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생각을 수렴하는 것이 청년 정책”

청년들이 평택 떠나지 않고 정착하게 하는 것이 목표
청년세대 모이면 잠재된 꿈과 끼 발산 가능하다 믿어

[평택시민신문] 2019년 10월말을 기준으로 평택시 내 만 39세 미만 청년인구는 15만1298명이다. 같은 기간 평택시 전체 인구 50만9529명과 비교하면 인구의 약 30%에 달한다. 평택 내에서 청년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평택시는 청년층의 목소리를 듣고자 지난달 11일 ‘제1기 청년네트워크’를 발족시켰다. 청년네트워크는 평택시가 청년 정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기 위해 모집한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 청년 정책 제안단이다. 교육‧문화‧복지‧일자리 4개 분과 39명으로 구성된 제1기 청년네트워크는 2020년 8월 31일까지 분과별로 정책 의견을 제시하며 청년문제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평택시민신문>은 지역 내 청년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노력을 들어보고자 청년네트워크 회장으로 선출된 한효현(34) 교육협동조합 더울림 이사장을 만나봤다.

학내 이단아에서 협동조합 이사장까지

“학교 다닐 때 친구에게 이단아 같다는 이야길 들었어요. 친구들이 스펙 쌓을 때 어른들과 운동을 하러 다니며 네트워킹을 했으니까 흔히 말하는 개념 없다는 소릴 들었죠.”

한효현 이사장은 대학교에 다닐 당시 스펙을 쌓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함께 사람들과 족구, 테니스, 탁구, 축구 등 공동체 운동을 했다고 한다. 지금은 인적네트워크 구축과 대인관계 능력을 기르는 일이 스펙을 쌓는 것으로 인정받지만 당시만 해도 취업컨설턴트로부터 타박을 듣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는 패기가 세서 강사들보다 더 재밌게, 더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보통 학생들처럼 스펙을 쌓지 않은 그였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먼저 취업이 됐다. 그는 학교에서 개최한 취업캠프 강사들의 강연을 보고 현장에서 바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발표수업만큼은 항상 A+를 받았고 조별발표에서는 항상 섭외 1순위였던 그였기에 자신 있었다고 한다. 한 이사장은 현장 면접을 거쳐 이틀 후 서울 본사에서 대표자 면접을 보고 입사가 결정됐다.

입사 후 한 이사장은 교육부, 노동부에서 위탁한 대학생 취업 프로그램의 운영‧관리를 맡았다. 프로그램 중 직접 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기였던 피티 능력을 살려 여름에 2주 동안 전국에 있는 대학교를 돌며 영업활동을 다니기도 했다.

“연매출 6억원인 작은 스타트업 기업이 연매출 30억원이 됐어요. 당시 매출의 절반을 실질적으로 제가 담당하고 있었죠.”

서울에서 유능한 직원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그는 고향에 대한 향수로 평택에 내려오기로 결심하고 퇴사했다. 현덕면 출신으로 초중고를 모두 평택에서 나온 그는 사람과 업무에 치이고 이웃과 친구가 없는 서울생활의 삭막함에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평화로움과 여유가 필요했다고 한다. 다시 고향으로 온 그는 2017년 안중에서 교육협동조합 더울림을 창립하고 현재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택을 떠나려는 친구가 청년네트워크 지원동기

“처음 청년네트워크 소식을 접한 것은 주변의 추천이었어요. 시에서 이런 활동을 하려고 하는데 지원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권유를 받아 고민을 했어요.”

한 이사장은 처음에 반감이 더 컸다고 한다. 시에서 실질적으로 청년들의 제안을 얼마나 정책으로 반영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반면 청년에 대한 고민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도 있어 지원을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런 그가 청년네트워크에 지원하기로 마음먹게 된 계기는 한 친구를 통해서였다고 한다.

“청년네트워크를 해야겠다고 절실한 동기를 부여한 사람이 있어요. 전주에서 이사 온 친구인데 만날 때 마다 이사 가겠다고 이야기하거든요. 제가 볼 땐 정말 좋은 인재고 지역에 있으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인물이라 그분을 목표로 세웠어요.”

그는 타지에서 평택으론 온 사람들을 만나보면 평택에서 적막함과 허전함을 느낀다고 했다. 한 이사장은 서울에서 평택으로 내려오며 고향에서 살겠다고 결심한 이상 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이사장은 청년네트워크에 들어가 친구가 평택을 떠날 마음을 바꾸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향후 1~2년 내에 이사를 간다면 평택시 청년 정책에 발전이 없는 것이고, 큰 발전이 없어도 변화를 체감한다면 머물러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한 이사장은 그 친구가 머물러 있다면 다른 청년들도 머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나와 같이 지역을 지키며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런 친구들과 청년이 지역에서 살고 싶게 만들고 싶어요.”

청년세대 결속력 위한 판 확보돼야

“우리 말고 더 많은 청년들이 고민하고 있어요. 그들의 고민을 모을 수 있는 장소가 돼야하고 오프라인 청년커뮤니티로 자리 잡는 것이 청년 공간 마련의 최고 핵심이에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청년을 만날 수 있는 곳이자 청년들이 애착할 수 있는 터 같은 곳이 마련돼야 해요.”

현재 청년네트워크에서 중점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청년 공간 마련이라고 한다. 1~2월에 청년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1월에 장소를 계약하고 3월에는 리모델링에 들어가 상반기 중 공간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 이사장은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자연스레 청년들이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청년들이 모여 변화를 이끌어낼 동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지금 청년세대는 노인층만큼이나 취약한 세대가 됐어요. 이 난관을 혼자 해쳐나가긴 힘들어요. 친구가 있어 모이면 잠재된 끼와 꿈이 발산되면 자연스레 극복할 수 있어요. 그 결속력을 위한 친구를 만들고 모일 수 있는 판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면서도 한 이사장은 기본적으로 시에서 만든 청년네트워크의 구조에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청년네트워크에서 제안하는 정책이 반영되려면 2020년 예산 편성을 거쳐 2021년에 실현가능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지금 필요한 청년 정책이 2년 뒤에 실행될만한 정책인지 고민해봐야 한다며 기본적으로 제안한 내용을 시범실시하기 위한 예산이 확보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한 이사장은 청년네트워크 1기 활동이 향후 기수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시에서 기대했던 것보다 2~3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정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청년의 생각을 수렴하는 것이 정책이에요. 이것을 알 수 있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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