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까지 정치 이념 꿰뚫은 민세, 다사리 이념 실천해 통합 사회 이뤄야”

‘다사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소통’

대화공동체 복원하는 문화 조성 필요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평택시민신문]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대학원 석사과정 중 해방 전후 근현대사를 공부하라는 교수의 조언을 들은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관련 문헌을 모두 조사하던 중 안재홍 선생에 대한 기록이 무수히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계기로 민세 안재홍 선생에 매료돼 ‘안재홍의 정치사상’ 연구로 석사,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안재홍의 정치리더십’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정윤재 교수는 현재 안재홍 연구 1세대로 평가받고 있다.

정 교수는 충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한국동양정치사상사학회장, 한국정치학회장을 역임했다. <민세 안재홍 평전>, <다사리 국가론 : 민세 안재홍의 사상과 행동>을 저술했으며 국제적 민족주의론과 다사리국가론, 문화건설론 등 40여 년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안재홍 선생이 재조명받을 수 있도록 이바지해왔다.

정 교수는 “민세는 일제강점기 당시 우리 민족은 고대부터 문화와 역사를 공유한 민족이기에 정치적 독립을 해야 하고 국제적 협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민족의 구성원으로서 역사·문화·언어를 지키고 공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이는 일제가 민족말살 정책으로 우리 민족의 문화를 앗아가고, 공산주의자들이 국제주의를 주장할 때 내세웠던 ‘국제적 민족주의’의 정의”라고 말했다.

또한 “민세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정치 이념을 꿰뚫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정치 이념이 곧 ‘다사리’가 되었고, 해방 이후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영국의 의회 제도를 수용하자고 주장한 것”이라며 “다사리는 정치 혹은 민주주의를 뜻하는 우리 고유의 단어로, ‘다 말씀하게 하여’, ‘다 살게 하여’라는 두 가지 뜻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민세의 이념이 현대정치에 주는 메시지로 “현대 정치인들은 민세의 이념을 두고두고 곱씹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의 문제점은 보수와 진보가 서로 갈등을 빚고, 국가 발전을 위한 협력의식이 아주 약하다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각각 권력을 얻기 위해 전술적 차원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역사의 부재라고 볼 수 있으며, 민세의 다사리 정신을 깨닫게 되면 식민사관 극복과 동시에 진보와 보수를 통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민세를 ‘냉전 정치에 의해 가려져 있던 민족의 영웅’이라고 표현하며 “민세는 일본 유학 시절 중국 상해까지 오가며 선배 독립운동가들의 역경을 체감했고, 국내에 돌아와 9번의 옥고를 치르면서도 독립운동을 펼치면서 약속을 지켰다”며 “민세는 일제와 협력할만한 위치에 있었지만, 당당하게 비판하면서 한민족이 나아갈 길을 밝혔다. 이러한 인물이 평택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굉장히 뿌듯하게 생각한다. 기념관이 조성된다면 민세의 정신을 더욱 잘 알려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는 “다사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소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옛 시골 마을과 같은 대화공동체 형태의 주거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며 “마을은 말이 통하는 사람들이 모인 하나의 공간을 뜻한다.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대화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데 구성원 간 소통이 가능한 아파트 문화를 조성하고 시민운동을 통해 이웃과 인사하며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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