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균
평택대 미국학 교수

[평택시민신문] 지난 6월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녀갔다. 1박 2일의 방문이었다. 짧은 방문 기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뿐 아니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도 만났다. 트럼프-김정은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깜짝 제안으로 이루어진 ‘번개 미팅’이었다. 외교적 절차를 생략한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을 잠깐 보는 정도를 기대한 것 같았으나 만남의 시간은 길어졌다. 북미 사이의 교착된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분위기이다.

그동안 트럼프는 김정은과 2차례 정상 회담을 가졌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처음 두 사람이 만났을 때 세계 언론의 기대는 대단했다. 북미 정상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었다. 싱가포르 회담 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없었으나 실망은 크지 않았다. 이어서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이 있었다. 구체적인 합의사항이 나올 것을 기대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두 정상은 합의할 수 없다는데 합의하며 회담을 마쳤다. 지난 6월 30일 판문점 만남에서도 변화를 기대했으나 회담 후 발표 내용은 실무진이 협상을 계속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북미 양측이 구성할 새 협상 팀은 합의의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까? 트럼프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서둘지 않겠다고 여러 번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양보를 기대할 수 없는 발언이다. 트럼프 외교의 특징은 일방주의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신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을 체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철회했고, 파리기후협정(Paris Agreement)에서도 탈퇴했다. 이란과 체결했던 핵 협약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은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트럼프 외교는 미국 일방주의의 극단적 사례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만 트럼프가 예외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거기다 2020년 미국 대선이 있다. 이미 20명 이상의 민주당 예비후보자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트럼프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20명 이상의 예비후보자가 난립한 것은 미국 예비선거 사상 초유의 사건이다. 트럼프 타도를 외치는 민주당의 열망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사실 2016년 대선 때도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일반투표에서는 트럼프 후보를 앞질렀다. 표 차이가 280만 표가 넘었다. 우리 선거방식이라면 클린턴의 압승이었다. 2020년 대선의 결과를 당장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정치 상황을 볼 때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선은 장담할 수 없다. 특히 트럼프 외교는 민주당의 주요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 민주당 예비후보자들은 트럼프의 판문점 회담에 대해서도 거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할 때 북미 비핵화 협상에 대한 트럼프의 극적인 입장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트럼프는 북미대화나 판문점 회담 혹은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북한이 중단한 것을 자신의 외교적 업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앞으로 김정은과 워싱턴 회담이나 평양 회담을 전격적으로 추진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조치 없이 비핵화의 협상에 어떤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북미 비핵화 협상의 성공 여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북한이 비핵화를 국정 목표로 결정하였다면 협상 상대의 태도에 연연할 필요도 없다. 그냥 추진하면 된다. 비핵화에 반대할 국가는 없고, 제재도 풀릴 수밖에 없다. 진리는 멀리 있지 않다. 그러나 비핵화 없는 비핵화 합의를 목표로 한다면 북한은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미국은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은 미국에게 사활적 문제이다. ‘미국 최우선(America First)’를 외치는 트럼프의 일방주의 외교가 미국의 사활적 국익을 포기하겠는가? 명실상부한 비핵화 합의안을 속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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