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기
문화비평가

[평택시민신문] 평택시가 환경개선 방안으로 2022년까지 평택 전역에 나무 30만 그루를 심는, 도시숲 조성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이쯤에서 도시숲 조성을 미세먼지를 저감하는 환경의 관점에서만이 아니라 도시의 산만과 산재성을 극복하고 도시의 미관과 품격 그리고 도시통합을 확보해가는 도시계획과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배다리생태공원을 거닐며 새삼 도시의 인프라가 주는 삶의 변화를 체감한다. 공원에 소나무숲이 있고 배다리저수지 습지에 풀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아가고, 공원을 둘러싼 고층 아파트가 잔잔한 호수에 그림자를 깊게 드리울 때 어디서 날아왔는지 흰색 두루미 한 쌍이 물을 차고 창공을 날아오른다. 그대로 한 폭의 장대한 데칼코마니이고, 도심 속의 심산심연이다. 이동식 꽃밭과 꽃나무로 장식한 산책로에서는 세심하게 관리한 노력이 느껴진다. 발걸음을 옮겨 배다리도서관에 들어서면 새로운 공간개념이 과히 문화적 충격이다. 닭장 독서실이 아닌 정보와 문화, 힐링과 소통의 럭셔리 복합공간이다. 자녀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는 젊은 엄마들, 책을 보며 공원을 바라보는 사람들, 음악을 들으며 명상하는 힐링존의 학생들, 또 캠핑장처럼 의자에 묻혀 뒹굴며 책을 보는 어린이들! 우리 평택이 정말 좋아졌다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평택은 여전히 산만산재하다. 난개발이 도시의 경계를 허물고 여기저기 공사판과 정돈되지 않은 교통망으로 온 도시가 혼잡하다. 도시가 회색의 혼돈에 갇힌 것 같고, 산재한 도심사이를 파고드는 잡다한 개발과 공사가 성장통이 아닌 만성적인 도시풍경으로 자리 잡은 느낌이다. 평택시는 50만의 대도시임에도 여전히 20만 도시의 면모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3개시가 통합된 태생적 한계가 있지만 도시마인드의 부재와 권역별 개발요구에 따른 산술적인 도시 분배가 도시의 산재와 산만성을 오히려 심화했다. 동서고속도로와 고덕삼성, 장당, 송탄, 칠괴산단에 이은 브레인시티가 도시의 산재성과 단절성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물리적인 거리감만이 아니라 권역이 자생적인 규모를 갖출수록 심리적 단절감이 커져가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도시의 유기적인 통합 없이는 규모의 도시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도시숲 조성을 환경의 관점만이 아니라 도시계획과 관리의 관점에서 접근하자는 제언이다. 도시에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어가는 것이 미세먼지의 저감 만이 아니라 도시환경과 미관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리라 확신한다. 다만 ‘도시숲 조성’에 도시계획과 관리의 관점에서 보강할 것은 보강하고, 도시디자인적인 상상력과 예술성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간선도로망을 기점으로 나무숲으로 도시의 녹지축을 강화하고, 산만하고 허물어진 도시경계를 명료화하고, 혐오 시설존과 황량한 자연마을을 낭만의 숲으로 감싸고, 테마와 문화와 힐링이 있는 품격의 도시 명소, 거리를 만들어가자. 그리고 도시의 유기적인 연결과 통합을 촉진하는 순환의 길을 만들고 가꾸자. 푸른 하늘과 푸른 숲의 도시녹색율이 시민의 행복을 결정한다. 도시관리 계획과 연계된 도시숲의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을 수립하고 산이 없는 도시에 녹색의 생명력과 품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10년 후 평택의 놀라운 변화를 확신한다.

무엇보다 도시의 유기적인 통합은 포기할 수 없는 우리 평택의 도시목표이다. 도시통합을 위한 도시순환도로를 설정하고, 의미 있는 수종을 선정하고, 구간별 테마가 있는 가로수 숲을 조성해 사람들이 찾고 문화가 흐르는 명소로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청주의 가로수터널이 생각난다. 남평택-고덕신도시-송탄-브레인시티를 연결하는 내부순환도로와 서평택과 동평택을 연결하는 외부순환도로를 지정하고 가꾸어가는 것이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꽃이 피어 사람들이 찾고 드라이브하고 싶은 가로수길이다. 내부순환도로에 자동차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문화가 흐르게 하자. 도시와 도시를 달리며 자연스럽게 평택이 하나의 도시임을 체감하게 하자. 제대로 심고 가꾼 가로수길 하나 없는 곳이 우리 평택이다. 도시숲 조성의 디테일이 도시관리 계획으로 보강되고, 도시관리의 기준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 진정 잘 가꾸어진 나무숲길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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