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어르신들의 연륜있는 목소리를 듣다
2020년 1월 말 기준 평택시의 65세 이상 인구는 6만2286명으로 평택시 전체 인구의 12.1%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인구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평택의 노인 인구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본격적인 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 빈곤, 세대 간 갈등 등 문제점이 대두되고 있는 한편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건강하고 보람 있고 행복하게 노년을 보내고 싶은 노인들의 욕구도 강해지는 추세다. 평택지역 노인들을 만나 이번 총선에서 바라는 바를 들어보았다.
정리=김윤영 안노연 이재웅 기자
[평택시민신문]
“나이들어서는 인품을 많이 본다”
이두석(77)씨는 팽성읍에서 할인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대부분 고객으로 단골고객과 정치이야기를 자주 하고, 자식들과도 더러 정치이야기를 한다.
이두석씨는 한국정치는 중앙이든 지역이든 상생보다는 대립, 협력보다는 싸움의 문화가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젊었을 적에는 당을 많이 봤지만 나이 들어서는 인품을 많이 본다”며 “옛부터 인품이 올바른 사
람들이 정치에 가야하는데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간다”며 아쉬워했다. 또한 노인복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복지를 떠나 늙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을 증오하고, 젊은 사람들이 늙은 사람들을 증오하는 사회적 분위기부터 쇄신해야 한다”며“언젠가부터 우리의 말들도 정치를 닮아간다”고 말했다.
이번 평택의 총선의 후보자들에게는“코로나19 때문인지 예전에 비해 도통 윤곽이 잡히지 않는다”면서도 “4월이면 윤곽이 잡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또한 후보자들의 공약에 대해서는 “발전상에 사로잡히지 말고 민생경제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공약에 담아줄 것”을 당부했다.
어르신 체육 공간 필요해
평택배드민턴연합회 덕동클럽에서 재무를 맡고 있는 최유자(69) 씨는 현재 노인들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큰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 배드민턴인데 젊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없다”며 “남부지역에 배드민턴 전용구장 등 어르신들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재 평택지역에는 43개의 배드민턴클럽과 4500여 명의 회원이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배드민턴을 이용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새벽과 낮에 편히 운동할 수 있는 전용 구장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최 씨는 전용구장 건설이 어렵다면 노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덕동산근린공원의 배드민턴 코트에 가림막과 지붕이라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는 지붕과 가림막이 없고 바닥도 오래돼 닳아 있어 눈비가 올 경우 어르신들이 미끄러져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며 “시설을 개선한다면 연세 있는 분들이 편히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1세기는 노인복지가 가장 중요”
에바다학교 교장을 역임한 손현득 (72)씨는 현재 재능기부처 대표를 맡고 있다. 지역 노인들을 위해 매주 서예, 탁구, 바둑 등 재능기부를 펼치는 그는 노인을 위한 여가공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대단히 커 평택에서 송탄까지도 버스를 타고 오지만 정작 활동할 공간을 마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21세기는 노인복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노인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면 취미생활이라도 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국적으로 특목고를 없애는 추세지만 평택지역만큼은 평택에 주둔한 미군 등 자원을 활용해서 본래의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할 수 있는 외국어 학교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평택지역의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면 평택항에서 오는 중국인들이 지역에서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며 “평택항에 도착하면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고 삼봉기념관 등 지역 문화재를 관광하는 등 최소 하루에서 반나절 시간을 보내고 서울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할 수 있는 노인에게 일자리를…”
이광선(72) 씨는 3년 전부터 평택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경비를 보고 있다. 정년퇴임 후 할 일을 찾았지만 일자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건설현장에서 막노동하는 자리도 65세가 넘으면 안 쓰더라고. 아직 건강하고 젊은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아쉽지.”
아파트 경비는 24시간 근무하고 하루 쉬는 방식으로 24시간 격일제로 근무한다. 이씨는 “일이야 적응하면 힘들 게 없다”며 “최근 들어 경비 연령도 낮아지고 무인카메라 설치로 고용인원도 줄이는 추세라 걱정”이라고 말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바라는 바를 묻자 이씨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잘 하는 게 있어야 관심도 생긴다”며 “국민이 느끼는 어려움 잘 살펴 해결하는 데 신경 썼으면 싶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노인이 많다”며 “이런 노인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씨는 “살아보니 세상 일이 내 맘 내 뜻대로 되는 건 거의 없다”며 “노인이든 젊은이든 자기 생각만 내세우지 말고 서로 상대 얘기 들어주고 의논하며 이해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노령화사회일수록 젊은 층을 먼저 돌봐야”
최영술(74)씨는 건설업에 종사하다가 퇴직 후 소일거리삼아 단순한 일을 찾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철도감시원으로 일하고 있다. 평소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한다.
최영술씨는“저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은 인물이나 정책보다는 당을 많이 보는 것 같다. 햇볕이 좋은 날 누구는 통합당처럼 날씨가 좋다하고 또 누구는 민주당처럼 날씨가 좋다하는 우스개소리를 한다”며“이번 평택 총선에서도 아마 후보보다는 당을 보고 결정할 가능성이 클 것 같다”고 밝혔다.
평택에 꼭 필요한 공약에 대해서는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노령화 사회에 대한 긴 안목으로 노인들에 대한 지원보다 젊은 층의 결혼부담과 주거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령화 사회라고 해서 당장 노인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 후손들을 위한 대책이 될 수 없다. 노령화사회일수록 젊은 층을 먼저 돌봐야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교통문제였다. 특히 “도로는 텅 비어 있는데 신호등 대기시간이 너무 긴 구간들이 많다”며 “차량 밀도와 신호등 대기시간에 대한 개선이 담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추리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소”
“대추리를 떠나온 지 10년이 넘었는데 대추리에 두고 온 농토가 야직도 뼈에 사무치게 그리워.”
방승률(86) 할아버지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에서 나고 자랐다. 국민학교를 졸업하던 15살 때부터 70년간 농사만 지었다. “1951년 미군의 비행장 확장 공사로 마을 전체가 쫓겨나며 농토를 두고 나올 수밖에 없었어. 6·25 전쟁이 끝나고 안성천에 둑을 쌓는 부역을 한 대가로 불하받은 땅을 옥토로 일궈 살았는데, 평택미군기지 확장 이전으로 1996년에 가을 추수를 앞두고 쫓겨나듯 떠나야 했어. 그때 수확을 못 한 게 한으로 남았어.”
방 할아버지는 “대추리를 떠날 당시 국방부와 평택시는 ‘대추리’라는 마을 이름을 그대로 쓸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했다”며 “미군기지 이전이라는 국가 중대사 때문에 정든 고향과 문전옥답을 떠난 이들이 바라는 소원 하나를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가 뭔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인에게 바라는 바도 하나다. “대추리 평화마을은 고향 대추리에서처럼 평화롭게 살고 싶은 대추리 사람들의 마음이 담긴 이름이지. 이 ‘대추리’가 역사에 사라지지 않고 후대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로 남았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