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그대로 입안에···

18년째 자연산만 고집해 온 ‘바다로’
최소 손질 가공만 한 최상의 해산물

[평택시민신문] 도시화·산업화가 진행될수록 많은 사람이 자연의 맛을 그리워한다. 이런 욕구에 부응해 많은 음식점에 ‘산지 직송’, ‘자연산’이라는 어휘가 앞다투어 내걸린다. 이들 식당에 기대를 품고 방문했다 아쉬움을 느끼며 돌아서길 수차례. 바닷가나 산속을 직접 찾아가야 자연의 맛을 맛보겠다며 포기할 즈음 합정동에서 자연산만을 고집한다는 ‘바다로’를 알게 됐다.

 

투박하고 꾸밈없는 곳

‘바다로’ 외관은 오래된 횟집 그 자체다. 수족관이 놓여 있고, 간판이나 식당 내부도 어딘지 낡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18년간 자연산만을 고집하며 평택의 식도락가들에게 호평이 자자한 곳이 맞나 싶다.

이에 대해 김송자(68) 대표는 자신 있게 답한다. “바다로에서 중요한 건 ‘신선도’입니다. 산지에서 그날 잡은 해산물을 싣고 와서 손님에게 내놓습니다. 해산물뿐 아니라 채소도 신선하지 않으면 아낌없이 버립니다.”

1인분에 4만원에서 5만원인 해산물코스를 주문하면 해산물 외에는 달걀찜이나 무 무침 같은 반찬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바삭바삭한 돌김과 짭조름한 톳만이 있어 맛본다. 돌김은 파사삭 부서지며 단맛이 난다. 톳에서는 바다 특유의 짠맛이 훅 끼친다.

 

거제도에서 가져오는 코끼리조개·돌멍게

어느새 식탁의 주인공 격인 코끼리조개, 돌멍게가 큼직한 접시에 담겨 나온다. 양식이 안 되는 코끼리조개와 돌멍게 모두 거제도에서 당일 가져온다.

코끼리조개는 굵고 긴 수관을 항상 조개껍질 밖으로 노출하고 다녀 이런 이름이 붙었다. 크기가 커서 ‘왕우럭조개’라고도 불리며 일본에서 인기 높은 고급 식재료라 한다.

은은한 광택이 얼핏 진주를 연상하게 한다. 아무 양념도 더하지 않고 맛본다. 쫄깃한 식감이 느껴지는 표면을 살짝 깨물자 부드러운 속살이 마중 나온다. 쫄깃한 겉과 부드러운 속이 어우러져 신선한 감칠맛과 단맛을 자아낸다. 함께 나온 쪽파 소스를 곁들여 깻잎에 싸 먹어도, 초고추장에 푹 찍어 먹어도 특유의 감칠맛과 단맛은 사라지지 않고 입안을 상큼하게 해준다.

반으로 톡 잘린 빨간 돌멍게에서 노란빛깔 속살을 젓가락으로 꺼내 먹는 맛도 일품이다. 처음에는 짭짤한 바다 향이 나고 보드라운 살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부드럽게 목을 넘어가면서 예상하지 못한 단맛이 아찔하게 입안을 감싼다. 이 단맛은 기분 좋은 상쾌함을 남기며 사라져 아쉽기까지 하다. 술을 좋아한다면 속살을 꺼내 먹은 빈 껍질에 소주를 부어 마셔도 좋다. 바다 향이 듬뿍 밴 소주가 몸을 절로 부르르 떨게 한다.

이생진 시인의 쓴 시구가 저절로 떠오른다. ‘바다를 돌멍게에 담을 순 없지만, 배 가른 돌멍게마다 바다가 생긴다. 빈 껍질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손님들이 알아주시는 기쁨

바다로의 맛은 김 대표의 솜씨가 빼어나서 내는 맛 만이 아니다. 자연 그대로의 원재료가 내는 맛이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진짜배기 바다의 맛이다.

이 맛은 김 대표의 어릴 적 기억에서 시작됐다. “경주 월성이 고향이지요. 아버님이 사업을 하셔서 어머니가 손님 접대에 필요한 해산물을 월성포구의 해녀들에게 매일 사 오셨습니다. 어릴 적 먹던 바닷가 음식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산 재료를 쓸 수밖에 없었죠.”

바다로의 음식은 모두 김 대표의 손끝에서 마무리된다. 코끼리조개는 끓는 물에 살짝 데치고, 돌멍게를 깨끗하게 다듬어 내놓는다. 그때그때 제철 해산물은 먹기 좋게 손질하고, 회도 직접 큼직큼직하게 뜬다.

“자연산 재료를 쓰니 튀기고 볶고 양념하지 않고 본연의 맛만 살려 내놓아도 손님들이 알아주십니다. 이 맛을 알아주는 분들이 기억해주고 칭찬해주신 덕분에 지금껏 기쁘게 해올 수 있었지요.”

김 대표의 목표는 여든이 될 때까지 변함없는 맛으로 손님을 맞는 것이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합정동 골목에 있는 바다로를 찾아가 보자. 냉동·냉장 안 하고 살아있는 재료만 쓰기 때문에 예약을 꼭 해야 한다.

■주 소: 경기도 평택시 합정동 453-9

■연락처: 031-653-2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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