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위천 등에 서식…농수로 유출 가능성
유출 방지시설 설치 확인 등 사후관리 전무
농식품부 “관리는 지자체 책임…회피 안 돼”

2016년 진위천 수초에 붙어있는 왕우렁이 알이 왕우렁이의 번식을 알려주고 있다

[평택시민신문] 평택시가 1급 생태계 교란종인 왕우렁이를 친환경재배 농가에 지원만 하고 하천유출 방지를 위한 시설 확인 등 사후관리는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빈축을 사고 있다.

 

생태계 위해성 1급 생물

왕우렁이는 1983년 식용을 목적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됐으며 이후 논에서 자라는 잡초를 먹어치우는 특성을 이용해 1992년부터 친환경농법에 널리 사용돼왔다.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인 왕우렁이는 영하 3도에서 3일 이상 생존할 수 없는 열대 생물이다.

문제는 왕우렁이가 한국에서 겨울을 날 수 없을 것이란 예상을 깨고 환경에 적응해 겨울을 나면서부터 시작됐다. 겨울을 난 왕우렁이는 논 수위가 범람하거나 논 용·배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가 왕성한 번식력과 먹성으로 하천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실제로 왕우렁이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세계 최악의 100대 외래종’ 중 하나로 일본, 필리핀, 대만 등지에서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해 양식을 제한하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은 2007년 왕우렁이를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지정한 바 있으며 2017년에는 위해성 1급으로 재조정했다. 1급에 해당하는 종은 생태계에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높아 퇴치 등 관리가 필요한 경우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는 “왕우렁이가 자연생태계에 유입돼 왕성하게 번식할 경우 수생 동식물을 먹어치우거나 서식지를 교란해 하천 생태계가 불균형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택에서는 진위천을 비롯해 죽백동 등지 실개천에서도 왕우렁이와 알이 발견되면서 하천에서 서식·번식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김만제 전 경기남부생태연구소 소장은 “친환경 벼 재배에 사용하는 왕우렁이가 기후변화로 겨울에 죽지 않고 농수로를 통해 하천으로 흘러간다”며 “농수로는 물론이고 진위천에서도 일부 개체가 살아남아 알을 낳은 것을 목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지침에도 아직 계획 수립 없어

시는 2009년부터 친환경농업을 인증받았거나 친환경인증을 받고자 하는 농가에 왕우렁이 구매비용을 최대 80%까지 보조해 왔으며 2020년에는 23농가에 2310만원(시비 1680만원, 자부담 630만원)을 책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구매비용 보조 시 제출 서류로 세금계산서, 현장 입식 사진 등을 요구할 뿐 유출 방지시설 설치 여부는 확인하지 않고 있다. 차단망·울타리 설치와 수거 여부 등은 별도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택시 농업정책과 관계자는 “현재 왕우렁이 지원사업의 사후관리는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방사 전 준비사항 외에 관리지침은 별도로 없다”고 밝혔다.

또한 “왕우렁이는 겨울을 날 수 없고 7월, 9월 논의 물을 빼는 과정에서 말라 죽기 때문에 따로 확인하지는 않는다”며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내려온 관리지침을 읍면동에 전달했으나 수거 등 관리대책은 수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왕우렁이 관리지침’을 마련해 관련 기관에 통보하고 지침 준수를 당부했다. 관리지침에는 ▲수거 의무 불이행 시 보조사업지원 회수·영구지원 배제 ▲집중 수거 기간 운영 ▲유실된 왕우렁이 알 수거 등 대책이 포함돼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관리지침이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어느 한 지역이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왕우렁이가 자연생태계에 퍼진다면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될 수 있다”며 “슬그머니 지나갈 것이란 생각으로 관리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왕우렁이가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면 양식과 활용이 금지돼 친환경재배를 하는 농민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담당자가 업무량이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지자체가 예산을 수립해 왕우렁이농법을 지원하기 때문에 관리에서 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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