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미 사무국장
평택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사람들

[평택시민신문] 재해와 관련해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은 한 번의 큰 재해가 있기 전에 그와 관련된 작은 사고나 징후들이 먼저 일어난다고 말한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사소한 사고의 발생비율이 1:29:300 이라는 점에서 ‘1:29:300법칙’ 으로 부르기도 한다. 허버트 윌리암 하인리히는 1931년 여행보험사의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면서 산업재해 사례들을 분석하던 중 일정 법칙을 발견했는데, 큰 재해로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전에 같은 문제로 인한 경상자가 300명 존재한다는 내용이다. 하인리히는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큰 재해가 우연히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 전에 사소한 사고 등의 징후를 보여준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혀 책으로 발표한 바 있다.

2014년 여수 해양조선소 암모니아 가스 폭발, 2018년 4월 영주시 가흥산업단지에 위치한 SK가스생산공장 유독가스 누출, 인천 이레화학공장 대형화재, 2019년 5월 한화토탈 대산공장 스티렌모너머 유출사고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화학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는 각 지자체가 화학사고 발생에 대비한 대응체계를 갖추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천재지변처럼 갑자기 발생하는 화학사고를 대비하기 위한 각 지자체의 대응은 화학사고가 가지는 범위의 애매함이라는 한계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학물질안전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학사고 원인의 40%는 노후 설비 문제로 발생한다고 한다. 얼마 전에 미세먼지 주범으로 지목된 당진 현대제철의 굴뚝 역시 오래된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고, 노후한 세교산단으로 인한 시민들의 불편 역시 이 같은 법적 점검체계가 작동하지 못하는 데에 원인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노후설비란 점검주기와 교체주기를 잘 맞추지 못한 설비 모두를 지칭한다. 단순히 오래된 설비만이 문제가 아니라 여러 이유로 인해 점검과 교체시기를 잘 맞추지 못해서 생기는 화학 사고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량이나 댐은 공공설비이기 때문에 안전관리특별법이 존재한다. 점검이나 지원책에 대한 법률과 규정이 있다는 것이다. 화학물질을 다루는 일은 국민 다수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음에도 노후산업단지와 설비에 대해 관리할 법이 존재하지 않아 지금까지는 오로지 사업주에게 관리에 대한 책임을 맡겨두고 도의적인 책임을 물어왔을 뿐이다. 하지만 막상 사고가 났을 때는 노동자 혹은 주민 등이 피해를 보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노후 설비들을 점검하고 이를 지원할 수 있는 법률과 규정을 만드는 것은 공익적 차원에서 필요하다

화학물질시민감시단체 전국건생지사는 지난달 26일에 있은 첫 번째 노후설비 안전관리법 제정 요구 전국 캠페인을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국민청원 운동을 진행할 계획에 있다. 동시에 오프라인 상에서도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과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국정감사를 통해 입법이 될 수 있도록 계획 중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특별법 제정과 시행에 앞서 30년 넘은 특별 산업단지에 대한 전면적 실태 조사를 요구한다. 노후화된 설비는 사고를 부르고 작고 경미한 사고들이 모여 대형 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하인리히의 경고를 다시 한번 새겨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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