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미 사무국장
평택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평택시민신문] 호주가 불타고 있다. 사람들이 멍하니 새빨간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호주산불 현장 사진이다. 마치 SF영화 선전물 인양 비현실적이다. 지난해 9월 산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은 호주 전역으로 번지면서 넉 달째 호주를 태우고 있다는 소식이다. 1월 8일 기준으로 남한보다 넓은 면적인 1070만 헥타르에 건물 5900여 채가 불탔고, 최소 28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제한된 서식지와 먹이 때문에 호주에서만 볼 수 있었던 코알라가 급격하게 번진 불길을 피하지 못해 멸종될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고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록적인 이번 산불의 발생 원인을 ‘기후변화’로 꼽았다. ‘인도양 쌍극화’ 현상 때문에 호주가 매년 더 더워지고, 더 건조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드니 서부의 경우 12월 18일에는 일평균 41.9도, 1월 4일에는 48.9도를 기록하는 등 무더운 날씨를 보였다. 인도양 쌍극화 현상은 서부 인도양의 표면 수온이 동부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인도양 동서부의 수온차가 최근 60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고 한다. 사상 최악의 산불로 소방관들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 휴가를 떠난 총리에 대해 호주국민의 분노가 들끓었다는 소식 이후에는, 기후변화와 산불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정치인들 태도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복합적인 원인을 찾게 될 사건임에도 기후변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사실은 비단 호주만이 아닌 전 세계적인 기후 관련 뉴스들을 접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다. 미국에서는 겨울폭풍이 남부지역을 강타하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제주에서는 1월 중 낮 기온이 23도 넘게 오르고, 유례없는 혹한으로 평균기온이 10도 이상 낮아진 인도의 소식이 그러하다. 기후변화는 분명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들에게 닥친 큰 위기 상황이다. 우리에게 해결책은 있을까?

필자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환경문제 관련 글을 쓰고, 교육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일은 ‘일회용품을 적게 쓰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 등과 같은 사소한 일에 그칠 뿐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위기에 처한 지구 ‘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인지에 대해서는 매번 의구심이 든다.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신경 쓰며 산다 해도, 주부로서 마트에서 식료품을 살 때나 이러저러하게 살림을 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일회용품을 쓰게 된다든지, 물건을 정리하면서 산처럼 쌓이는 쓰레기들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개인의 실천은 기본이지만 이것으로 환경위기를 극복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기후변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체 산업의 시스템이 변해야 한다.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구조의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와 관련된 분야이다. 경제는 곧 돈이고, 개개인의 먹거리와 연관되는 문제라서 논의를 어렵게 한다.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전체 시스템을 바꾸는 행정과 관련법을 만드는 정치인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전세계 대표들이 같은 마음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정치인들처럼 기후변화를 문제의 원인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입장이 되니 대응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소극적인 대처로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뒤늦게나마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 평택은 미래를 위해 나은 선택을 한 것이라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좀 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안을 내고 실천을 추동하는 ‘툰베리와 같은 시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산업구조 시스템을 바꿀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을 만들고 실행할 수 있는 ‘의식 있고 용기 있는 정치인’을 배출해내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이다. 올해 총선에 출마하는 정치인들이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할 수 있게 더 많은 목소리를 내는 것, 그것이 ‘툰베리와 같은 시민’의 역할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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