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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열정 충만 한응태 씨“배우는 시간 만큼 즐거운 게 없어요”
박민아 기자 | 승인 2019.10.10 16:45

[평택시민신문] “다 늙어서 배우려니 금방은 안 되죠. 하루에 하나라도 올바르게 배우면 되잖아요. 남들 일 년 배울 거, 나는 이 년 배우면 되지 않겠어요” 평택시 송탄보건소 탁구교실에서 만난 한응태 씨가 꺼낸 말이다. 올해 나이 83세인 한응태 씨는 3년 전 배움의 길로 들어섰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것도 한 씨에게는 의미 없는 말이다. 영어, 한문 등 언어영역은 물론이고 탁구, 당구, 사군자 등 예체능까지 섭렵하며 배움으로 노년의 활력을 찾고 있는 그는 일주일에 여덟 가지 수업을 들으면서도 힘든 줄 모르겠다고 말한다. 배움에 대한 끝없는 열정으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는 한응태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늦은 나이에 배움에 열정이 생긴 이유는?
살기가 어려워도 삶이라는 것은 즐겁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배워요. 저는 배우는 시간이 가장 즐겁거든요. 젊었을 때는 배움에 대한 열정도 없었어요. 35년 동안 태백 탄광에서 일했거든. 지하에서 밥 먹고 생활도 해야 되니까 여간 힘들었지. 그때는 먹고 사는 게 힘들어서 뭘 배운다는 건 생각도 못했어. 게다가 내가 감독이라 일을 하러 들어갈 때는 교육을 시켜야 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일러줘도 사고가 많이 나요. 죽는 사람도 있고, 팔, 다리 부러지는 사람도 많았죠. 굴 안에서 탄광이 무너지면 공기가 들어가야 사람이 살거든요. 사람을 구해야 되니까 사람 하나 기어들어 갈 만큼 구멍 뚫어서 데리고 나오고 그랬어요.

그런데 남은 건 하나도 없더라고. 몸만 망가지고 남는 게 없어. 그때는 너무 고생하고 힘들었지. 이제 나이가 드니까 젊었을 때 못했던 것들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이 제일 즐거워요. 능력껏 남들 도와주고 욕심 안 부리고 배우고 싶은 거 열심히 배울 수 있는 거, 그게 제일 즐거워요. 원래 손재주가 있어서 만드는 걸 잘했어요. 젊었을 때 탄광에서 일 안 하고 만드는 걸 했으면 성공했을텐데 그런 생각도 가끔 해요.

일주일에 소화하는 수업량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여덟 가지를 배워요. 월요일은 서예, 화요일 탁구, 당구, 서예, 수요일 스마트폰 교육, 영어수업 듣고, 목요일은 탁구랑 배드민턴, 금요일은 하루 종일 당구를 쳐요. 토요일에는 바둑, 사군자, 탁구를 하고 있죠. 최근에는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건 시간 날 때마다 짬짬이 하고 있어요. 이렇게 일주일 동안 일정이 빡빡해도 내가 배우고 싶은 거 배우면서 즐겁게 사니까 힘들다는 걸 하나도 모르겠어요. 다리가 아파서 많이 걷지는 못해도 빠지진 않아요. 교육받는 데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어요. 평택에서 송탄까지 버스를 타고 와야 하지만 항상 30분 전에 와서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어요. 일찍 와야지 모범이 되지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집에 붙어있는 날이 없어요. 매일 아침 7시에 나오면 4시쯤 집에 들어가고, 저녁 먹고 사군자, 서예 연습을 하는게 내 일상이에요.

수화를 배우게 된 계기가 특별하다던데?

탁구를 배우러 가는데 청각장애인이 한 분이 계셔요. 맨날 같이 차를 타고, 탁구를 치는데 얘기를 해도 모르고, 손짓을 해도 모르고.. 도통 대화가 안통하고 답답하니까 사람들이 안하려고 해요. 점점 사람들이 멀어지는 거 같더라고요. 그걸 보고 안 되겠다 나라도 저 사람이랑 대화를 해야겠다 싶어서 수화를 배우기로 마음먹었죠. 마침 당구를 배우러 다니는 곳에 수화 선생님이 계셔서 가르쳐 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알려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감사한지, 손 모양 그림을 프린트해서 가져가고 그랬어요. 하려고 하는 의지가 있으니까 하늘이 돕나 봅니다. 제일 처음 청각장애인 분과 대화했을 때 커피가 먹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다 알아먹지는 못하지만 처음으로 같이 웃으면서 체육관에 갔어요. 그게 참 기뻐요.

가장 뿌듯할 때는 언제인가요?
우리 할머니를 배우게 한 거요. 내가 죽고 나면 할머니가 외로우니까 즐겁게 살라고 강제로 당구를 가르쳤어요. 그런데 이제 나보다 잘 쳐요. 한문도 권유해서 1년째 공부하고 있어요. 영어랑 스마트폰 교육, 당구는 이제 같이 배우고 있어요. 내가 배운 걸 써먹을 수 있을 때도 뿌듯해요. 연습을 많이 하니까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보다 실력이 좀 나은가 봐요. 못하는 사람에게 알려주면서 봉사도 하고 그래요. 도와주고 나면 기분이 좋고 내가 살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제가 얻는게 더 많아요. 집에 있으면 뭐해요 누워서 텔레비전이나 보지, 이렇게 나와서 움직이니까 사람들도 만나고 얼마나 좋아요, 사군자 그림을 그려가지고 사진을 보내면 다들 잘했다고 칭찬해주시고 그걸 따라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쳐줄 수 있다는 거, 그게 가장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박민아 기자  webmaster@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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