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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즈버그 연설을 읽으며 : 선거혁명을 기대한다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9.11.13 09:54
평택대 미국학 교수

[평택시민신문] 1863년 11월 19일, 미국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은 펜실베니아 주 게티즈버그에서 전몰장병들을 추념하는 연설을 했다. 전문이 모두 250여 단어로 구성된 매우 짧은 연설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민주정치의 원칙을 요약한 최고의 연설로 평가된다. 연설의 끝부분에서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를 실현하는 것이 살아남은 사람들 앞에 놓인 과제임을 강조했다.

링컨의 게티즈버그 연설이 나왔을 때 미국은 링컨이 제시한 세 가지 민주정치의 원리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당의 보스들이 정치를 지배하는 시대였다. 정당의 후보 결정에서부터 투표까지 보스의 손에 모든 것이 달려 있었다. 링컨 자신도 후보자 사이의 막후 협상 덕분에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었다. 1860년 공화당 전당대회에는 링컨 외에도 다수의 후보자가 있었다. 그 중 뉴욕 주 출신의 연방 상원의원 윌리엄 슈어드(William Seward)가 가장 유력시 되었다. 전당대회 1차 투표에서 슈어드는 예상대로 1등을 차지했다. 당선 정족수에 미달되는 득표 수였다. 링컨은 2위였다. 2차 투표에서도 슈어드가 1등이었으나, 3차 투표에서 링컨이 역전하며 최종 후보로 선출되었다. 군소 후보자들이 슈어드 대신 링컨을 지지하기로 담합한 결과였다.

미국의 건국 지도자들은 신생 공화국에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생각했다. ‘공익(public interest)’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도자를 선출하여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이상적인 공화국이 될 것으로 믿었다. 문제는 정부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법이었다. 국민이 직접 지도자를 선택한다면 중우정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보았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선거인단을 구성하여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안이었다. 또한 국민이 직접 선출하는 하원과 달리 상원의원은 각 주의 의회에서 선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하원을 견제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국민의 민주 역량에 대해 회의적이던 시대에 나온 산물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상원의원을 국민이 직접 선출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해 국민적 저항이 생겼다. 개혁 요구에 밀려 연방 정부는 1913년 연방 헌법을 수정(수정조항 17조)했다. 연방 상원의원을 각 주의 유권자들이 직접 선거로 선출하도록 개혁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정당의 후보자도 정당의 보스가 아니라 유권자들이 직접 결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안으로 예비선거제가 등장했다.

그러나 예비선거제는 1968년까지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다. 1968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예비 선거를 거치지 않은 휴버트 험프리(Hubert Humphrey)가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했다. 당시 현직 대통령 존슨(Lyndon Johnson)의 지원 덕분이었다. 민주당은 당 안팎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마침내 1972년부터 예비선거의 참여는 대선 후보의 필수 자격요건이 되었다. 차기 미국 대선은 2020년 11월에 있으나, 민주당의 대선 판도는 이미 뜨겁게 달아올랐다. 예비선거의 중요성 때문이다. 대선뿐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 선거에서 예비선거는 이제 필수 코스가 되었다.

오래 된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링컨이 제시한 민주정치의 세 가지 원칙을 우리 정치는 어느 정도 구현하고 있을까? 격동의 민주화 과정을 겪은 우리도 지금 정치 선진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도 여전히 크다. 현재 선거법 개정을 위한 여야 논쟁이 한창이다. 그런데 새로 나올 선거제도와 관련하여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정당의 공천권 문제이다. 공천은 상명하달의 방식으로 민주원칙에 맞지 않는다. 우리도 이젠 정당의 후보를 국민이 직접 결정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2020년 총선에서는 각 정당이 공천한 후보 대신 유권자가 결정한 후보를 만나는 선거혁명을 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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