 이런 부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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