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고 좋은 환경 주는 것이 어른이 할 일

 

학교폭력예방 캠페인부터 환경운동까지 앞장선 5년
아이들이 건강하게 웃을 수 있는 학교생활 되었으면

[평택시민신문] 평온한 하루, 무탈한 오늘을 바라는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 뒤에는 자신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공동의 일상을 지켜내는 평범한 봉사자들의 치열함이 받치고 있다. 오늘도 지역사회 곳곳에서 일상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활약하는 작은 영웅들, 그 중 한 사람인 이태희(46) 평택시학부모폴리스연합단 단장을 소개한다.

이태희 단장은 학교폭력예방, 금연캠페인과 주야간 학교‧취약지역 순찰, 환경정화 활동을 하는 평택시학부모폴리스연합단에서 단원으로 5년 가까이 봉사하면서 올해 단장으로 위촉받았다. 또한 2015년 에어프로덕츠코리아(이하 APK) 공장건설 반대 주민대책위원회를 시작으로 평택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이하 평택건생지사) 캠페인 단장, 노후산업단지 환경감시단으로 환경운동을 펼쳐왔으며, 지난 17일에는 평택시 2020년 민간환경감시단 단원으로 위촉됐다. 걸을 수 있을 때까지 활동을 계속하겠다는 이태희 단장을 만나 평범한 주부에서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들고자 헌신하는 활동가가 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

평택시학부모폴리스연합단은 학교폭력예방 캠페인 차원에서 평택경찰서가 2015년 평택지역 25개 중학교 학부모회장단을 대상으로 꾸린 봉사단체다.

이태희 단장이 처음 지역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15년 첫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다. 자녀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녹색어머니회 활동으로 아침 등굣길 봉사활동 정도를 하는 평범한 주부였다고 한다. 아이를 중학교에 보내고 나서 접하는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학교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당시 아이 학교 학생부장 선생님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그해 학부모폴리스단을 구성하고 교내 순찰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 학교 순찰을 돌 무렵에는 화장실 등에서 이뤄지는 교내 흡연부터 다른 학생에게 물품‧금품을 갈취하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사실을 목격했다. 이후 이 단장은 매일 화장실과 교내 구석까지 직접 돌아보았다. 단 그가 선택한 해결책은 부단한 대화와 설득이었다. 세상에 나쁜 아이는 없다는 이 단장은 “어른들이 이끌어주지 못해 악순환이 발생한다고 생각해요. 이해해주는 대신 나쁜 아이라고 선을 긋고 관심을 가져야 할 부모조차도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이 단장은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안아준다고 한다.

학생들에게 말을 걸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설득한 결과 2년이 지나면서는 학교에서 흡연하는 학생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학교에 매일 나오다보니 학생들이 선생님이라 부르면서 자신을 반기고 믿어준다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봉사라는 것이 무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하교하고 웃으면서 생활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죠.”

 

APK 대책위 활동으로 환경운동 시작

2015년은 이태희 단장이 학부모폴리스 활동을 시작한 해이기도 하지만 환경운동에 발을 들인 해이기도 하다. “동사무소에 가니 가스공장이 들어온다고 설명하더라고요. 저희 입장에선 알 권리가 있는데 시는 물론 어느 곳에서도 사전에 가스공장 설립에 대한 주민 의견을 묻지도 않았고 알려주지도 않았어요.”

장당동 옛 퓨리나사료 공장 부지에 공청회도 거치지 않고 APK 특수가스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주거단지 인근에 유해화학물질 공장이 들어선다는 이야기에 이 단장도 주민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2년여에 걸쳐 반대 운동을 했다. 한겨울에도 점퍼 하나에 의지한 채 1인 시위를 이어가는 등 노력 끝에 APK 측은 이중관 등 안전장치를 강화한 시설 설계를 약속했고 건축과정 감시 등 성과를 이뤄냈으며 지금까지도 분기마다 APK 공장 감시단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침을 뱉고 가는 분들도 있었고 빨갱이라고 모욕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누군가 소리를 내야 알아주죠. 그래도 나중에 사람들이 이렇게 열심히 활동하고 목소리를 내줘서 감사하다고 말할 때 보람을 느꼈어요.”

최근에는 고덕 산단에 입주하기로 한 특수가스 업체에서 찾아와 어떻게 하면 주민들이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유해화학물질을 공부하고 직접 반대운동을 전개했던 지난 경험들이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에 발을 들이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활동은 끝났지만 많은 분들이 아쉬워했어요. 평택에 환경단체가 드물었기에 유해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추구하는 단체를 만들면 어떨까 했죠. 마침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현재순 국장님이 찾아와 저희들에게 먼저 권유해주셨고 그렇게 평택건생지사가 창립됐어요.”

 

아이들이 건강하길 바라는 엄마라서 가능한 일

현재 이태희 단장이 소화하는 일정은 일주일도 모자라다. 평일에는 아침부터 자녀가 다니는 중학교에서 교통안전 캠페일을 하고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학교와 주변을 순찰한다. 경우에 따라 저녁에는 역 주변과 인근 상가를 순찰한다. 주말에는 아이들에게 바른 먹거리와 GMO의 문제점을 알리기 위해 평택건생지사에서 진행하는 경기 꿈의학교 수업을 듣고 캠페인 활동을 전개한다. “토요일, 일요일 없이 나가니 집에서 좋아하지는 않죠. 네가 아니어도 누군가는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마인드를 바꿔야 해요.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더 동참하면 세상을 바꾸는 일이 조금 더 쉬워질 수 있어요.”

이 단장이 지치지 않고 봉사할 수 있게 하는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는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학부모폴리스도, APK 대책위도, 건생지사 활동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한 일이란다. 아이들에게 안전함과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활동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주변에서는 편히 쉴 나이에 왜 찾아서 힘든 일을 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단장은 미래를 생각하면 자신이 지금껏 해 온 일이 충분히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특히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좋은 환경을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 단장은 지난해에 학부모폴리스와 평택건생지사, 두 단체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활동에 최선을 다했다며 올해는 내용적으로 더 꽉 채우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다짐을 알렸다. “지금은 주위 사람들이 제가 하는 활동을 보며 이태희니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얘기해 주기도 해요. 앞으로도 건강한 평택사회를 만드는 일에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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