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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을 닮다’ 책 낸 미듬영농조합법인 전대경 대표쌀과 함께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 ‘쌀을 닮다’
박민아 기자 | 승인 2019.08.21 10:52

“제가 살아온 땅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평택시민신문] 농업인구 고령화와 농산물 시장개방 확대 등으로 농업계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 농업과 쌀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영농업계에 새로운 경쟁력과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 전대경 대표(50). 그가 설립한 미듬영농조합법인(이하 미듬)은 세계적인 기업인 스타벅스와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스타벅스 매장에서 발생한 커피찌꺼기를 지역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 퇴비를 친환경 비료로 활용해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고, 미듬은 이 농산물을 과자, 빵 등으로 가공해 다시 스타벅스에 공급한다. 기업과 지역농민, 환경, 소비자 모두가 충족하는 선순환 상생협력 구조는 미국 스타벅스 본사에서 벤치마킹하며, 국내 상생 협력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 대표는 스타벅스는 물론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와 어린이 과자 매장인 베베쿡, 아시아나 항공 기내식, 삼성웰스토리, 경기도 급식까지 제품을 납품하는 등 다양한 유통 채널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미듬을 상생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만들어내며 최근에는 반평생 넘게 살아온 고향 신리의 이야기를 담은 ‘쌀을 닮다’를 출판해 농업과 농촌을 알리는데 크게 기여한 전 대표. 영농분야에 새로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쌀을 닮다’ 전시회 출품작 앞에서 전대경 대표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농부에서 미듬영농조합 대표가 되기까지

저는 이 곳 평택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입니다. 할아버지 때부터 쌀농사를 짓는 것만 보고 자라 왔으니 저 또한 자연스럽게 농업에 종사하게 됐죠. 하지만 국내 쌀 소비량이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 생산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2005년 미듬영농조합을 설립하게 됐고, 2008년 가공식품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쌀을 이용한 가공식품을 개발해 부가가치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했죠. 케이크, 과자 등 다양한 식품 개발을 시도했고, 실패도 여러 차례 겪었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2009년 5월 1일 스타벅스에 라이스칩이라는 제품을 처음으로 납품하게 됐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렇게 시작된 스타벅스와의 상생이 에너지바 형태의 '라이스바', 과일을 말린 '리얼후르츠' 등 다양한 제품으로 이어졌고 현재까지 10년 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스타벅스 말고도 대형마트, 항공사 등에 다양한 제품들을 납품하고 있습니다.

‘쌀을 닮다’라는 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고향인 신리를 지키고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제가 살아온 땅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평택(平澤)은 평평할 평(平) 못 택(澤) 지명의 뜻 그대로 평야지대가 많고 습지, 물이 많아 예로부터 기름진 평야로 농사짓기 좋고 쌀이 유명한 전형적인 농촌지역이었습니다. 특히 오성면은 오성 평야가 마을 전체에 넓게 발달한 지역입니다. 평택에 많던 들판들이 도시화로 인해 하나 둘 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어느 순간 이곳이 참 소중한 곳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신리에는 대부분 8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살고계시기 때문에 지금 남기지 않으면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곳에서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해서 무언가 역사가 될 만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자는 마음에 미듬이 주축이 돼 진행했고, 전문적인 사진작가와 스토리 작가가 참여해 공동 작업으로 탄생하게 됐습니다.

‘쌀을 닮다’는 어떤 내용을 담은 책인가요?

이번에 출판된 ‘쌀을 닮다’는 오성면 신리를 배경으로 마을의 쌀, 음식, 사람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아낸 책입니다. 쌀을 단순히 밥상 위에 오르는 한국인의 주식이 아닌 역사, 공간, 사람, 맛이라는 다양한 시각으로 재해석해 쌀에 내포된 의미를 그려내려 노력했습니다. ‘쌀을 닮다’는 사진과 스토리를 중심으로 풀어냈습니다. 마을 어르신 12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물건, 음식, 공간을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평생을 쌀과 함께 살아온 그분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가을에 수확한 작물들, 트랙터 같은 농기구, 쌀겨를 저장하는 저장고 등 아주 일상적이고 소소한 것들이었고, 자연스러운 농촌의 모습을 사진과 이야기로 풀어낼 수 있었습니다. 가을쯤에는 학예사가 본 신리로 역사적인 비중을 좀 더 크게 다룬 책도 출판될 예정입니다.

출판기념 전시회를 개최한 소감은?

감사하게도 책에 실린 사진들을 보고 호평들이 이어져서 출판 기념 전시회도 열게 됐습니다. 솔직히 전시까지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주변 분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어요. 역사적인 측면보다 인물과 음식 등 실생활 위주로 기획한 것이 친근하게 다왔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기록을 남기는데 큰 도움을 주신 12명의 어르신도 일생에 한번 제대로 된 사진을 찍은 적이 없었는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감사인사를 전하기도 했고, 주민 분들도 자신들이 살아온 마을이 이렇게 이쁜 줄 미처 몰랐다면서 신기해하셨습니다. 서울과 뉴질랜드에서도 전시 요청이 있어 진행되는 중인데, 신리와 농촌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 같아 기쁩니다.

쌀 제품 개발과 홍보활동에 열심이신데 이번 2019 대한민국 국제 관광박람회에 참가하게 된 이유는?

지역 대표로 평택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만든 차, 술, 과자, 빵 등 각종 먹거리를 소개하기 위해 참석하게 됐습니다. 지역을 대표해 참가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올해 8월 미듬의 곳이 경기도 한류 관광지로 선정돼 ‘내셔널지오그래픽 트래블러(관광잡지)’에 소개되면서 이번 박람회 참석은 저에게 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이번 박람회가 먹거리에 특화된 우리 마을과 연결될 수 있는 관련업체를 탐색하고, 체험거리 등 다양한 관광사업을 찾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업체가 집결하는 자리인 만큼 다른 곳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우리랑 유사한 곳을 찾아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배워오려고 합니다.

지역의 농산물이 선순환 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평택의 농산물과 대표 먹거리가 서로 연계될 수 있는 방법을 만들면 농산물이 지역 내에서 순환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택의 대표 농산물은 쌀, 배 등이 있고, 대표 먹거리로 알려진 것들은 부대찌개, 햄버거, 폐계닭 등인데 현재 이러한 대표 먹거리와 평택의 농산물이 연계되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처음부터 새로운 대표 음식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먹거리에 평택의 농산물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예산도 좀 더 절약할 수 있겠죠. 예를 들자면, 송탄에서 유명한 햄버거 집들에 평택 쌀로 만든 쌀 빵이나 평택 채소 농가에서 자란 신선한 채소들을 제공한다거나, 부대찌개에 평택 쌀로 지은 돌솥밥을 제공한다거나 이런 것들이죠.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음식점들은 유통거리가 짧아져 신선한 재료를 공급받아 맛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고, 추가적인 개발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시장에 쉽게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6차 산업 선두주자로서 이 사업을 준비하는 분들께 조언을 한다면?

저는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하고 있지만 저 역시 생산만 하던 농부가 그 이상을 하려니 어려운 일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가장 어려운 것은 초기자본이 많이 든다는 점입니다. 예전과 달리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납품까지 하려면 위생상태도 잘 갖춰져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을 준비할 능력이 부족한 게 농촌의 현실입니다. 생산자로서 농업에 종사하신 분들은 소비자의 성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농민과 소비자의 입장차이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죠. 농민들은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도 소비자들은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품을 만들었는데 불량이 발생하면 모두 반품해줘야 하고, 고객의 컴플레인을 처리해야하고, 만약 손해가 발생했다면 배상금까지 물어줘야 하기 때문에 그만한 손실을 이겨낼 수 있는 기본 자금이 탄탄해야 합니다. 게다가 6차 산업이라는 게 생산과 가공, 체험까지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본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양쪽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죠. 저 또한 이 일을 시작하면서 본업인 생산에 더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6차 산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이라면 이런 현실적인 문제와 어려움까지 모두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박민아 기자  webmaster@pt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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