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와 나눔으로 행복한 평택 꿈꿔"

코로나19로 취임식 접고 홀몸어르신 도시락배달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해 시작하게 된 봉사

 

[평택시민신문] 1월 30일. 김정권 대한적십자사 평택지구협의회 회장의 취임식이 예정됐던 날이었다. 하지만 1월 27일 평택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자 김 회장은 취임식을 취소하고 평택지구협의회 회원들과 홀몸어르신을 위한 도시락 배달을 준비했다. 

평택지구협의회는 21개 봉사회로 구성됐으며 집수리·도시락배달·김장나눔 등의 봉사와 희망나눔 경기도 400리 대장정, 소년소녀가장 금강산 평화캠프 등을 전개해왔다. 내년 창립 30주년을 앞두고 김 회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나눔을 실천할 프로그램을 여럿 준비 중이다. 

평택에 생후 97일 되던 날 왔다고 들었는데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태어난 지 97일 되던 날 와서 백일을 맞고 쭉 평택에서 자랐지요. 청소년 시절에는 가난한 집안 형편을 비관해 방황을 많이 했습니다. 평택고등학교 31회로 입학했는데 고3 때 돈 벌겠다고 가출을 해서 졸업을 못 하고, 한광고등학교 25회로 복학해서 5살 어린 친구들과 함께 졸업했습니다. 그때 제 곁에 있어 줬던 평고·한광고 동급생들과의 인연이 중년이 된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지요. 이들이 있기에 평택은 제게 좋은 곳입니다. 

5살 어린 친구들과 학교 다닐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복학하기 전에 군대를 다녀온 얘기부터 해야 할 거 같습니다. 군대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해야겠다고 절실히 느꼈기 때문입니다. 신체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고등학교 중퇴라고 밝히니 눈앞에서 1급 현역에서 2급 보충역으로 바뀌더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면 현역도 못 간다는 생각에 울컥한 순간이었습니다. 평택에서 보충역으로 복무할 때 팽성예비군훈련소가 새로 생겼습니다. PX병을 모집하는데 군생활한 지 제법 연차가 돼서 지원을 했죠. PX병이 편해서 인기 높은 보직입니다. 저 포함 3명이 지원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학력을 묻더군요. 앞에 2명이 대학생인 걸 밝히고 제가 마지막이었습니다. 고등학교 중퇴라고 하자 심사관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가, 인마!” 하는 겁니다. 그 순간 고등학교는 마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부모님도 “아무리 형편이 어려워도 대학을 보내 주겠다”고 당부하셔서 제대 후 고등학교 복학을 하게 됐습니다. 
한광고등학교 3학년에 복학해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후배들과 사귀게 됐고, 제가 5살 많은데도 스스럼없이 대해줘서 즐겁고 재미있게 고3 시절을 보냈습니다. 이후 인천체육전문대학을 졸업하고 용인대 체육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마친 뒤 30살에 평택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봉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이유는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리는 걸 더 좋아합니다. 믿고 따르던 선배가 대한적십자 소사벌봉사회에 좋은 사람들이 많고 봉사하는 단체라고 권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봉사하겠다는 마음보다 그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이 좋아서 시작한 셈이죠. 그때가 2003년으로 기억합니다. 
처음 회의에 참석했을 때 회원들이 봉사에 필요한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가며 활동하는 것을 보며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서로 할 일을 척척 분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1년 동안은 다른 회원들 따라다니며 제가 할 봉사가 무얼까 찾았고, 필요하다고 불러주시면 잘 모르면서도 열심히 도왔습니다. 
이런 저를 좋게 보셨는지 2009년에 소사벌봉사회 회장도 맡게 됐습니다. 

대한적십자사 평택시지구협의회를 소개한다면
대한적십자사는 1905년 처음 설립됐으며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입니다. 인도주의라는 하나의 목표 아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습니다. 
중앙협의회·도협의회가 있고, 도시마다 협의회가 있습니다. 평택시지구협의회는 1990년 시작됐고 현재 회원은 700명 정도 됩니다. 적십자의 인도주의 정신과 그에 따른 책임감으로 재난 현장뿐 아니라 위기가정 지원, 취약계층 구호 등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습니다. 21개 봉사회는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봉사회를 구성해 가능한 봉사를 진행하는 형태로 운영합니다. 소사벌봉사회는 남성 회원들만 있고 집수리봉사를 주로 합니다. 다른 봉사회는 도시락배달을 하기도 하고, 이미용 봉사를 하기도 합니다. 2월 12일에 진행한 홀몸어르신 도시락 배달 봉사처럼 한 봉사회에서 진행하기 어렵다면 서로 힘을 합쳐 추진합니다. 

취임식 대신 진행한 홀몸어르신 도시락 배달의 반응은
도시락 배달은 코로나19로 복지관 무료급식소가 폐쇄돼서 홀몸어르신들이 제때 식사를 못 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시작하게 됐습니다. 햇반이랑 대체식을 드린다고 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100명을 대상으로 했는데 도와줄 분들이 자꾸 늘어났습니다. 회원들은 자신들이 배달하던 홀몸어르신들에게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하고, 복지관에서는 도움이 필요한 분이 또 있다고 하고, 그러다 보니 270명이 됐습니다. 
주위에서 자꾸 일을 키운다는 타박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으면 해야죠. 반찬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아는 선배에게 과일을, 아는 후배에게 음료수를, 친구에게 빵을, 이런 식으로 도움을 받아 푸짐하게 보내드렸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비용, 봉사자 수급 등의 문제로 자주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3월 중에 회원들과 힘을 합쳐 도시락 배달을 한 번 더 할 계획입니다. 

회장 취임 이후 준비하는 봉사가 있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미뤄뒀던 취임식과 이웃돕기 바자회를 함께 열려고 합니다. 취임식은 최대한 간소하게 하고, 바자회를 크게 해서 지적장애인 백두산캠프 등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성금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취임식 화환 대신에 성금을 부탁드리면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봉사를 크게 한 번 하는 것도 좋지만 작은 규모로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헌혈 캠페인의 경우 한 번에 100명이 참여하기보다 10명씩 나눠서 열흘간 하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언제 어디서 긴급하게 혈액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올해에는 봄김치 나눔을 시작하려 합니다. 3월 중순 이후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겨우내 먹었던 김장김치가 떨어질 시기입니다. 이분들이 봄에 드실 김치를 담가 전달하고, 그 김치가 떨어지는 여름에 다시 전달하는 식으로 사시사철 김치나눔 봉사를 할 계획입니다. 
당장은 코로나19를 막는 방역에 힘쓸 계획입니다. 방역공무원들이 피로가 누적돼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세교동·팽성읍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역을 중심으로 힘을 보태겠습니다. 

봉사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봉사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어려울 때 지인들의 도움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그분들이 “정권아, 많이 힘들어? 뭐 필요해?”하시면 그 말만 들어도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분들을 만나면 무엇을 할까에 앞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여쭤봅니다. “제가 무엇을 도와드리면 될까요”라고 말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으로 매우 즐겁고 기쁩니다. 여기에 도움받는 분들이 기뻐해 주시기까지 하니 보람이 정말 큽니다. 
또 봉사는 경청에서 시작됩니다. 어려운 이웃은 도움을 줄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평택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우리 이웃입니다. 팔짱, 허그 같은 스킨십도 하고 대화도 나누다 보면 그분들의 생각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누구나 귀하게 대우받길 바랍니다. 그런 대우를 받으려면 자신을 낮추고 주위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합니다. 이런 존중과 배려가 나와 주위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합니다. 더 넓게 보면 봉사와 나눔의 밑바탕이 됩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봉사와 나눔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 즐겁고 행복한 평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평택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