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미 사무국장
평택건강과생명을지키는사람들 

[평택시민신문] 평택에는 미국의 도시 하나가 통째로 들어와 있다. 여의도 면적의 5배로 알려진 넓은 땅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소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미국식 도로명 주소와 미국 도로교통법에 따른 교통행정, 달러로 결제하는 대형마트, 미국인들을 위한 초· 중· 고교까지 미국 시골마을을 떠다 놓은 듯한 이곳을 사람들은 ‘캠프 험프리스’라고 부른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나라가 아직도 식민지 상태를 못 벗어난 것 같아 분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평택 미군기지가 전 세계 미군기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고 하니 이제는 ‘미군기지와 평택’이라는 타이틀이 평택시민으로서의 당연한 숙명처럼 여겨진다.

난 아직 미군기지에 들어가 본 적이 없다. 거기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것 같은데.. 참 의아한 사실이 하나 있다. 미군들은 땅을 어떻게 쓰길래 자신과 가족들이 사는 곳을 그렇게 오염시키는지. 오염된 땅에서 생활하면 자신들도 피해를 입을 텐데.

북미정상회담이 심심치 않게 열리고 있는 지금 분위기로는 딴 세상 이야기 같아졌지만, 금방이라도 미군기지가 있는 평택으로 미사일이 날아들 것 같아 걱정하던 때가 이삼년 전이었다. 당시 기지 주변에 사는 지인분이 “전쟁이 진짜 날 것 같은 상황이라면 기지 안에 있는 미군과 가족들이 먼저 철수할 거예요. 기지가 생각보다 넓고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미군들이 철수하지 않는 걸 보면 전쟁이 쉽게 날 것 같지는 않아요”라고 말씀하시며 캠프험프리스에 많은 미군과 가족들이 살고 그 안에 있는 땅이 매우 거대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시민들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대안들을 이야기하면서 농담처럼 미군기지 안에 살고 있는 미군과 가족들도 생명의 위협을 느낄 것이니, 국가적 차원에서 평택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 방안을 미군과 함께 요구하자는 의견이 있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미군과 가족들은 이제 남이라기보다는 이웃에 가깝다. 우리는 같은 땅에서 살고 있다. 때문에 바람이 있다면 그들이 이 아름다운 땅을 조금만 소중히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2000년 2월 용산 미군기지에서는 발암물질 포름알데히드를 한강에 무단 방류하여 적발된 사실이 있다. 이는 영화 ‘괴물’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뿐만이 아니라 원주, 군산 미군기지 등에서도 기름이 유출된 사례라든지 환경오염, 특히나 토양에 가하는 저들의 행위들은 이 땅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테러라고 느껴질 만큼 괘씸하기 짝이 없다.

얼마 전 평택평화시민행동이 진행한 기자회견 내용에 따르면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한 결과 ‘캠프험프리스’ 기지주변에서 석유계 총탄화수소(TPH)는 기준치의 8배, 벤젠은 3배가 검출되고, 중금속 카드뮴은 기준치의 2배, 아연이 기준치 2.5배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지하수도 TPH 기준치 3.5배 넘게 초과 검출되어 사용이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또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오염원은 기지 내부에 기인한다.

주한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용산, 원주 등 비어있는 미군 기지들이 다수 존재하는데 토양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 토양을 마구 더럽혀 오염시키고, 깨끗한 동네 찾아서 다시 더럽히려고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면, 평택시민으로서 요구한다. 오염된 땅에서 지낸다는 건 미군 자신과 가족들에게도 해로운 일이고, 천문학적인 비용을 대가며 이웃이 되길 자처한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해서는 안 될 짓이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말이다.

오염된 땅을 정화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그러나 오염을 미리 막는 것은 그보다는 적은 비용과 마음이면 될 일이다. 지구를 지키는 ‘어벤져스’의 나라 미국이 한반도를 지키겠다며 주둔하고 있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매너를 지켜야 한다. 전투기와 무기쇼로 호감을 사려하고, 기지를 공개하여 시민들을 초대하고, 지역에 봉사활동을 한다고 해도, 잠시 빌려준 우리 땅을 오염시키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미군을 곱게 생각할 평택시민은 드물 것이기 때문이다.

평화의 시대에 평화로운 평택에 이주한 주한미군은 토양오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매너를 지켜라. 그렇지 않으면 한국인에게 미군은 그저 소중한 국토를 망가뜨리는 괴물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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