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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3국 관계를 생각하며- 펄 벅이 여전히 우리 마음을 울리는 이유
평택시민신문 | 승인 2019.08.14 10:18
김남균 평택대 미국학 교수

[평택시민신문] 펄 벅(Pearl S. Buck)은 노벨문학상(1938년)을 받은 첫 번째 미국 여성작가이다. 펄 벅은 『대지』의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우리 역사를 다룬 영문 소설, 『살아 있는 갈대(Living Reed)』의 저자이기도 하다. 1892년 미국에서 태어나 한 살도 되기 전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중국으로 가 그곳에서 성장했다. 나중에는 선교사로 1934년까지 수십 년을 중국에서 활동했다. 그는 한중일 3국을 정확히 아는 최고의 아시아 전문가였다.

1963년 출판된 『살아 있는 갈대』는 19세기 말부터 1945년까지의 우리 역사를 다룬 역사소설이다. 부제도 ‘한국에 대한 소설 (novel of Korea)’이다. 『살아 있는 갈대』의 에필로그에서 펄 벅은 부산 유엔군 묘지를 방문한 경험을 적고 있다. 1961년 가을, 그는 부산 유엔군 묘지를 찾았다. 유엔군 묘지에 미군 전사자는 없다는 사실에 펄 벅은 많이 놀란다. 미군 전사자 유해는 모두 본국으로 송환된 후였다. 유해가 매장되었던 자리에는 대신 미국 국기가 꽂혀 있었다. 유엔군 묘지를 보며 펄 벅은 6.25전쟁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죽음과 태프트-카츠라 밀약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6.25전쟁과 태프트-카츠라 밀약의 직접 연관성에 대한 견해는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20세기 전반에 있었던 동북아의 모든 전쟁이 일본의 제국주의 야욕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청일전쟁(1894-95년)을 시작으로 러일전쟁(1904-05년), 만주사변(1931년), 중일전쟁(1937-1945년), 그리고 태평양전쟁(1941-1945년)까지 일본은 침략행위를 끝없이 이어갔다. 전쟁의 피해는 우리에게 쏟아졌다. 우리는 학도병, 노무자, 혹은 위안부로 수 없이 끌려갔다. 끼니거리조차 수탈당했다. 1945년 여름, 미군과 소련군이 한반도에 진주한 것도 일본군이 한반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단의 결과 발생한 6.25전쟁은 결국 태프트-카츠라 밀약과 역사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항복 후 일본은 소위 평화헌법을 제정하여 스스로 군대를 가질 수 없는 국가가 되었다. 헌법상 일본은 자위권을 제외하고 어떤 군사행동도 할 수 없다. 그런데 최근 일본의 아베정부가 평화헌법의 개정 추진을 공언하고 나섰다. 일본 헌법 정신에 위배되는 일이다. 거기다 우리에게는 무역 규제조치를 단행했다. 아베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정확히 모른다. 당황한 우리 정부는 미국에 특사를 파견하며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미국은 우리의 중재 요청을 특사의 면전에서 거절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미국의 중재거부는 틀린 결정이다. 미국은 우리와 상호방위조약을 그리고 일본과는 안보조약을 체결했다. 미국은 중재를 할 위치에 있는 것이다. 그런 미국이 중재를 거부하는 것은 우리의 아픈 기억을 더 생각나게 한다. 1905년 태프트-카츠라 밀약을 맺을 때도 미국은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 밀사 이승만이 고종의 거중조정 요청의 뜻을 전달했을 때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통령은 밀사 방식이 아닌 공식 절차를 통해 거중조정을 요청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미 태프트-카츠라 밀약이 맺어진 후였다. 루즈벨트의 말은 체면치레의 외교적 수사에 불과했다.

펄 벅은 유엔군 묘지에 드리운 태프트-카츠라 밀약의 오래된 그림자를 발견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난 후였다. 그러나 밀약에 합의할 당시는 당사자였던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 자신도 밀약이 가져올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한반도를 삼킨 일본이 진주만까지 공격할 것을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현재의 한일관계는 1905년 상황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하지만 한일 갈등을 조정하는데 미국도 적극 나서야 한다. 미국은 태프트-카츠라 밀약이 우리에게는 살아 있는 악몽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펄 벅의 글이 여전히 우리 마음을 울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외부필자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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