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터운 생삼겹살로 낼 수 없는 부드럽고 명랑한 맛

[평택시민신문] 냉삼타운은 냉동 삼겹살 전문점이다. 그래서 가게 이름도 냉동삼겹살을 줄인 ‘냉삼’이다. 부부사장이 함께 지었다. 위치는 합정 조개터 끝자락이다. 그 곳은 4차선 도로변에 주차라인이 형성되어 있어 주차하기가 쉽다. 맛집을 찾아가려해도 거리만큼 주차문제를 고민하는 한국의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매우 홀가분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후 4시. 영업준비가 시작된다. 그리고 겨울의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하는 오후 5시가 되면 마치 고단하고 추운 배고픔을 달래주려는 듯 냉삼타운 가게 앞 전등이 불을 밝힌다.
냉삼타운 안에는 2000년대 그 어디쯤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기소은(37) 사장은 레트로, 복고가 유행이라서 그렇게 해보았다고 했다.
냉동삼겹살 전문점답게 냉삼타운의 주메뉴는 냉동삼겹살이다. 맛 좋다는 제주산으로, 제주 현지에서 직접 가져온다. 가게를 열기 전, 6개월여동안이나 음식동호회 까페와 밴드를 드나들며 자료를 모았다고 한다. 주방 위에도 ‘저희 냉삼타운에서는 제주에서 공급된 냉동삼겹살만을 취급하고 있습니다’하는 글귀가 부착돼 있다.
주 메뉴인 제주 냉동 삼겹살을 주문하면 중앙의 된장찌개를 중심으로 상치와 깻잎을 비롯해 시금치, 오이, 콩나물 무침 등이 담긴 쟁반이 나오고, 참기름, 고추장, 된장 등이 놓인다. 채소는 당일 구입해서 손질을 한 것들이라 텃밭에서 갓 따와 씻어낸 것처럼 싱싱하다. 된장찌개는 밥 없이 먹어도 좋을 만큼 짜지 않고 깊은 맛이 우러나는데 멸치와 디포리를 넣고 30분 동안 따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불판에 열이 오르면, 고기와 함께 고사리와 생김치를 잘라 올려주고 약간의 후추를 고기 위에 뿌려주면 된다. 그리고 기다림. 고기는 익어가며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 짓고 또 다시 하루의 마지막 식사와 마주앉은 보통 사람들의 작고 건강한 대화 사이로 하얗고 구수한 연기가 차오른다.
고기가 모두 익으면, 고사리와 싸먹어도 좋고 김치에 싸먹어도 좋다. 고사리에 싸먹으면 고소한 따뜻함을, 김치와 싸먹으면 개운한 차가움을 느낄 수 있다. 어느 쪽이건 삼겹살은 부드럽고 명랑하다. 이것은 슬라이스가 가능한 냉동 삼겹살 고유의 맛으로, 두터운 생삼겹살로는 맛을 낼 수 없다. 게다가 냉삼타운의 냉동 삼겹살은 급냉방식을 취해 생삼겹의 신선도까지 유지하고 있다. 기소은 사장은 말했다. “예전에는 냉동 삼겹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없지 않았다. 생삼겹살을 판매하다 팔리지 않을 때, 유통기한을 늘이기 위해 냉동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냉동 삼겹살은 냉동 삼겹살을 찾는 사람들을 위해 급냉방식을 택해 신선도와 영양가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저녁 7시가 되면 냉삼타운은 분주해진다. 60여개의 의자가 빈틈없이 들어찬다. 그만큼 고단함이 웃음이 되고 누군가에 대한 증오와 원망이 잡담이 되는 소리가 안을 가득 채운다.
이때쯤이면 처음 안에 들어서면서 느꼈던 2000년대 그 어디쯤의 시간이 왜 냉삼타운에 필요했는지 알게 된다. 2020년에서 살짝 늦춰진 그 시간, 현재에서 뒤로 물러나 있는  한 걸음, 그 시간의 보폭 안에서 사람들은 사회가 부여한 직책과 의무, 욕망과 경쟁을 내려놓고 서민 김아무개, 이아무개로 돌아가 밥 한술에 삼겹살 한 점, 술 한 잔에 삼겹살 한 점으로 마냥 풍족하고 즐거운 것이다. 냉삼타운에서 친구와 동료간에, 가족과 연인 간에 모여 앉아 냉동 삼겹살을 굽는다는 것은 어쩌면 살짝 늦춰진 그 시간을 굽는 것인지도 모른다.

■주    소: 경기 평택시 중앙 2로 124
■연락처: 010-2931-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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