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어요”

“그간의 가치관 철학적으로 정리하고 싶어”
여행 계속하며 기행집 출간도 이어갈 계획

[평택시민신문] 한광고등학교 국어과에 근무하던 조하식(64) 작가가 만 29년의 교직을 마치고 올해 퇴임했다. 그는 오랜 세월 후학 양성에 힘을 들여온 열정적인 교사면서도 교직 생활과 제자들에 대한 마음을 글로 녹여낸 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교육철학으로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새 기행집을 출간할 준비를 하고 있다. 퇴임 후에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교직 완주에 자부심

조하식 작가가 아내의 건강을 위해 평택에 터를 잡은 지 29년이 됐다. 고향인 아산과 그리 멀지 않은 평택에 터를 잡고 교사로 근무하며 반평생을 보낸 셈이다. 그에게 최근 쏟아지는 질문도 퇴임 소감을 묻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는 “우선 완주했다는 점이 뿌듯하다. 학생과 교사 간 갈등이 적지 않은 세태로 완주가 쉽지 않은데 교단을 지켰다는 점에 자부심이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교단에 섰던 일은 자신의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자 변화하는 제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교사만이 가질 수 있는 큰 자산”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교직 생활을 더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교직 생활은 이대로 충분하다”며 어차피 성격상 놀거나 빈둥거리질 못한다며 웃었다.

그 말처럼 최근 그는 교육철학으로 박사과정 공부를 시작했다. 평생 교직에 몸담고 있었으니 자신의 가치관을 철학적으로 정립하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과학, 정치, 신학 등 어느 분야든지 철학이 있지만 교단은 중앙집권적인 구조로 교사의 재량권이 낮은 지시일변도의 문화”라며 “자신만의 가치를 정립한 소신이 부족하기에 이점이 안타까워 교육철학을 정립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으로 교직에 정년은 없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유능한 후배 교사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의 노하우도 전승할 기회가 있다면 더 보람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언행일치 원칙을 가르쳐야

현재 조하식 작가가 공부하고 있는 교육철학의 방향은 기독교 교육과 그 교육과정이다. 그가 생각하는 교육이란 원칙이 있는 사람을 만드는 과정이고, 기독교 교육철학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믿음과 행동이 일치하는 원칙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소를 하더라도 보이지 않는 곳이라도 잘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현대 사회가 힘들어지는 이유는 기본적인 원칙들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말과 행위, 믿음이 일치하는 원칙이 철학이다. 말은 번지르르한데 행동이 따라주지 않는 것은 가식”이라며 “현대사회가 불신사회가 된 것은 서로의 말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독교계에서도 믿음과 행위가 일치하지 못하니 세상이 교회가 저래서 되겠냐며 걱정을 하고 이단과 사이비가 기승을 부리는 현 세태가 만들어졌다”며 “성경을 제대로 알지도 않고 행동으로 실천하지도 않는 원칙 없는 현실에서 이단과 사이비가 기승을 부리며 독버섯처럼 자라났고 오늘날 코로나19 사태를 부추기는 숙주 역할을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기독교 세계관의 종말론적 사고는 종말에 대비해 두문불출 그 날을 기다리며 이상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오늘이 종말인 것처럼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라며 “이런 세계관 속에서 아이들이 교과 공부를 통해 자신의 쓰임을 찾고 공부에 최선을 다해 각 분야를 이끄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 기독교의 교육철학과 교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퇴임 후에도 식지 않는 열정

조하식 작가의 퇴임 이후 계획 중 다른 하나는 여행이다. 지난 교직 기간에 다닌 나라만 해도 40여 국에 이른다. 그는 그 경험을 빼놓지 않고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하루에 최대 500여명이 방문할 정도로 그의 경험은 여러 사람에게 공유되고 있으며 그의 여행 기록은 25편씩 묶여 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그는 앞서 기행집 <글로 남긴 지구촌 여정> 1, 2권을 출간한 바 있으며 퇴임 후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금 3, 4권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3권에는 스페인, 터키, 그리스, 중국, 인도, 독일 등과 국내 여행 10편이, 4권에는 포르투갈, 호주, 모로코, 미국, 캐나다 등이 실릴 예정이다.

그는 “다음 행선지로 북유럽을 선택했다”며 “여행은 견문을 넓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최근 그가 섶길 걷기를 통해 평택여행을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섶길도 여행의 연장선상이다. 걸어야 보이는 것이 있다”며 “평택을 품고 500리 길을 완주하면 평택의 숨은 모습과 미처 알지 못한 부분도 알게될 것이란 기대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박사과정 교육과 여행 외에도 국내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정에 대한 봉사활동, 무학자를 위한 한글 교육, 문학 교실, 해외 선교까지 시간이 허락한다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고 했다.

“사람들은 퇴임 이후에 무엇을 할지 걱정한다고 합니다. 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80세까지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계속 여행을 다니며 책을 쓸 예정입니다. 혹시 기회가 된다면 한글학교와 문학교실을 열 그런 계획이 있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