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중도서관 독서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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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시민신문] 누군가의 일기장을 보는 것처럼 혹은 담담하게 읊조리는 독백을 듣는 것처럼 어스름 해넘이에 산들바람처럼 마음을 스치다가 어느새 태풍의 소용돌이처럼 가슴을 휘저어 놓은 책, <쇼코의 미소>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만남과 그로 인한 관계들, 그리고 헤어짐 속에 살아간다. 그것이 가족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고 타인과의 우연 같은 만남일 수도 있다. 이 책 <쇼코의 미소>는 그런 만남과 관계맺음 그리고 헤어짐의 이야기를 너무도 담담하게, 하지만 읽는 사람의 마음이 투명해질 정도로 너무도 솔직하게 써내려 간다.
쇼코를 나보다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쇼코는 약했다. 분명 쇼코도 그때 느끼고 있었겠지. 내가 쇼코보다 정신적으로 더 강하고 힘센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마음 한쪽이 부서져버린 한 인간을 보며 나는 무슨 일인지 이상한 우월감에 휩싸였다.
말을 하면서도 내가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있다고 느꼈고 그 두렵고도 흥분되는 기분에 취해서 더 많은 선들을 건너버렸다.
살면서,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어려운 것이 관계인 것 같다. 우리는 타인을 바라볼 때 절대적인 기준으로 보지 않는다. 꼭 ‘나’라는 기준을 통해 상대적으로 바라본다. ‘나 라면..’ ‘나 같으면..’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그 사람은 없어지고 온통 나의 상상만으로 그 사람을 본다. 인간은 모두 평등하다고 배웠고 진리처럼 말하곤 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서 저울질을 한다. 그리고는 누군가에겐 아닌 척 고개를 세우고, 누군가에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인다. 위로라는 이유로, 솔직하다는 핑계로, 충고라는 허세로 우리는 많은 상처들을 주고받는다. 그리고는 결국 서로를 떠나간다.
침묵은 나의 헐벗은 마음을 정직하게 보게 했다.
사랑 받고 싶은 마음, 누군가와 깊이 결합하여 분리되고 싶지 않은 마음, 잊고 싶은 마음, 잊고 싶지 않은 마음, 잊히고 싶은 마음, 잊히고 싶지 않은 마음, 온전히 이해 받으면서도 해부되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 받고 싶지 않은 마음, 상처 받아도 사랑하고 싶은 마음..
우리는 오늘도 많은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리고 그 관계들 때문에 아파한다. 내가 받은 상처가 아프고, 내가 준 상처들이 아프다. 관계는 언제나 어렵다. 이유를 모른 채로 떠나가기도 하고 내가 먼저 떠나오기도 한다. 상처를 주고받으며 영원히 타인으로 남는 사람도 있다. 이 모든 관계가 거미줄처럼 엮인 게 삶이다. 관계 속에서 받은 수많은 상처를 간직한 채 우리는 다시 오늘을 살아간다.
이 책에 수록된 7편의 이야기들은 이런 숱한 만남과 관계 맺음과 헤어짐 속에서도 결국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자임을 전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는 말이 있듯이 상처받은 누군가의 곁에는 가만히 앉아 온기를 나눠 주려는 사람이 존재한다. 상처 받은 사람들은 혼자라 생각하지만 그 옆에는 그 마음을 헤아리는 이가 있어 나도 모르는 위로가 된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잣대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세상을 평가하고 나를 합리화한다. 이제 나는 그 잣대를 살짝 내려놓고 조금씩 더 좋은 사람이 되어 보고자 한다. 그리고 훗날 나의 이야기들을 이 책에서처럼 담담하게 이야기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