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의 소소한 행복과 꿈꾸는 하루"

ㅁ경기남부권 최초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 추진
나서는 역할보다 도와주는 역할에 집중하고 싶어

[평택시민신문]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 대부분이 하는 이 이야기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제도적‧사회적 장치가 부족한 우리나라 현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사회적‧경제적 발전과 장애인식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장애인을 위한 국내 복지수준은 높지 않다. 특히 발달장애의 경우 사회적 보호체계뿐만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적응훈련 시설이 필요하지만 전국적으로 시설은 부족한 편이다. 평택시에 따르면 평택지역 발달장애인구는 4093명이지만 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보호작업장‧직업재활시설‧주간보호센터를 다 합쳐도 이용인원이 300여명을 넘지 못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평택시민재단이 최근 더 많은 발달장애인의 직접적응을 돕기 위해 훈련시설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 개설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평택시민재단 이은우 이사장을 만나 사업 추진을 위한 그간의 노력들을 들어봤다.

■ 이제는 타인을 돕는 역할에 집중할 것

“직업을 가질 확률이 낮고 지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발달장애인들에게 작업활동, 일상생활훈련, 사회적응훈련 등을 실시하는 직업적응훈련시설을 통해 발달장애인의 소소한 행복과 꿈꾸는 하루를 만들어 우리 모두가 함께 꿈을 키우는 지역사회를 실현하고 싶습니다.”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은우 평택시민재단 이사장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지원하는 공익활동에 집중하고 싶다며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은우 이사장은 대학시절부터 평택 지역운동에 참여해 30여 년간 다양한 시민운동을 해왔다. 지역사회의 주요 현안과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활동에 관여하고 주도해온 시간이었다. 크고 작은 지역현안에 대응해 왔던 이 이사장은 “지역운동을 시작하던 시절, 선배들을 보면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서는 역할보다는 도와주는 역할을 하자고 다짐했었다”라고 말하며 이제부터는 그 다짐을 조금씩 실천해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직업적응훈련시설을 만들고자 하는 이유도 발달장애인을 도와 지역사회에 기댈 언덕을 만들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 지역운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평택시민재단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평택대 정상화 운동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28일 평택대학교 교수회 신은주 회장이 신임 총장으로 선임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2년여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며 마음이 울컥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평택대 민주화 과정이 학생, 교수, 시민사회가 비리재단과 기득권 세력들의 탄압에 맞서 민주화의 결실을 이뤄낸 시간이었기 때문이라고. 이 이사장은 앞으로 평택대가 민주화를 넘어 내일이 있는 멋진 대학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응원을 부탁했다.

반면 이은우 이사장은 가장 힘들었던 일로는 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조례제정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처음 조례제정 시에는 순조롭게 풀릴 것만 같았던 일이 막상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8월 조례 제정을 위한 간담회에 한미동맹을 훼손한다며 일부 시민들이 난입해 서슬 퍼런 욕설을 퍼붓고 난동을 부려 조례제정이 멈출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는 아직도 그 일을 떠올리며 할머니들이 다시 상처를 받게 만든 것같아 정말 죄송하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이 이사장은 기지촌 할머니들이 차별과 아픔을 견뎌내며 생긴 가슴 속 응어리를 풀어내고 삶의 주인공으로 지역사회에 나올 수 있도록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모두가 햇살이 되길 소망한다고 밝혔다.

■ 아직 부족한 발달장애인 복지시설

평택시민재단은 2018년 정기총회에서 처음 직업적응훈련시설 추진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8년은 쌍용차 해고자 복직운동, 평택대학교 정상화운동, 기지촌여성 지원조례 제정운동, 에바다장애인복지관 폐관철회운동 등 여러 활동이 겹쳐 여건상 추진이 미뤄졌던 것. 택시민재단이 집중했던 대부분의 활동들을 작년에 마무리하면서 올해 장애인 가족‧사회복지사‧시민들의 힘을 모아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평택시에는 성인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이용시설 중 직업생활과 관련된 시설은 보호작업장 3곳을 포함해 장애인직업재활시설 4개소로 이용인원이 125명뿐이라는 이은우 이사장은 장애인들이 직업을 갖기 위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이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는 총 7개소로 150명이 이용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은 미설치 상태라고 말하며 평택에 있는 근로작업장과 보호작업장에서 작업능력이 극히 낮은 장애인들이 훈련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훈련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고용이 어렵기에 체계적인 취업지원을 하는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시설 설립된다면 경기남부권 최초사례

이은우 이사장은 “평택은 물론 경기남부권에도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은 없다. 평택에 직업적응훈련시설이 설립되면 장애인에게 직업기술 훈련뿐 아니라 개인 능력과 적성에 적합한 사업체에 취업을 알선하거나 보호고용이 가능한 시설로 옮길 수 있게 되고, 사후지도를 통해 직업적‧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완전한 사회통합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적인 시설이 시민단체 주도하에 투명하게 운영된다면 평택시, 기업과 협력을 통해 모두가 행복한 지역사회의 전망을 만들어가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시설 설립에 넘어야 할 산 아직 많아

평택시민재단이 장애인적응훈련시설 추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이은우 이사장은 그 첫 번째 산으로 부지 선정 문제를 꼽았다. 발달장애인은 자활을 위해서라도 혼자 버스를 타거나 이동하는 교통훈련이 병행돼야 한다. 그러므로 도로에서 멀지 않고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내권을 중심으로 구하다 보니 지원을 받는다 해도 월세를 내고나면 예산이 빠듯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평택시민재단은 시민의 자발적 참여로 시설 설립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이은우 이사장은 “이런 시설 하나를 만들려면 온 마을이 움직여야 해요. 그런 관심이모여야 시설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습니다. 러나 아직까지는 많이 부족합니다. 시민여러분이 장애인들의 소소한행복과 꿈꾸는 하루에 동반자가 되어주셔야합니다.”라며 평택시민들에게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에 응원을 보내주길 요청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좋은 사회란 자신이 속한 사회가 결코 현재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라고 얘기합니다. 평택을 희망의 도시, 품격이 넘치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책임 있는 노력과 공익적 실천이 필수적입니다. 건강한 참여를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공동체의 공공선 실천이 강화되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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