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대 미국학 교수

[평택시민신문]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이 있었다. 맥아더(Douglas MacArthur)는 이 작전으로 낙동강 전선에 몰려 있던 유엔군의 전세를 한 번에 뒤집을 수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천상륙작전의 계획 단계에서 포승(현재 평택항)이 인천의 대안 상륙지점으로 거론되었던 사실은 별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6.25전쟁의 발발에 미국은 즉각 대응했다. 그러나 급히 투입된 미군 24사단은 연전연패했다. 7월 5일 오산 죽미령에서 첫 전투를 치른 스미스부대는 탱크를 앞세운 북한군에 대패했다. 이어 24사단은 평택전투와 천안전투에서 패배하였고, 대전전투에서는 사단장이 포로가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후 국군과 유엔군은 낙동강에 의지하여 대구와 부산지역만 겨우 지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가 구상한 것이 인천상륙작전이었다. 맥아더는 인천 외에 진남포와 해주를 상륙지점으로 고려하였으나, 최종적으로 인천을 선택했다. 그런데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 계획에 대해 워싱턴의 합동참모본부(이하 합참)가 반대했다. 육해공군 참모총장들로 구성된 합참본부는 인천의 자연조건이 상륙작전에는 최악이라고 생각했다. 인천은 항구까지 접근하는 항로가 좁고 길뿐 아니라 조수간만의 차가 컸다. 거기다 상륙 후 합동작전을 펼쳐야 하는 낙동강 전선의 유엔군과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합참은 군산에 상륙할 것을 제안했다. 군산상륙은 육군참모총장 콜린스(J. Lawton Collins)가 강력하게 주장했다. 군산은 낙동강 전선과도 가까워 합동작전이 쉬웠다. 그러나 맥아더는 합참의 제안을 거부했다. 당황한 합참은 콜린스와 해군 작전참모총장 셔먼(Forrest Sherman) 제독을 도쿄로 보내 맥아더를 설득해 보기로 결정했다.

1950년 8월 23일, 도쿄에서 맥아더와 합참 대표들이 만났다. 군산상륙은 북한군에 대한 타격이 미약할 것이라는 약점이 부각되었다. 맥아더는 인천이 여러 악조건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약점이 오히려 강점임을 강조했다. 인천이 상륙작전에 불리하다는 점을 역이용하면 적군의 허점을 찌를 수 있었다. 특히 인천은 서울 수복에 유리했다. 상륙작전이 성공한다면 북한군에 대한 타격도 군산에 비교하여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었다. 맥아더의 주장에 동의할 부분도 있었지만, 해군과 해병대 관계자들은 인천상륙에 여전히 회의적이었다.

8월 24일, 맥아더 사령부 참모들과 합참 참모들이 논의를 이어갔다. 이 회의에서 제 1 해병사단 사단장 스미스(Oliver P. Smith)소장이 인천 대신 포승에 상륙할 것을 제안했다. 제1 해병사단은 상륙작전에 투입될 주력부대였다. 스미스에 따르면 포승은 인천에서 남쪽으로 30마일 떨어져 있어 서울과 가깝고, 미 해군 수중척후부대가 수차례 상륙을 비밀리에 실험해 본 장소였다. 무엇보다 포승은 언제든 상륙이 가능할 정도로 수심이 깊었다. 스미스 소장뿐 아니라 합참 소속의 태평양 함대 해병대 사령관 세퍼드(Lemuel C. Shepherd) 중장도 도쿄를 떠나기 직전 맥아더를 다시 만나 포승 지역에 상륙할 것을 재차 건의했다. 그러나 맥아더가 결심을 바꾸지 않자, 합참도 인천상륙작전에 동의했다.

1950년 9월 15일,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천은 역사에 남았다. 스미스 소장이 제안한 포승상륙안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포승이 해군과 해병대 관계자들에 의하여 인천의 대안 상륙지점으로 건의되었다는 사실은 오늘날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포승, 즉 평택항은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춘 항구임을 오래 전에 인정받은 것이다. 해군 2함대 사령부의 설치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인천은 서울과 가깝다는 이점을 안고 일찍 발전하였으나 평택도 고속철도가 개통되면서 서울과 거리가 30분으로 단축되었다. 거기다 글로벌 산업기지가 대규모로 조성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면 평택의 미래는 매우 긍정적이다. 그러나 성장 잠재력만으로 도시가 성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잠재력을 현실로 만드는 것은 그곳에 사는 시민의 몫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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