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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의 예선전을 보며 우리 공천제를 다시 생각한다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20.02.12 17:30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 교수

[평택시민신문] 지난 2월 3일 미국 아이오와 주 코커스와 2월 11일 뉴햄프셔 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실시되었다. 2020년 미국 대선의 공식적인 시작이다. 코커스(caucus)와 프라이머리(primary)는 미국의 정당이 후보를 결정하는 예선 방식이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시작으로 미국 50개 주에서 순차적으로 수개월 동안 대선의 예선전이 진행될 것이다.

코커스는 참여자들이 자유로운 토론을 거쳐 지지 후보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지정된 장소에 모인 참여자들은 지지하는 후보자별로 무리를 지어 모여 그 모인 수로 1차 투표의 결과를 결정한다. 1차 투표에서 15퍼센트 이상 획득한 후보자들만 놓고 다시 2차 투표를 한다. 이때 코커스 참여자들은 지지하는 대상을 바꿀 수 있다. 각 지역 코커스 결과를 합산해 각 후보자의 주 전체 최종 득표율을 결정한다. 득표율에 따라 아이오와에 배정된 대의원을 각 후보자에게 배정한다.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전국 총 대의원 수는 3979명인데, 이중 아이오와에 배정된 대의원은 41명이다. 수적으로 미미하나, 아이오와 코커스가 중요한 이유는 처음 실시되는 예선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코커스는 과정이 복잡해 현재 4개 주(네바다, 노스다코타, 아이오와, 와이오밍)만 채택하고 있고 나머지 주는 프라이머리를 채택하고 있다.

당권이 작용하는 공천제 대신 
유권자가 후보를 결정하는 국민경선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우리 정치를 선진화하는 지름길

프라이머리는 유권자들이 투표로 후보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미국 50개 주 중 46개 주에서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대선 후보만 프라이머리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2020년 11월 선거에서는 대통령을 포함하여 연방 하원의원 435명과 연방 상원의원 100명 중 35명을 선출한다. 또한 11명의 주지사와 여러 주 의회의원 및 지역 공직자 선거가 동시에 실시된다. 이 모든 선거의 후보자들이 대부분 프라이머리로 결정되는 것이다. 프라이머리에는 유권자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프라이머리 참여자가 반드시 해당 정당의 당원일 필요도 없다.

1787년 제정된 미국 헌법은 아마추어 정치인에게 권력을 맡기는 구조이나, 권력은 선거에 의하여 국민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 설계되었다. 미국 헌법에는 존재가 명시되지 않은 정당의 후보가 국민이 참여하는 프라이머리를 통하여 선출되는 이유이다. 당의 지도부가 좌우하는 선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2020년 민주당 예선에 참여하고 있는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민주당 소속이 아니다. 상원에서는 무소속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당의 보스가 좌우하는 선거제였다면 샌더스의 민주당 예선 참가는 처음부터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또한, 후보선정에 당권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비례대표제도는 미국 헌정사에는 개념조차 없다.

자신의 힘으로 예선과 본선에서 승리하는 것이 미국 정치인의 유일한 생존방법이다. 대신 어떤 간섭도 거부할 수 있는 소신정치가 가능하다. 유권자의 지지만 확보하면 수십 년 동안 프로 정치인으로 살 수도 있다. 아마추어 정치인을 전제로 구성된 연방의회에 프로 정치인이 많은 이유이다. 현재 연방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Nancy Pelosi)는 임기가 2년인 하원의원으로 17번이나 당선된 프로 정치인이다.

현재 우리 정치권도 2020년 4월 총선 준비로 분주하다. 그런데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벌써 공천문제로 시끄럽다. 그동안 우리의 정치문화를 바꾸자는 논의는 우리 사회의 오랜 화두였다. 국회를 바꾸기 위해서 국회선진화법까지 만들었다. 그러나 정치권은 별다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정당마다 개혁을 외치나 달라지는 것은 없다. 소신정치는 그림의 떡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공천제도에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보면서 우리의 공천제도를 다시 생각하는 이유이다. 당권이 작용하는 공천제 대신 유권자가 후보를 결정하는 국민경선을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우리 정치를 선진화하는 지름길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우리 정치문화가 한 발짝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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